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가가린

다시 도달하고픈 먼 비행 지점

by 레아


지구의 바깥을 본 이는

더 이상 안이 족스럽지 않다.

그가 다시 지속해 지니고 싶던 건 무얼까.


1961년 우주 비행에 성공한,

유리 가가린(이현호 역)의 삶은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경험을 한 뒤,
허무에 시달리는 한 인간 단면처럼 보였다.

너무 빨리 늙어버린 것 같은 그는

우주비행 이후 다음 훈련에서 생을 마감한다.


먼저 본 자로서의 지구 끝에 대한 소회은,
찬란한 발견 끝에
지상으로 내려오 거부하는 이,
환희에 찬 사람의 진술 흡사했고
비행마저 금지된 뒤 유명 인사로서의 활약,
여기저기 불려다니는 모습은

현대인의 분주함과도 맞닿아 있었다.
우주 비행 이후
어딘지 계속 멍해지는 가가린은,

정체성에 몰두하느라
현실에 부적응한 채

끝없이 겉도는 이의 모습과도 흡사했다.


"힘을 내요 가가린!"
세상의 응원 끝에
"그런데 어떻게?"라는 가가린의 반문은
이상을 좇기도 하지만

불안을 감내하며 버티는 이들의
이 시대 물음과도 비슷하게 다가왔다.


108분 간의 우주비행.
온갖 혹독한 신체 적응 훈련을 거고,
모두를 위한 하나로 비친,
신비로운 지구 형상에 몰입한 가가린.
그는 결코 평범한 땅 위에 다시
안착하지 못한다.
무엇이 그토록 가가린을
번뇌에 잠기게 한 걸까.


1934년생 가린.

(극 중 탄생 연도를 외울 수밖에 없도록 멜로디로 표현.)

비행 이후 방황하는 그의 모습을 보던 극장에서

1917년생 윤동주

시구절이 떠올랐다.


'내 백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그가 마치 하얀 뼈 껍데기처럼 느껴졌다.
구로 돌아온 의 육신은 죽어 있는 것이 마찬가지고,

그는 계속 다른 것을 꿈꾼다.

그게 그에게는 명확히도(?)

가히 너무나 물리적인,

바로 우주였을 것이다.

유리 가가린에게

제2의 고향,

또 다른 낙원은 지구 바깥, 온통 검은 가운데

또렷이 푸르게 빛나던 우주지 않을까.

비행을 과거시제로

진술해야만 하는 현실적인 날들에

그는 그곳이 계속 그립고

그의 조건 없는 꿈.

조종사였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을 것 같다.

지구를 본 그의 느낌만큼이나

그의 진짜 생각은 알 수 없지만.


백팔 분 간 지구를 순회했다는 그의

실제 인생이 궁금해졌다.


배우들이 과학자, 정치인, 예술인 등 다역으로 변해가며,

러시아 우주 비행사의 삶과

과거 천체물리학자들의 발견

연혁을 간단 명료히 추적해 90분 간 들려준 연극.

팝음악을 배경으로 모션과 허밍, 노래, 대사를

상황별로 이어 붙여 가며 ,

우주를 바라보던 이들의 인생을

지금의 평범한 사람들의 시간과도 겹치게 만든다 .

연극 유리 가가린.



공연을 보던 중 가가린의 삶을

압축적으로 대비한 곡 하나를 꼽자면

내겐

벨벳언더그라운드의 페일블루아이즈였다.

그의 고향이자 염원.

눈 앞에 아른거리는 창백한 푸른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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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고향, 윤동주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白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 곱게 풍화 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志操)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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