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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의 비극
그래도 X의 희극이기를
by
레아
Mar 22. 2021
다리를 뻗고 쓰러져 있는 형상의 포스터에 이끌려,
<엑스의 비극>이라는 연극을 보았다.
완전히 힘을 뺀 채 누워 있는 사람.
그는 공연 안에서도 시작과 끝을 제외하고
거의 누워 있었다. 회색 요가 매트 위에서.
동시에 내내 입과 전신 꿈틀거림만이 살아남아 있었다.
엑스의 비극은 번아웃된 엑스세대 한 인간이
신체 활동의 파업을 스스로 선고한 채,
집에 누워만 있는 얘기였다.
벌레가 되어버린 그레고르 잠자처럼
하릴없이 눈밖에 놓여버린
커다란 몸뚱이가 되었다.
그런 그를 둘러싸고 어머니와 아내, 절친,
아들, 아들의 과외 교사가
번갈아가며 그의 처지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얘기하고
그가 일어나야 할 이유들을 설파하기도 하고,
때론 극단적 선택을 종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는 누군가의 죽음을 겪고
,
뿔뿔이 흩어져 결국 해체되고 마는
가족들 앞에서
그토록 쇠했던 기력이
결국 생의 의지의 방증이란 것을 깨닫는다.
국립극단 홈페이지 공연 소개 중
무대에는 덩그러니 몇 개의 바위들이 놓여 있고
배우들 각자의 소품이 있다.
각기 인물의 사연이 깃들었을 만한
일상의 소품들.
시작지점,
객석 시선 기준으로 오른편엔 인물들이
차분히 정자세로 의자에 앉아 있고
왼편엔 소품들이,
그리고 나머지
평면의 공간 안엔 의자와 바위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주인공의 멈춘 활동처럼 돌아가지 않는 시계와 함께.
이들의 무대는 오락실 커다란 게임 스크린이나
모빌 상자 같았다.
각기 고정된 행동 패턴을
자신의 소품을 들고
같은 동선을 그리며 반복
하
던 까닭이다.
쓰러져버린 번아웃 주인공은 일자로 정적 태도이나,
(누워서 말을 너무 잘한다 -.-)
부인은 계속 아이를 재우는 포즈 등을 하고
친구는 카드를 들이밀며 돈 얘기를 하고
아들은 펜을 쥐고 계속 암기하듯 뭔가를 써내려 간다.
어머니는 의자를 쌓고 지난 세월을 말하고
과외 선생은 울분에 잠겨 무대 뒷면 벽을 쿵쿵 친다.
저 반복되는 포즈 속에서,
나는 불일치하는 평범한 일상을 떠올렸다.
우리는 힘든 것들에 치여 있을 때도
자기 몫의 무언가를 위해 계속 달리고 있고,
하기 싫은 것을 말할 때도 상대가 필요하고
입은 살아 있다.
속을 들여다보면
삶을 놔버린 듯 싶지만
포즈로는 끝없이 힘이 들어가 있는,
언행불일치 인물들을 보면서
대상에 대한 감정이나 사적 기분은 늘 복합적이라
ㅋㅋㅋㅋ 문자를 보내는 그 안에 ㅜㅜㅜㅜ 가 숨어 있고
ㅠㅠㅠㅠ 문자를 보내는 그 안에 ㅎㅎㅎㅎ 가
숨어 있을 수
있음을 떠올렸다.
죽고 싶어요,가 살고 싶다는 말일 수 있고
나는 행복하다는 과잉의 자기애가
나는 불행을 감추고 있다는 것이 될 수도 있음을,
인물들의 과장된 포즈를 보며 생각했다.
특히 입시에 시달리는 학생이,
부모의 무기력함과 일탈에도 불구하고
너무 씩씩하게 걷는 것,
또는 티나게 쓰러져버리는 것 등이
아픔을 보아달라는 호소로 보였고,
죽음과 삶의 경계에 골몰하며
자기합리화에 빠진 대학생이
힘있게 롤러를 타는 것이,
그 연쇄 고리 안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으로 보였다.
카카오톡 움직이는 이모티콘처럼,
인물들은 각자의 현 특성과 과거 상처를
두드러지게 포즈로 호소하고 있었다.
극장을 나서며,
엑스라는 변수,
도통 일어나려 하지 않는 남자는
엑스가 아니라 오히려 결과값 와이로 느껴졌다.
그는 주변에 한순간 민폐가 되어버렸으나
또 결과적으로 자신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던
것들을 상기하다 자기만의 우물에 갇히었다.
(그게 소품상 요가매트라는 것은 조금 익살스럽기도 했지만.
)
그가 느낀 고통은 자신이 과도하게 자신을
연민한 까닭인 듯
도
했다.
이때 변수 엑스는 주변 사람, 관계일 것이다.
한 마디씩 던지는 친한 사람들.
어떤 알 수 없는 인연에 의해
주변에 있게 됐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이유 있는 사람들.
그들 때문에 그는 결국 다시 일어설 수밖에
없을 테지만
여전히 그가
너무 많은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
모호한 부채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느끼는 무게감,
거기서 버려지고 또 버리는 감정의 결에 따라,
이후의 삶이 흘러가겠지.
서울역 극장에서 일호선을 타고.
시청에 내려 이호선을 갈아타려던 길
,
나는 간 피로회복
영양제 광고를 보았고
주인공에게 이 약을 건네며
제발 좀 일어나! 라고 따끔하게 혼내주고 싶었다.
이런 나는 결국 기성세대인가,
반성도 하며
주인공에게 건네는 맘 속 호통은 나에게 말하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나
극중 극단적 선택을 한 20대가
너무 안쓰럽게
맘에 남았다.
내가 이십대에 아이엠에프를 맞이해.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어른으로서의
비애를
당
시 그 나이로 느꼈다면 지금 코로나에
성인 길목 혹은 사회 초년생을 맞이한 이들
도
세월의 시차를 두고 비슷한 아픔을 느끼겠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좀 더 살펴 보면 순간 순간
우스웁고 익살스러운 일들도
그 사이에 끼어들었고
그런 틈새에서 느꼈던 잔기쁨도
어딘가 스며들어 사라지진 않더라.
그러니 살자 말해도 라떼일까
.
뻗어버린 주인공과
주변 인물의 사이사이 등판,
그리고 절도 있는 포즈.
이런 것들이 웃픈 시간들을 떠올리고
,
일어나고 싶게끔 만드는 충돌질을 했다.
제목도 내용도 원래는 엑스의 희극이길 바라며.
P.S.
문득
!
내내 뻗어 있던 주인공
이
동병상련을 나눌 인물로
1960년대 김승옥 소설 <역사>에 등장하던
서씨가 떠올랐다.
밤마다 동대문 도성 안 바위를 옮겨다 놓으며
가난하지만 자신의 존재
를
돌 들기로
증명하고,
원초적 생의 의지를 발하던 힘센 이.
힘자랑도 무력감도 어쩌면 다른 방식의
존재 증명의 이유일 테니깐
,
왠
지
둘을 한 극장에서
조
우시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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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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