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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멈추지 않는다

그 시절 사랑했던 가요

by 레아

학창시절 옆자리 짝꿍이 갑자기 엎드려 울고 있어서

"무슨 일이야?" 물어보니, 책받침을 보여줬다.

그 안에는 흰 체육복(?!)들을 멋지게 차려 입은 남녀 댄스 그룹이 한껏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룹 '잼'이었다.

친구는 잼 중 김현중을 좋아했는데, 데뷔하자마자

알아보질 못하고 이제야 알게 돼 너무 속상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92년 데뷔한 그룹을 93년 여름에야 좋아한 것. 김현중이 연예인들 많이 배출한 현대고였나 그 학교를 졸업했다며, 친구는 거기도 다녀오고 그랬다. 지금으로 따지면 대문자 F. 당시 가수 예민을 좋아하던 친구도 내게 편지에 예민을 데뷔하자마자 알아봤더라면 좋아한 기간이 더 길었을 텐데, 라며 속상해했다.

이해됐다.

나는 윤종신 팬이고 '너의 결혼식'부터 시작해 역시 92년부터 좋아했던 터라, 91년 처음 만날 때처럼, 90년 텅빈 거리에서로 '입덕' 시기가 잡히지 않은 게 좀 아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

일상의 인연만큼이나 스타와의 인연도 마찬가지다.

좋아할 사람은 어차피 좋아하게 되어 있다.

긴 인생에서는 운명론자, 매순간은 충동적 선택의 기로에서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나로선, 어릴 적으로 돌아가도 어차피 우리들은 그 가수들을 좋아할 인연인 거야,라고 운명을 들먹일 것이다.

얼마전 이전 직장 친한 선배랑 그 딸과 넥스트 유나이티드 공연을 갔다. 고 신해철 트리뷰트 공연. 선배는 인생 첫 콘서트 관람을 넥스트로 친구 따라 갔다고 했다. 그런데 그 딸이 인생 첫 콘서트를 또 넥스트!

"너는 네 엄마의 딸이 될 운명이었구나."

귀여운 꼬마숙녀에게 말했다.

같은 그룹의 콘서트로 첫 콘서트를 경험하다니!

선배 딸은 콘서트 출연진 중 라스트를 장식한 싸이를 더 좋아한 것 같지만 어쨌든 넥스트 콘서트였다.

다시 김현중으로 돌아가! 나는 친구가 좋아하던 그룹 잼의 앨범을 테이프로 들었다. 전곡이 새로웠다. 도입부만 들어도 신이 나는 무조건 반사가 이뤄졌다.

"나나나나나"만 들어도 들썩들썩!

90년대 초 노이즈와 잼이 선의의 경쟁자로 싱그러운 댄스 그룹의 시대를 열었다.

특히 가사에 "신문에 실려온 얘기"를 좋아했다. 당시 나는 신문 마니아였기 때문이다. 신문만큼 새로운 걸 알려주는 매체가 없었고 매일 매일 종이 신문의 관심 가는 뉴스들을 가위로 오리고 노트에 붙여서 스크랩했다. 그런 성격은 결국 성인이 되어 매체에서 일하는 과정으로 자연스레 이어졌고, 지금도 일상적으로 자료를 갈무리하는 것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직장 내 그냥 버려지는 신문을 보면 마치 진귀한 것이 그냥 폐기되는 느낌으로 몹시 안타깝고 애틋해진다.

<난 멈추지 않는다>는 일상적으로 누구나 느끼는

좌절이나 실패 앞에서 다시 일어설 힘을 준다.

신문에 실려온 얘기들,이라는 구체적 문구 때문에

어떤 때는 시대가 너무 어지럽고 부조리한 상황이라도

새롭게 시작하라는 메시지로도 들린다.

1993년의 노래가 2024년에도 역시 힘이 있다.

퍼포먼스 춤하고 같이 보면 더더욱 그렇다.

마치 치어리더 실력파 멤버들만 모아놓은 느낌마저 든다.

흰색 의상은 더더더 그런 분위기를 부추긴다.


역동적이고 힘있는 무대, 이제 모든 걸 다시 시작하라고,

시작할 게 없는 사람조차도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 ^^

https://youtu.be/7XCKH81Kn_A?si=gMTygxwEhT4zlH7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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