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zzy Jun 18. 2021

말하자면

기록보다 기억이 자라는 시간

사람들은 흔히 B와 D 사이 C가 있다 말한다.

Birth 탄생과 Death 죽음 사이 여러 선택들 Choice.

C와 D 사이 역시 마찬가지는 생각이 들었다.

씨는 Community. 디는 Disband

공동체 해체되는 그 사이에도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나이쌓인 무게인지, 어른 상처인지,

아님 

그저 무관심인지, 쓸모의 소실인지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구체화시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애증이  가운데 있다.

대학시절 활동했던 밴드의 다음 카페에서

얼마 전 카페 폐쇄 안내 메일다.

잊고 지내지만 또 종종 설레는 기억의 단면으로

에 깊게 새겨져 있는 어느 시간이,

방만하고 방대하게 기록된 커뮤니티였다.

단체 메일 내용인즉슨

설정된 기한 내에 주요 자료를 백업하라는 내였다.

이후 자동 폐쇄된다고.

문득 카페를 만든 이가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

그가 누구이든 과거를 리하거나

인터넷 디톡스가 필요 게 아닐까 싶었다.

연유는 몰라도 이해는 되었다.

그 안에서 가장 많은 글과 사진을 올린

나로서도 과거 기록을 들추어

사진과 글을 백업하는 게 바로 내키진 않았고,

짐짓 챙겨둘까 망설이던 사이,

이미 기한은 흘 이전 대화와 사진들은 사라버렸다.

그렇게 십 년 이상 기록물은 제 있었냐는 듯 제로.

그나마 다행인 건

추억이란 홀로 자라거나 사라지,

제멋대로 움직이 놔둘 때

 아름답단 생각을 기에

사라진 글과 사진 물질에

큰 의미를 두 않았다.  영혼만 남은 카페.


대학 시절 밴드가 기억의 깊은 부분에 박인 건,

시절 친구들이 구보다 순수하게 다가왔단  외에도

각자가 멋있어 보이고자

보이지 않게 노력한 까닭인  했다.

애쓰는 게 보이지 않게, 그러나 애쓴 게 분명 법한

멋짐들이 이십대 절정에 달했.

사실 30대 이후로는

무언가 내려놓는 것들이 많이 생기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자기 검증을 하는

일들이 그래도 좀 줄어드는 것 같았다.

조금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는 단계에 들어서지만

이십대 때는 아녔던 것 같다.

좀 더 그럴듯하게, 멋있게 보이고 싶고

그래서 밴드의 생활은 멋을 술독처럼 빠져

지낸 세월이 아닌가 싶다.

악기 연주도 그렇고 보컬 무대 매너도 그렇고,

연습도 필요하고 자기 믿음 역시

받춰져야 하는데, 아무렇잖은 듯 내색하지 않으

책임을 맡고 그게 한데 모인 합주에서

서로 맞아떨어질 때 미묘한 설렘을 느꼈다.

밴드의 옛 기억을 떠올리며

다음 카페와 이별한 후,

한 편의 청춘 멜로 영화가 떠올랐다.


타임리프 소재의 '너와 100번째 사랑'.

딱 봐도 멋있는 주인공이,

그 멋있는 걸 유지하기 위해 수도없이 타임리프를

한다. 그 점이 너무 와닿던 영화다.

시간을 되돌려 가장 적절하고 탁월한 선택을

하고자 애쓴 것.

물리적 시간은 한계가 있는데,

그걸 허구적으로 뛰어 넘는다.

특히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라면 더더욱.

시간을 거슬러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던 때로.

상대에게 쿨했던 때로.

너무 사랑해 어쩔 줄 몰라하던 때로.

끝없이 돌고 돌아

결국 현재에서 그는 상대의 마음을 졸이고

졸이게 만드는 이로 존재한다.

좋은 기억이 그런 것 같다.

되새김질하다 보면 한 10% 멋있던 사람도

50%, 99% 멋짐의 충전치가 올라가 있다.

사람만이 아니라 그때의 날씨나 그날의 기분까지도.

내게 타임리프 능력이 주어진다면,

첫 공연을 했던 초여름 6월의 마지막 날로 가보고 싶다.

첫 합주를 했던 어둑어둑한 학생 회관 과방으로.

사회생활의 별다른 상처나 방어기제도 형성되지 않았고

그저 사랑하는 사람만 생각하면 모든 게 다라

느껴서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안 보이던

철없지만 그 세계가 좋았던 시간.

밴드의 기록은 날아갔지만

여전히 나는 그 시절을 떠올리면

날아갈 것 같은 얼마 간의 느낌을

기억

그건 내내

자랄 것이다. 무한대로.


https://youtu.be/-dillGNjNz8





작가의 이전글 얼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