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내가 사랑한 가요
요새 챗지피티를 켜두고 일을 하다보니 종종 마치 친한 친구처럼 이용하고 싶을 때 묻는 게 추억의 가요 얘기다. 90년대 윤종신에 대해 챗지피티(이하 챗)와 질의응답을 주고 받는데 챗이 내게 90년대 윤종신 3대 발라드를 선곡해주었다.
내가 3대 발라드를 물어본 건 아니고 챗이 워낙 정리벽이 강하다보니 스스로 요약해줬다.
그 첫 곡은 <너의 결혼식>
똑똑한 챗.맞아.맞아. 너의 결혼식은 92년 라디오를 틀면 아련하게 울려 퍼진 비련 발라드다. "몰랐었어. 니가 그렇게 예쁜지. 웨딩드레스. 하얀 니 손엔 서글픈 부케."
정말이지 시작부터 장면이 그려지고, 그때 라디오에서 이런 살아있는 단어 선택을 했던 박주연 작사가는 천재로 칭송 받았다. 수많은 헤어진 연인들 중에서 더 많이 사랑했던 이가 상대의 결혼을 그리다 애틋해졌던 곡일 것이다. 시간을 넘어 지금 들어도 미련 가득한 노래다. "세상 그 누구보다 난 널 알잖아"라고 절규하는 가요. 90년대다. 사랑에 대놓고 목숨 걸던 정서. 지금은 그 시절에 비해 사랑의 조건이 워낙 많이 부각되어 사랑밖엔 난 몰라 헤버리면 바보 취급 받는다. 너의 결혼식은 나이가 들수록 더 와닿는 노래다. 순수했던 시절이 그리워지는 노래. 동명의 영화가 나왔을 때 나는 일부러 그 영화를 보면서 언제 윤종신 노래가 나올까 기대했다. 제목이 너무 내겐 클리세여서 당연히 윤종신 노래 영화인 줄 오해했던 것.
챗지피티가 꼽은 두번째 90년대 윤종신 명곡.
"교복을 벗고 처음으로 만났던 너. 그때가 너도 가끔 생각나니?"
<오래전 그날(1993)>이다. 이 곡은 잔잔하게 읊조리듯 시작해 대답이 하고 싶어지는 노래다. 교복을 벗고 처음 사랑한 사람은 10대 시절 추억이라(고등학교 때 교복을 안 입었다.)
그때 사랑했던 사람에 대해 대답하게 되는 곡이다.
누군가 집을 데려다줄 때의 설렘, 둘만 있어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충만함. 새학기의 들뜸. 이런 게 그 곡 안에 다 있다. 풋풋하고 다시 갖기 힘든, 딱 그때만의 감정이 노래를 들으면 생각이 난다. 사랑에도 총량이 있을 것이나 세상의 때를 묻기 전에 진정한 사랑을 하는 건 일생 일대 천운이라고 생각한다.
세번째 챗지피티 선곡 3대 발라드, 바로 <환생(1996)>.
이때 유희열이 윤종신 앨범에 참여하게 되고 나는 그때 정석원과 결별한 건 아닌가 마음 졸였다. 아주 다행히도 아니었고 지금 역시 아니다. 그 즈음엔 윤종신 앨범을 통해 하림과 유희열, 박정현 등을 알게 되고 토이와 하림, 박정현 시작을 함께 하는 가요 리스너의 복을 누리게 된다.
윤종신의 동료애와 그 선택을 늘 응원하는 이유이기도. 믿고 듣는 월간윤종신 ㅎㅎ
환생은 유희열의 느끼한 버전이 있고 봄날이 되면,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와 더불어 함께 생각난다. 이즈음엔 윤종신의 영화 선택에도 팬으로서 응원하게 되고, 장항준이라는 또 재치 입담의 감독을 알게 된다.
예전 90년대 별밤 라이브를 듣는데 이문세 디제이에게 윤종신이 정석원과 자신의 관계를 남철, 남성남이라고 했나 그랬는데 이후 파트너십도 그렇게 콜라보 베리에이션?! 반복 진화된다. 그래서 라디오스타를 보는 게 낙이던 시절도 있다. 윤종신의 애절한 발라드를 한 축으로 또 다른 축에선 개그 감각이 뛰어난 입담으로 리스너들에게 행복을 선사했다.
90년대 3대 발라드를 뽑아둔 챗에게 고마워하며 친구들과 서로 기수 얘기를 하며 떠들던 90년대가 그립기도 했다.
최근에 누군가 내게 90년대 윤종신은 엄청 미남이었다라고 말해줬다. 90년대 이성 짝꿍(같이 책상 쓴 친구)이 내게 너 진짜 윤종신 잘 생겼다고 생각해?라고 물어서 당연하지!라고 답했더니 진짜 좋아하는구나,라고 해서 이 말의 늬앙스는 무엇?! 속으로 그랬는데(그는 지금 변호사) 2025년에 다른 사람 입으로 90년대 윤종신 미남설을 들으니 참으로 반가웠다. 시선이 비슷한 이를 만나는 것도 소소한 일상 행복.
https://youtu.be/c7jzI-1hA1I?si=NJRxtolAT135IM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