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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아프레스 Apr 25. 2021

광장 스타에서 자양 폴까지

한강 만 보 코스

*산책 중 우연히 떠오른 공연과 노래 생각을 남깁니다


스타벅스 광장동 지점에서 폴바셋 자양동 건대점까지

한강길을 따라 걸으면 1만 보 정도가 된다.

지난 주말 오전 멈춘 곳을 찾아가

그 지점부터 1만 보를 걸어 보았다.

주변 아차산 숲에 잠시 들러

새벽 정경을 감상했던 걸음수까지 합치면

대략 1만 5천 보 가량이 나온다.


스벅 광나루점 주말 내게 주는 선물 녹차 돌체 라떼

5호선 광나루역 근처에는 광진 숲나루 공원이 있다.

운동이나 나들이 삼아 나오는 이들이 많은 곳이다.

아차산을 한 차례 돌고

광나루역 방면으로 오면 만나는 길인데,

아차산을 돌지 않아도 아차산역이나 광나루역에서

큰 길을 따라 오르막길을 걸어 오르면 당도한다.


공원 초입 수레 국화 (센토레아)



이곳의 장점은 강동구 방면, 한 길로 주욱 펼쳐진

도로 풍경을 볼 수 있는 점이다.

오르막길을 한 차례 걷기만 하면

이토록 길게 트인 길을 감상할 수 있으니

기분 전환 효과가 큰 편이다.


광나루역과 아차산역 사이 숲에서 내려다 본 도로
야외무대가 있는 숲 휴식처

이 길을 따라

산으로 오를지 도시를 돌지

산책 경로를 선택할 수 있다.

나의 선택은 강길이었다.

지난 주 멈춘 스타벅스에 가서 녹차 든 라떼를 한 잔 샀고

그걸 들고서 한강으로 향했다.

예스24홀이 있는 공연장 방면, 청소년 센터가 있는

삼거리로 가서 한강다리 쪽으로 직진하면 된다.

예스 24홀은 유니클로홀, 멜론악스홀일 때도

공연을 관람했던 곳이다.

스피츠 일본밴드, 드렁큰 타이거 ' Rebirth of Tiger JK',

윤종신 '우리도 스탠딩' 공연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이 공연장은 특히 대중 가수들 쇼케이스 장소로

애용되는 곳이다.

오늘도 엠사 녹화가 있는지

일요일 오전임에도 몇몇 음악팬들이

카메라 기기 장비성을 두루 갖 채

근처에 포진한 것을 보고 라이브가 열리는구나 싶었다.

발열 문진표 검사 등을 하는 스태프들도

일치감치 나와 있었다.


서울시 자치구 계약이 만료될 때마다 다른 기업들이

극장을 운영 홀명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이곳이 내가 편애하는 예술단체

이름을 딴 홀이어도 좋겠단 상상을 하며

지나치기도 했다. 다페트튜토스튜디오홀

오마이라이프무브먼트씨어터홀.

이름이 길구나. 줄이면 다스홀, 오마이홀쯤으로

하면 좋을 듯하다. 쇼케이스를 늘 볼 수 있는 곳.

공연의 첫 시작을 보는 자리는 늘 설렌다.


예스 24 라이브 홀 공연장


이곳을 지나쳐 길을 걸으면 한강다리가 나오고

그 전에 서울둘레길 표시가 있는 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한강이 펼쳐진다.

공연장 옆 한강 내려가는 돌계단 커브길

상수원 보호지역으로 깨끗한 한강물을 볼 수 있다.

맞은편 천호역의 삼각 모형 이색 빌딩을 구경하며

강변역 방향으로 오른쪽으로 꺾어 걷기 시작했다.


흐르는 강물을 하염없이 보며 걷다 보니

문득 이곳에선

무한궤도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가네."

라는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작사, 작곡 신해철)

구절이 입에 맴돌았.

더 걷다 보니 맞은 편으로

마왕님 장례식 때  황망히 팬으로서

조문갔던 병원이 보여 그때가 슬프게 떠오르기도 했다.

국악과 접목한 프로젝트를 선보이겠다고

야심차게 얘기했었는데,

여전히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 많다고 그랬는데,

실험적인 새 앨범을 발표하고

배철수 라디오에 출연해 했던 멘트들이 떠올랐고,

그렇게 새 곡들을 주고 갑자기 떠났지만

음악과 책, 어록만은 영원히 남았다는 생각 잠겨

강변역까지 걸었다.

무한궤도, 넥스트, 신해철 청년기 자아성찰 곡


이곳에서 보이는 테크노마크는

예전에 멀티플렉스 극장이 처음 생겼을 때

홀로 혹은 친구들과 영화를 보던 곳이라,

문화적로 정이 많이 깃든 곳이다.

영화를 보고 OST 앨범을 사는

루틴의 생활을 부추긴 곳.

언젠가는 테크노마트 맞은편 터미널 역사안에 있는 댄스학원을

다녔는데, 장소가 장소인지라,

퇴근 길 학원에 들를 때마다

지방 여행 가는 기분이 들곤 했다.

터미널 2층인지 3층에 댄스 스튜디오가 있었고,

거기서 방송댄스, 걸스힙합 등을 배웠다.

어느날 데스크에 계신 분이

상급반도 한 번 들어가 배워보라며

어떤 반을 추천해줬는데,

그 반은 알앤비 에 맞춰 다소 어려운 동작을 하는

'어반 소울 댄스 클래스'였다.

넓은 유리창 안으로 엄청 어려워 뵈는

춤을 몇몇이 소화하고 있었는데

감당할 수 없어 못 들어가고

좀 일찍 가는 날엔 그반 수업을 먼저 구경하곤 했는데,

이후 몇 달 후 그 수업을 진행하던 무용수와

다른 곳에서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었다.

상사가 일적으로 소개해준 였는데

아르바이트로 그 학원에서 수강생들 춤을 가르쳤다 했다.

그리고 그 친구가 소개해준 무용들을 구경하다

또 더 좋은 작품들을 만나게 되는 등,

공연 순례길 도중 스친 인연 중 한 명이었다.

그렇게 추억 서린 강변역 길을 지나쳐

잠실대교 아래 한강으로 접어 들었다.

테크노마트 강변터미널 부근 한강 입구

이곳은 강변철교로 나가버리면 구의역으로

이어지는 도시로 나가게 되고,

한강 따라 계속 걸어도 되는 둘레길 분기점이다.

봄철 서울 마라톤에 나가면

잠실운동장으로 유턴해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동시에

광화문에서 려온 풀코스 러너들 

뚝섬 유원지에서 시작 단축코스 러너들이 만나는

접합지점이기도.

나중에 들으니 풀코스 등록자들이 단축 코스에서

오는 이들이 경로 방해 끼기록에 흠이 된다는

등의 이유로 다른 길목으로 뛰었던 것도 같다.

나는 단축 코스 등록자였다.

나름 풀코스분들과 만나서 즐거웠는데,

그게 또 상대쪽에선 아닐 수 있구나 이해했다.

아마추어와 프로가 만나는 잠실대교를 지나

청담대교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잠실대교 아래
강변역 테크노 마트가 보이는 한강길

마라톤 나온 이, 한강 레저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이 삼삼(오오는 안 됨)혹은 개인으로

초여름 스포츠를, 마스크 쓰고 즐기고 있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마스크 벗고 운동하는 사람 보면

좀 짜증이 나는 길이기도 하다.

산책 도중 화 내지 말아야지, 삭이며

계속 걸었다. 청담대교는 7호선 열차에서도

내려다보면 뷰가 특히 아름다운 곳이다.

사방이 확 트여 남산 방면, 잠실 운동장, 코엑스 쪽이

훤하게 다 보이기 때문이다.

잠실운동장과 코엑스가 보이는 뚝섬유원지 위치 전경
달리는 7호선 열차

이 길을 쭉 따라 걸어 예전 서울 마라톤 출발 지점인

공원 광장 쪽까지 갔고, 거기서 다시 한강을 벗어났다.

어릴 적 매주 가던 주일학교 그리스도상을

여행자처럼 지나쳐


좀 더 걸어

건대 방면까지 직진하니 거의 1만보가 되었고,

예전에 수영을 배웠던 광진구 시설관리공단,

나루아트센터 건물과 그 옆 폴바셋 매장을

도착지로 삼았다.

한강의 산책 시작 지점에서 해철 생각을 했었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신해철에게 뮤지컬 쇼케이스 기자회견에서

과거 질문을 던졌던 나루아트센터에 멈추게 되었다.


건대역 롯데백화점 역 광진구 나루아트센터 건물

당시 바르새인으연기했던 신해철에게

밴드와 예전 시트콤에 해 뮤지컬 팀에서 어떤 것들을 다르게 느끼셨는지

여쭤 보았고,

그때 신해철은 저멀리 무대에서

잠시 선글라스를 벗어

질문자(it's me)쪽을 바라봐 주는

젠틀한 매너를 드러냈고

그때 나는 성덕(?)에 오른 기분으로

왠지 극장 바깥으론 날아간 것만 같은 기억이

오랫동안 남아 있다. 영원히 그럴 것이다.

심장 쿵쾅. 발은 바닥을 떠서 돌아갔지.

가끔 유튜브 신해철 영상을 관람하곤 하는데

누군가 그 시절 마리아마리아에 참여하신 분이

그때 공연 후 뒤풀이 술 사주시고 좋은 말씀 해주던

형님을 잊을 수 없다며 절절히 댓글을

달아놓았는데 신해철 데뷔 20주년

해에 같은 공간 다른 직업으로

그분도 지대한 영향을 받았구나 싶었다.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좋은 기억을 안기고 간 걸까.

당시 뮤지컬 출연 질문에 대해 마왕은

특유의 농담 섞인 어조로,

자신에게 연기자 재능이 있는 것 같다며

소년처럼 익살맞게 웃었다.

어린이 시절 주일학교 연극반에서 연기를 처음 경험했는데,

광야에서 예수를 유혹하는 사탄역이었다고.

그걸 시작으로 학예회에서 크고 작은 악역을

많이 했다고 한다.

안녕, 프란체스카 이후 섭외는 안 들어왔지만

다시 해보니 너무 재밌다며 대사를 할 때면

'캐릭터가 나인지 그냥 껍질이 나인지',

'매일 밤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즐거움'이

느껴진다고 했다.

덕분에 음악 앨범 작업도 도움을 받는다며,

뮤지컬 협업 경험을 밴드에 녹여내고 있다 했다.

밴드는 안 되면 자기가 책임질 수 있지만

뮤지컬은 폐 끼치면 안 돼서 더 열심히 했다고.

어두운 무대에 야맹증으로 약한 자신에게

'어두컴컴한 곳에서 보이지 않는 형체가

나의 손을 잡아 이끌어준다'며

다른 배우 협조가 없다면 존립이 불가능할 정도이며,

귀여움 받으며 매일 이러고 살아도 좋겠단

생각을 하며 행복하게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객 모두를 향한 말이지만 팬으로서도 들으며

신해철은 무슨 얘기를 해도 철학적으로

들리게 하는 마법을 지닌 이라고 생각했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보이지 않는 손길이

나를 이끌어 주는 게 신해철 음악었으니까.


신해철 생각을 하게 될지 몰랐지만  

오늘 걸음들은

과거 신해철 기억이 소환된 만 보였다.

다음 주말 새벽엔 다시 이곳부터 만 보를

걷기로 했다. 그때도 공연과 관련한

설레는 기억과 마주치길 바라며,

나는 그 지점에서 오전 산책을 마쳤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 신해철의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를 스피커로 높은 볼륨으로

듣고 싶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0미터라면 좀 부담스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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