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 시절 내가 사랑했던 가요

토이, 스케치북(feat. 윤종신, 김장훈)

by 레아

숏, 미드, 롱 ... 이젠 집중력의 정도에 따라 골라 보거나 골라 들을 수 있는 콘텐츠들이 풍부한 시대다. 나는 여전히 '롱'에 익숙하지만, 가끔 '숏'을 정신없이 찾을 때도 있다. 스트레스에 잠겨 있을 때인 것만 같다. 순간적인 이미지나 글들을 인스타 같은 데서 정처없이 보다보면 문득 자각을 한다. 지금 내가 무엇 때문에 문제를 겪고 그것을 왜 해결해야 하는지, 넘쳐나는 정보들 속에서 오히려 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과한 데에서 무의미함을 깨닫고, 다시 거기서부터 차근차근 원인을 찾게 된다.

오랜만에 산책을 했다. 평소라면 빠르게 걸었을 곳을 매우 천천히 걸었다. 그러다 보면 새삼 안 보이던 것들도 보이게 되고, 미뤄왔던 생각들도 정리를 좀 하게 된다. 부정적인 느낌으로 가득 찼던 것들도, 조금씩 희망적인 분위기로 렌즈를 갈아 끼운다. 염세적으로 바라보던 것들도 약간 거리를 두고서, 긴 세월에서 보면 별 거 아닌 것으로 작게 만든다.

수없이 쏟아지는 말과 영상의 홍수 속에서 조금 비켜 나와, 천천히 걷는 와중에 떠오르는 긍정적인 기분에 집중하고 이 마음을 유지해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어느날 그 좋은 마음이 사라지면, 다시 걸으면 된다고. 그렇게 스스로 다짐한다.

그럴 때 함께 듣는 노래 - 유희열의 <스케치북(윤종신, 김장훈 노래, 유희열 코러스)

https://youtu.be/E9LnoXOWXkY?si=wWt-_dswVmDR6K28

처음 앨범이 나와 테이프로 들었을 땐 마냥 순수한 노래라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더 나이가 들어 사회에 찌들고 일상에 시달리며 들었을 땐 이런 얘기를 일방적으로 해주는 이 곡이 고마웠다. 더더 나이가 들자 일부러 찾아 듣는다. 이젠 나이가 들수록 어떤 데에 서툴면 그게 괜찮다고 해주는 이도 줄었고, 하루를 어떻게 쓰든 그건 내게 전적으로 달린 일이 되었다. 나이가 주는 책임감이라 해야 할까. 그럴 때 스무살 좋아했던 노래들, 예전에 좋아했던 음악 프로그램(유희열의 스케치북)들이 여전히 어른 아이로 다시 네가 그리고 싶은 대로 네 인생을 그려도 된다고,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준다. 어쩌면, 예전에 좋아했던 노래들은 결국 내가 살고 싶은 방향이나 지향점을 그려주는 역할을 해줬던 게 아닐까.


"걱정하지 마. 네 작은 꿈들을 (칠할) 하얀 (공간) 아직까지 충분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90년대 그 시절 내가 사랑한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