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그 시절 내가 사랑했던 가요
https://youtu.be/ZxZmkgis35E?si=YHdZePNB6cxwLaaU
친구 관계에 의미를 많이 두던 어린 시절, 이상은의 ‘언젠가는(1993)’을 들었다. 친구가 마음을 몰라주거나 다른 친구와 더 친하게 지내 속상할 때, 이 노래를 들었다. 철없을 때 들었던 곡. 듣자마자 좋았던 노래이기도 하다. 가수 이상은은 담다디로 데뷔해 댄스 가수인 줄 알았는데, 발라드나 포크, 실험음악 모두 다 잘했고 또 잘하고 잘할 것 같은 이다. 남들을 위해 먼저 포문을 연 퍼포먼스랄까. 지금 봐도 감각적으로 세련된 의상이나 무대 매너 등을 90년대에도 이미 보여줬다. 나이가 들수록 관록이 늘어가는 아티스트이기도 하고, '홍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수이기도 하다. 얼마 전 무대륙 카페에 갔을 때도 사진이 붙어 있어 너무 반가웠다.
30년이 지나도 현재 진행형인 가수. 그런데 이미 어린 시절에 인생을 달관한 걸까.
어떻게 이런 가사를 쓸 수가 있지? 삶을 이미 멀리서 더 멀리 예견해버린 가사인 것만 같다.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이 노래를 들으며 우정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 친구는, 몇 십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친구다. 서로 각자의 생활을 사느라 90년대처럼 자주 보진 못하고 1년에 한두번 보더라도 우린 친하다고 생각한다. 그땐 질풍노도의 사춘기였고, 지금은 완숙해져야 할 어른이다.
노래도 친구도 내 옆에 그대로 있다. 많은 게 달라졌지만, 인연인 친구는 오래 가고, 좋은 노래 역시 오래 남는다는 건 진실. 몇 해 전 부산국제영화제로 찾은 기차역에서 이 노래를 우연히 들었다. 해운대에서 블루라인 해변열차를 타고, 종착역인 송정에 내렸을 때였다. 옛날 철로를 건널 때 ‘언젠가는’이 들렸다. 송정 바닷가역에서 울리고 있었다. ‘언젠가는’.
어린 시절엔 몰랐다. 떠날 인연은 떠나고, 계속 이어질 인연은 이어지는지를. 인위적으로 하면 되는 건 줄 알았다. 노력하면 다가오고, 밀어내면 밀치는 건 줄 알았다. 만남이나 이별이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었는데, 그건 더 살아봐야 알겠지만 점점 더 만남에는 운명론적인 사람이 되어간다. 밀쳐도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는 인연이 있고, 오래갈 줄 알았지만 뜻밖에 쉽게 돌아서버리거나 자연스레 멀어지는 관계도 있었다.
불교 법화경에 나오는 ‘회자정리(會者定離)·거자필반(去者必返)’을 그대로 담은 노래, ‘언젠가는’....
관계에 부대끼거나 지칠 때 들으면 좋은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