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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본다

그 시절 내가 사랑했던 가요

by 레아

마음껏 진심을 다해 살고 싶다. 하고 싶은 말도 하고 느끼는 그대로 늘 드러내면서. 하지만 여건이 녹록지 않다. 그 여건이라는 게 과연 뭘까. 스스로를 내리누르고 있는 그 압박이란 무얼까.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다.

현실.

사회적 자아도 지켜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고

가족 걱정도 끼치지 말아야 하고

남들이 인정하는 가치에 어느 정도 수긍도 해야 하고.

책임감이라 불리는 것들을 충실히 이행한다.


이런 제약 조건들을 평범하게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태생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심지어 즐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또 반대로 대개의 것들에 반골적 기질을

갖고 살거나 똑같은 데 싫증을 빨리 느끼

항상 새롭고 독창적인 유일한 것들에 이끌리는

이들도 있다. 나는 후자.

형식적이고 과잉 충성적인 것, 이래야 한다는 것,

또 반대로

어떤 것들이 최고 가치라는 것.

그런 것들에 일일이 다 불편해지는 이들

그런 부류에 속한 나로서는,

단정적 어법이라든가,

이렇게 살아야 돼, 라는 획일적인 가치 판단을

들이밀 때 섞이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홀로 침잠하는데,

그럴 때 나를 추스르려고 듣는 곡이 있다.

<물어본다>.

그저 스스로에게 묻자.

내가 잘하고 있는지,

남탓이라든가 나와 불화하는 세계 탓을 할 게 아니라,

자신을 점검하자고. 그렇게 스스로를 어른다.

나만 옳다고 착각하지 말자. 내가 보는 세계가 전부라고 오해하지 말자. 내가 만나는 이들 자체로만 인간을 파악하지 말자고, 그런 생각에 잠길 때 듣곤 한다.


p.s. 이승환은 유난히 센 캐릭터들이 좋아하는 가수였다.

90년대부터 이천년대로 넘어오는 내내

이승환의 팬들은 굉장히 깊고 강했다.

거의 가수의 생활반경을 자신의 일상과 동일시할 정도로,

가수에 대한 충성도나 애정 강도가 높은 이들이

이승환 팬이었다. 그게 참 신기했다.

한 반에 존재하는 이승환 팬은

거의 무슨 가수의 연인(?!) 같은 느낌이랄까.

해가 바뀔 때마다 반이 바뀌고

그 반 안엔 꼭 이승환 팬이 있었다.

물론 나도 이승환 팬이지만,

정체성은 윤종신 팬에 더 가깝고,

이승환 팬은 내 윤종신 얘기를 들어주고

나는 이승환 얘기를 들어준다.

그런 상호 관계로 인해

9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이승환 하면 왠지 남의 남자,

이런 오묘한 느낌이 있다. ^^


그 남의 남자의 노래를 2024년 겨울에도 자주 반복해 듣는다. 그리고 이번 겨울, 그의 노래가 또

파워를 발한다.

부끄럽지 않느냐고

부끄럽지 않도록 후회하지 않도록.

그렇게 살라고 2024년 12월을 장식했다.

바야흐로

"과거가 미래를 구한 노래"다.


이승환의 다음 콘서트 티켓을 예매했다.

https://youtu.be/E5fI1ou-9Fc?si=nhM7LwMgi7DNd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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