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해 보이는 흔들림

2020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평안하게 하라]

by 레아

심리학자가 쓴 <감정회복력>이라는 책에는 전문 카레이서였던 '제프 고든(Jeff Gordon)'의 말을 인용해 감정의 방어력을 키우라 강조한다.

"무서울 것 없는 사람이 훌륭한 카레이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통제력을 벗어나는 상황에 놓여 있어도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죠."

저자는 '정서적 평형 상태'를 갖기 위해서는 카레이서와 같은 적응력, 언제 닥칠지 모르는 어떤 불안 요소들에 대해 적응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언급하고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데 섬세해지도록 설득한다.


2020 공연예술 창작산실(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작 지원 프로그램) 첫 작품인 무용 [평안하게 하라]를 보면서,

지난 여름 읽은 도서의

불안을 상쇄시키는 방법에 대한 메시지들이

겹쳐 떠올랐다. 언어로 모호한 기분의 감정을

단어로 짚어내보면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듯이,

춤 역시 어떤 한 몸이 품고 있는 불안들에 움직임을 부여해

일정 정도 타인, 퍼포머들 간 교류가 오고가면

그 감정을 쓸려보내듯 보여서였다.

불안정한 코로나 시기를 사는 지금을, 무용은 흔들리는 물체를 이고 이동하는 무용수의 자세라든가 불안하게 느껴지는 음악이나 눈빛 등으로 드러낸다. 추상적 흐름에서 무용수 개개인이 지닌 내적 동요나 혼란은 알 리 없어도, 이들이 만들어낸 분위기는 여실히 불안하다.

그럼에도 불안정한 움직임이 켜켜이 쌓이자, 말미에 이르러 안정감을 주는 상태에 이르렀다. 익숙하고 친숙해져서였다. 게다가 온라인 시청 중 실시간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각자 느낌들을 공유했고, 그 짧은 멘트들이 무용과 섞여 묘한 외적 효과를 발생시켰다. 점점 관객들이 흔들리는 몸짓에 매료되어, 아슬아슬하다던 음향이나 리듬감을 기다리며 적극적으로 관람하고 있었다. 결코 평안할 것 같지 않은 어두운 분위기도 평형 상태를 유지하는 무용수 움직임이 모두 지워나가고 있었다.

불안의 그림을 그리고 그 안에 다시 평온을 찾아가는 이들, 퍼포머들을 보면서 몸은 내면을 드러낸 그릇이지만 결국 몸의 균형이 내면을 단단하게 하는 갑옷 같은 것이란 생각을 했다. 불안이 영혼을 잠식할 만한, 감정의 한계치라는 것도 단단한 껍데기 안에서 흔들리듯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평안하게 하라]가 내게 선사했다. 실체 없는, 아니 모르는 불안에 형상을 부여하고 그것을 다스릴 수 있는 어떤 인간적 힘의 자락을, 무용수들 움직임이 표현해내는 듯했다. 무용을 보고 있으면 가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이들끼리도 점점이 얽혀있다는 가느다란 끈이 느껴진다.

강한 정신을 위해선 우선 근육의 회복력을 키우라는 권고마냥 다가온 퍼포먼스. 평안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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