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내가 사랑한 그룹, 듀스
https://youtu.be/vxQtR4Dr6ko?si=odJdPBtqjxdtIUYU
여름하면 듀스다. 다른 계절에도 나름대로 듀스 음악은 어울리지만, 왜인지 여름의 청량감과 듀스는 동의어 같다. 유재석, 이효리, 정지훈 ‘싹쓰리’의 <여름 안에서>도 여름(2020)이었다. 퇴근길 이현도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그의 작업 일지를 둘러보면서 90년대와 2020년대가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성재(1972∼1995)의 아름다웠던 청춘 그리고 비극이 그 안에 있지만, 또 과거의 노래가 남아있고 새로운 노래가 나온다. 이젠 AI 기술로 과거 김성재 목소리로 듀스의 4집이 발매된다고 한다. 팬들도 그렇고 힙합 애호가들에게도 이래저래 애틋한 소식이다. 챗지피티마저 듀스가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힙합 문화는 5년 정도는 뒤쳐졌을 거라고 진단해주었다. 듀스의 음악사적 가치에 대해 물어봤더니, 길고 긴 장문의 글 끝에 결국 새로운 힙합 문화의 탄생이 늦어졌을 거라는 가정법을 들려줬다.
듀스는 당시에 너무 세련된 느낌이라서 90년대 학생들의 탈출구였다. 나는 퍼포먼스보다는 주로 음악만 듣던 습관이 있었지만, 듀스는 떠올리면 의상부터 먼저 생각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유롭게 흘러내리던 옷차림을 잊을 수 없다. 모자, 선글라스, 힙합 바지, 티셔츠, 귀걸이, 벨트 ... 갖가지 패션 아이템의 선두주자였다. 그렇게 하고 다닐 수는 없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해방감을 느꼈다. 특히 귀걸이나 선글라스가 멋있었는데, 이후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귀걸이를 해보라고 설득하다 포기했다. 가끔 그 친구의 친구가, 웬만하면 귀걸이 좀 해 봐, 그 부탁을 한 번 못 들어주냐라고 술자리에서 말하던 때가 떠오른다. 하지만 젠틀한 상남자 스타일이 귀고리를 하는 건 스스로 납득을 못했던가 보다. 가까운 이 중에 귀걸이를 한 남성을 그 시기에는 좀처럼 보지 못했지만, 그래서인가. 현실과 달라서인지 듀스의 패션을 좋아했다. 당시 <스톰>이라는 패션 브랜드가 인기였는데 그 브랜드에 김성재나 소지섭, 송승헌, 김남진 등이 화보 모델로 등장하곤 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그게 과감함이었던 것 같다. 쉽사리 주변에서 볼 수 없던 아이템들을 자신있게 걸쳤던 것. 퍼포먼스의 매력을 증폭시켰던 패션. 지금도 가끔 옷을 멋스럽게 소화하거나, 튀게 입었지만 자연스럽게 느껴지면 듀스의 패션이 겹친다. 유난스럽지만 배경에 잘 섞여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패션.
무더운 여름, 지금 그때의 듀스 감각이 되살아나면 어떤 걸까. 궁금해진다. 듀스의 새 앨범이 나오면, 그때의 추억에 더해 미래의.시간이 녹아든 노래를 내내 듣고 있을 것만 같다. 시대를 앞선 음악, 또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