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트레인저

<1. 안녕하세요. 2.Hello>

by 레아


횡단보도를 건널 때였다.

신호등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는데

저만치 문득

쇠로고가 방향을 천천히 바꾸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바람개비보다 느리게 돌아가며

시선을 끄는 벤츠 표시였다. 핸들을 본뜬 것인지 삼위일체의 종교적 뜻일지 궁금해져

신호등 앞에서 검색해보기도 했다.

땅, 바다, 하늘을 아우르는 최고의

엔진을 뜻하며

창립자가 꿈꾸던 바를 별의 세 꼭짓점으로 형상화한 것이란다.

지금처럼 단순명료해지기까지

몇 차례 월계수나 메르세데스 알파벳 등이

그 안에 들어왔다 나가기도 했다.


도시를 걷다 보면 뜻밖의 구조물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땐 잠시 이 공간이 시내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초대 받는 문이 열리는 하다.

헬로우 스트레인저.


지하철 역 이름 중엔

1호선 신이문역과 7호선 이수역이 있는데,

그곳은 이름이

지금과는 다른 출구, 새로운 물길 같아 좋.

그런 역이름 느낌의 형상들이

불쑥 나타나는 순간이

있다.


며칠 전엔 백화점 옆을 걸어가다가,

도심에서 건물과 건물 사이

미니 건담처럼 자리잡은 부속물이 시야에 잡혔다.

역시 인사를 건넨다.

팔이 긴 우아한 자태로.

잠실 롯데타워 맞은 편 미세먼지 속 거대로봇




길에서 갑작스레 나타난 조형물도 반갑지만

미술관 밀폐된 공간에서 다른 시간을 꿈꾸게

만드는 구조물들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로 감사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0> 제2전시실 김민애 작.

최근에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2020 전시장에서

구경한 김민애 작가 작품이 그랬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음에 린 건 청각이었다. 빌리조엘의 더 스트레인저가 르고 있었다.

적막한 가운데 들려오는 휘파람 소리.

순간 시간이 몇 십 년은 뒤로 러갔다.

티브이 광고에서 이 멜로디가 참 많이 쓰였다.

전시장을 나와서도 계속 노래가 생각났다.

며칠간.

그리고 눈에 들어왔던 건 층고 높은 공간,

시원해뵈는 유리창,

천장 아래 띄엄띄엄 꽂힌 미사일 형체의 구조물이었다.

친구의 말을 듣고 다시 보니 거대한 펜들.

마치 어릴 적 다락방에서 느꼈던 기분 같은 것?

가장 소중한 것들만 추려놓고 무언가 꿈꾸는

어린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고,

어른이 돼서는 설레는 극장 느낌이 따라오기도 했다.

혹은 내 방에 이토록 몇 가지만 남기고

모두 버린다면 무엇을 추릴까, 하는 물음도 했다.

작가가 설치해놓은 목재 구조물과 초록 인조 풀밭

앞에선

몇몇 공연이 보고 싶어졌다 .

국립현대미술관 제2전시실에 설치된

김민애 작가의 작품들을 러보다

짧고 강렬한 개인적 여행에 잠겼다.

눈 앞에 보이지 않는 퍼포머들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거나 글을 쓰거나 낭독을 하는 등,

온갖 향연이 일어날 법한 장소처럼 느껴진 까닭이다.


특히 오른편에 놓인 이동할 것만 같은 흰 구조물과

그 위로 커다란 학처럼 자리잡은 들은,

처음에 말한 대로 거리에서 심코

마주치는 돌발적 설치물처럼 보였다.


기분에 따라 좀 달리 다가오는 것들.

마음을 투영해볼 수 있는 대상 말이다.

그저 투박한 쇠 막대기로 보일 때가 있고

바람을 가르며 고요를 부추기는 장치로 보일 때도 있고.

그렇게 시간마다 다르게 비치는 대상들처럼.


날아갈 듯 감춘 듯 저멀리 있는 것들이

외부빛과 어울려 숨통을 트이게 했다.

코로나19로 예약제이다보니 주어진 시간 동안은

온전히 작가의 공간을 빚질 수 있다.

며칠 동안 더스트레인저가 맴돌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제2전시실 작품 <1. 안녕하세요 2.H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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