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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기 전에 (내일은 늦으리)

90년대 그 시절 사랑했던 가요

by 레아


6월은 세계 환경의 달이다.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세계가 지구를 지키는 데 한데 노력하기로 다짐하고 제정한 날이다. 우리나라도 1996년부터 6월 5일을 법정기념일인 '환경의 날'로 제정했고, 1997년에 서울에서 세계 환경의 날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수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이런 날이 만들어지고 지속되고 있겠지만, 1990년대 대중문화에서도 환경을 생각한 음악 이벤트가 있었다. 1992년부터 1996년까지 열린 '내일은 늦으리' 콘서트. 당시 인기 가수, 밴드들(공일오비, 넥스트, 서태지와 아이들, 봄여름가을겨울, 이덕진, 김종서, 이승환, 신승훈, 푸른하늘, 철이와 미애, 윤상 등)이 한 무대에서 함께 노래 불렀다. 1980년대 마이클잭슨과 라이오넬리치가 아프리카를 돕기 위해 만들어 여러 가수가 같이 녹음한 '위아더월드'처럼, '내일은 늦으리'와 '더 늦기 전에' 후렴구가 그렇게 귀에 박혀 있다. 이 콘서트는 KBS와 MBC, SBS가 번갈아 가면서 라이브 중계를 했다.

'내일은 늦으리'는 환경콘서트 이름이면서 동시에 곡 제목이기도 했는데, 가장 인기 있던 곡은 '더 늦기 전에'였다. 신해철이 프로듀싱했다. 신해철은 당시 웅장하고 비장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곡들을 천재적인 감각으로 잘 만들었다. (가령 KBS 스포츠 뉴스에 타이틀 뜰 때 중독성 강한 시그널이라든가, 전주만 들으면 모두 청춘이 되어버리는 '그대에게' 등 한번 들으면 안 잊히는 곡들)

환경콘서트를 집에서 TV 라이브로 보진 못했고, 당시 그 앨범을 팔았기 때문에 내 경우엔 테이프로 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이후에 나이가 들어 유튜브에 당시 녹화 전량이 풀려 있기 때문에 오히려 라이브 무대는 근래에 더 많이 보았다. 지금 보아도 여전히 각각의 개성이 살아 있다. 우유곽으로 네온 데코를 한 무대도 멋지고, 가수 개개인의 패션도 그렇다. 키보드를 치는 정석원이 뒤로 짧게 묶은 머리하며, O15B 객원이자 뮤턴트 김태우의 두건과 선글래스, 윤상과 신해철의 단발머리 등. 당시 청소년들에게 해방의 아이콘이라고 할 만한 모습들이 그 무대에 가득하다. 후렴구의 서태지와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시절 하늘의 별을 걱정하던 세대는 이제 중년과 노년에 접어들었다. 그때 임백천 MC는 나중에는 생수도 음료수 캔처럼 자판기에서 사먹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농담 반, 진담 반 걱정스러운 멘트를 했는데 현실이 되었다. 90년대에는 물을 사먹는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물을 안 사먹는 게 더 이해 안 가는 시대가 되었다. 가수들이 한데 모여 환경을 걱정했던 무대, 지금 그들이 그대로 다시 뭉쳐도 좋고, 지금 또 다른 가수들이 그때처럼 뭉쳐서 환경을 노래해도 좋겠다.

얼마 전 환경 영화제에서 케이팝 팬들이 만든 짧은 단편을 본 적이 있는데, 그들은 현재 케이팝 문화에서 포토카드를 얻기 위해 여러 장의 씨디를 구매하고, 씨디를 듣지 않은 채 방치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비판했다. 실제로 씨디를 소장용으로만 갖고 있을 뿐, 다른 구즈를 얻기 위해 구매를 하는데 그렇게 낭비되는 플라스틱이나 여러 포장재들 쓰레기에 대한 문제를 짚은 다큐였다. 최근 조공 문화에서도 마음만 받겠다는 스타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과잉 포장과 이로 인한 자원 낭비, 이게 꾸준히 화두다. 나 역시 소유욕이 점차 사라지고 있고, 또 소유욕이 올라오면 누르는 터라,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꾸준히 좋아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작은 실천이라도 하려고 과도한 데이터 사용량을 줄여보려는 게 목표인데, 그게 늘 쉽지 않다. 콘서트를 갈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텀블러를 들고 가는 등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꾸준히 지켜야겠다.


https://youtu.be/jc3VQw2npfg?si=tdP4kC2JxP_IR9DR


https://youtu.be/yNQVuvYzVgc?si=gUzfHsdF7ayao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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