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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악기, 그림책
서로서로 곁에서 동화 짓는 춤
by
레아
Jan 1. 2021
어떤 공연은 계속 밖으로 나가게끔 부추기는가 하면
또 어떤 공연은 '집으로' 가고 싶게 만든다.
그 집은 물리적인 집이기도 하고
내 방 같은 존재, 무심히 있어도 숨 쉴 만한
살아있는
대상일 수도 있다.
2020 크리스마스 즈음 <과일, 악기, 그림책>을 보면서
이 무용은 집에 있어지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따뜻한 간접 조명이 켜진 거실 옆에
조그마한 비밀 아지트가 있고
그 안에 테크니컬한 예술적 세계로 변신할
모티브가 가득하고,
알고 보면 익숙하지만 실은 '놀다 지쳐 잠들만한'
위대한 재밋거리들이 숨겨져 있다.
무용수들이 제목처럼 과일과 악기, 그림책을 소재로
저마다의 춤을 춘다.
감귤도 바나나도 빛을 발하고 미니 피아노도 우크렐레도
그림책들도 춤과 함께 그 안에 동화된다.
아이들의 세계와 가까운 통로이나 어른이 보아도 무방.
누구나 한때는 아이였고
자기만의 다락방, 창고,상자
이런 것들이 생각날 테니 말이다.
코로나 시국이라 관객들이 아닌,
객석에는 인형들이
놓여 있었고 무용수들은 한 명 한 명
이야기를 짓고 있었다. 동화 작가들이 글과 그림으로
한 권의 책을 완성한다면
이들은 움직임으로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들고 극장 안에 살아있는
그림책을 지었다.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전령처럼
혹은 산타처럼
웃음을 머금고 각 장마다 편안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집 안 재료와 함께 하우스 파티를 벌이듯
환대의 초대를 춤으로 이어갔다.
이전 겨울 2019년 12월에 초연했을 때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그 무용에 직접적으로 반응했는데
이번은 무용수들끼리의 리액션이
영상 기록물 특성 탓에 좀 더 직접적으로
강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한 명 한 명
더 친절한 스토리텔러 같았다.
무용 안에 배경이 된 집과 그림책들도
어쩌면 이 시기에 더 맞는
자발적 격리의 분위기를 보였다.
그럼에도 가장 아름답던 장면은
각자 테마와 소품을 갖고 춤에 집중하던 댄서들이
어느 동화 속 안에서 이야기 말미에
더불어 존재할 때였다.
과일, 악기, 그림책과 그리고 사람.
타인에게 냉소적이 되어가는 어른이나 코로나로 지친 어린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다.
유튜브에서 검색해 보았던 무용.
성수아트홀 혹은 성동문화재단으로 키워드를 치면
상위 목록에 뜬다.
각 지자체의 공공 문화재단들이 집에서 볼 수 있도록
각종 공연과 전시를 무료로 업로드하고 있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알려지면 좋겠다.
행여 빨리 내려갈까봐 서둘러 감상했는데
일월 새해 첫날도 여전히 플레이 되고 있다.
다시 감상하고 싶은 작.
과일, 악기, 그림책.
유튜브 성동문화재단 채널에서 상영 중인 어린이 무용극 '과일, 악기, 그림책'
2020 과일,악기, 그림책 포스터
2019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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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무용
문화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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