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내가 사랑했던 가요
https://youtu.be/Gu-fCnYs_Bg?si=4ntw_SgCFIozhy8Z
90년대 전람회와 지금의 김동률 노래를 계속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성숙해지는 줄 알았는데,
딱히 그게 아니란 걸 느낄 땐
좌절스럽기도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하나는 해결되었다.
혼자 삭이는 법을 익히는 것.
그리고
감정기복에 휩쓸리는 빈도 수가 잦아드는 것.
으레 그려려니 받아들이는 것.
스스로 내부에서 올라온 것이라면 그 감정에 솔직해지려 하지만,
외부적 환경에 대해서는 절제를 하고 신경을 덜 쓰는 편이다.
중심을 잡기 위해 애쓰는 이유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짧게나마 내적 평화를 얻는 까닭이다.
그리고 그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도 없는"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어떤 존재나 꿈이나,
그런 것들을 떠올린다.
"알 수 없는 힘이 되는" 어떤 기억들을 말이다.
그리고 후회도 해보고 심지어 반성도 해보고,
그러다 덧없음에 이르면
다소 마음이 누그러든다.
자기성찰 끝에 찾는 김동률 목소리.
왜인지,
그의 음성은 한결 같아 안정감을 준다.
90년대에 전람회를 들을 땐 너무 성숙한 음악이라 생각했다.
2000년대 김동률을 들을 땐 너무 원숙한 음악이라 생각했다.
지금도 계속 듣는 김동률.
언제나 그 자리에서 깨달음과 위로가 된다.
어떻게 그때도 지금도
시간이 흘러도 한결같이 속깊은 정서를
노래로 보일 수 있을까.
세상도 너무 변했다.
유행도 일상의 패턴도 급박하게 달라진다.
지금 시공간의 매력은 계속 변해가는 것.
그런데 김동률 목소리와 노래 정서는
고전이나 고궁처럼 언제든 다가갈 수 있는 거리에 그대로 있어주는 것만 같다.
빨리 도망가지도, 부담스럽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호들갑스럽지도 않으며 변덕스럽지도 않다.
혼자 삭이고 ... 깨닫고 ... 견고한 내적 중심을 쌓아올린 대상 같다.
어느 한 시기, 시절, 계절, 시간을 김동률 노래만 듣곤 하는데,
이번 계절은
틈만 나면
김동률 '산책(2024)'과 전람회 '하늘높이(1994)', 1993년 대학가요제 수상곡 '꿈속에서'를 번갈아 듣는다.
이젠 전람회는 한 분의 부재로 애틋하고 그리운 밴드가 되어
사실은 없지만 그래도 있는 것만 같은,
아니 노래로 언제라도 영원히 존재하는 그룹으로 남았다.
나이가 들어도, 아니 들수록,
여전히 감정의 과부하로 일상의 슬로모션을 자주 거는 나로서는,
전람회나 김동률의 노래가
음악으로 감정 조절이 되는 친구로 내내 함께 있다.
사람으로 보면 되게 점잖고 세련되어
조금 다가가긴 어려운데,,
허물없이 친해지지는 않더라도 어느 한 때만이 아니라,
계속 옆에 두고 싶은 사람이랄까.
그런 오래된 지인이 전람회 느낌이다.
전람회 데뷔 초기,
교실 친구들과 '전람회 알아?', '전람회 들어봤어?' 하며
그들 노래를 테이프로 듣기 시작했다.
학교 영자신문사에서는 전람회를 인터뷰해 기사로 싣기도 했는데,
그걸 오려서 스크랩해두기도 했다.
내가 간 건 아니지만, 전람회 앨범을 소개하는 인터뷰가 좋아서였다.
어린 학생들에게도 정중히 대하던 그때 그 시기의 전람회.
그 시기 공일오비, 넥스트, 전람회 음악앨범이 친구들 사이에서 생일 선물로 많이 쓰였는데,
가령 공일오비는....남자가 여자에게, 여자가 남자에게,
딱히 성별 구분 없이 선호도가 비슷했던 것 같은데
넥스트와 전람회는,
묘하게도
넥스트가 남학생 쪽, 전람회가 여학생 쪽에 좀 더 치우친 인기가 보였다.
신해철은 마치 형 좋아하듯이 신봉하는 주변 남학생들이 보였고,
전람회는 약간 짝사랑하듯이 여학생들이 선배를 선망하는 느낌이랄까.
(아닐 수도 있다. 내 주변이 유독 그랬을 뿐 ㅎ)
또한 지역적 느낌도 있는데,
내게 넥스트는 서울의 강북 느낌, 전람회는 강남 느낌이었다.
약간 거친 매력이 전자였고, 도회적인 매력이 후자랄까.
나이가 들어 그 정서의 차이가 대체 뭘까,
혼자 떠올려 보곤 했지만, 딱히 이유를 찾진 못했고,
어쩌면 단순히 사적인 경험의 발현.
강북쪽 거주 친구들과 교류할 때 넥스트 노래를 들었고,
강남쪽 거주 친구들과 교류할 때 전람회 노래를 들었던 탓일 수도 있다.
어떤 노래를 계속 듣던 때의 환경이나 친구가 중요한가 보다.
서울 어느 지역 느낌이든간에
지금도 출퇴근길 도시 어디서든 넥스트, 전람회 앨범을 듣는다.
넥스트는 신해철이 세상을 떠나고 트리뷰트 공연을 하기 때문에 갈 수 있고,
전람회는 갈 수 없지만,
김동률 공연은 '지금' 가고 싶다.
물론 티케팅이 너무 어려워, 몇 년 전 공연도 예매 실패했지만 말이다.
지금은 24년의 신곡 '산책'으로 만족하고 있지만.
아직 영혼이 어린 날.
기어코 라이브를 보고 싶다. 다음에 콘서트 예매창이 열리면,
그땐 꼭 행운이 따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