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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그 시절 내가 사랑한 가요

아주 오래된 연인들

by 레아

요사이 음악 어플 멜론에 접속하면

대문부터 내가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가수의 신곡 소식이

보이니 무척 반가웠다.

<아주 오래된 연인들> 015B 곡과

월간윤종신 등용문 소섬 <이렇게 하자>

두 곡 다 에이아이 뮤직 비디오가 추억을 부르는 분위기다.

심지어 <아주 오래된 연인들>은 곡 뒤에 테이프 들을 때처럼 다음 곡 전주를 몇 초 연장시켜 더 설레게 했다.

1번 트랙 다음 2번 트랙... 그렇게 연이어 한 앨범을

내내 듣던 아날로그 시절 느낌을 환기시킨 것.

너무 센스 있는 선택이자 선물이다.

아주 오래된 연인들은 1992년을 풍미했던 곡이다.

그 곡이 발매되고 공일오비는 롯데 아몬드 빼빼로 광고 모델을

했는데, 지금도 빼빼로데이에 가장 맘에 드는 빼빼로는

오리지널과 아몬드다.

공일오비 사진 박힌 엽서를 사러 하굣길 딴 동네까지

산책을 가기도 했다.

김태우 보컬의 굵직한 저음이 너무 좋아

나중에 그가 만든 <뮤턴트> 밴드 노래도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들었다.

이번엔 김태우 목소리를 AI기술로 정석원 음성에 입혔다.

시간을 거슬러 듣는 노래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팬 서비스나 다름없는 곡이다.

지금은 아마도 김태우는 목사님으로 지내고 계시는 것 같다.

예전에 불타는 청춘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열심히 시청했다.

거기선 공일오비 앨범을 녹음했던 논현동 건물을

찾아갔고 그 주변인지 그 자리의 중국집에서

장호일과 김태우가 대화를 나눴다.

사람은 좀처럼 잘 변하진 않더라는 얘기가 와닿았다.


윤종신은 고독한 매력이 있다. 사람은 좀처럼 잘

변하지 않는다는 건 보는 시선도 그런 것 같다.

나는 어릴 적에 윤종신의 고독한 이미지가 좋았는데

(예전엔 더 처연한 곡 예를 들면 너의 결혼식, 오래전 그날 같은 곡들? 그런 곡들을 무대에서 굉장히

고독한 분위기로 불렀다.)

윤종신 노래는 다 깨달은 사람 같은 현자 느낌의

곡이 많고 아무리 밝아도 또 내겐 슬프게 들리는

약간의 주술적 효과랄까 ^^

그런 게 생긴 것 같다.

소섬의 <이렇게 하자>는 청량감이 물씬 풍기는

시티팝인데 묘하게 내겐 참 슬프게 들렸다.

가사를 곧이곧대로 들어서일까.

사랑했던 사람이 떠오르기도 하고.

"사랑했던 몇 계절로 만족하자."

'"아무 기억도 없는 사이가 되자.

아무 미움도 없는 사이가 되자.

길을 가다 스치면 슬쩍 웃는 사이 되자.

서로의 안부로 흐뭇한 사이 되자.

나중엔 무덤덤한 존재가 되자.

말할 수 있어. 다 비웠으니깐..."

이런 게 착한 이별의 대표적인 인사인데,

이런 정조가 윤종신 곡 곳곳에 가득하다.

떠날 사람 앞에 두고 착하게 잘했다고 위안하는 것.

하지만 이런 건 후유증이 너무너무 클 때라야

폭풍이 지나가고 나서 할 말이기에

윤종신 사랑 노래는 대개 슬픔으로 귀결된다.


마음을 곧이곧대로 표현하지 않는 나이에 이르러서

들어 더 슬픈 건가.

10대나 20대가 들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학창 시절 학교 축제에서

김태우 뮤턴트와 윤종신 무대를 본 적이 있다.

그게 내 인생 첫 라이브 무대를 본 것이기도 하고,

그 이후로 공일오비와 윤종신 공연은 거의 거른 적이 없는데


이들의 신곡이 버젓이 음악 어플 대문을 노크한 게

나로선 이번 주 가장 뿌듯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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