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페르튜토 스튜디오> 포스터에 쓰인 사진. 기종은 과거 엘지폰. 이제 역사로 사라지는 단종 브랜드.
그해 문래창작촌에서 공연이 있었고,
포스터 배경이 되었다.(기뻤다)
멀리 사는 친한 친구가 영등포까지
연극을 보러 와주었고,
네가 좋아하는 게 이런 거였구나,
얘기만 듣고는 잘 몰랐는데
보니까 알겠다,고 했다.
정말 내가 좋아하던 연극은 말로 설명하기가
참 쉽지 않다.
(*당시 공연 제작 과정에서 느꼈던 것들의
4호선 지하철 메모를 아래 첨부.)
"진정 아름다운 순간이란 언어적 표현을 넘어서는 순간이죠."
그러함에도 가까운 이들에게는 세뇌를 시킬 정도로
떠들긴 했다. 심지어 그때의 포스터가 새겨진
엽서를, 전 직장 상사 결혼식에 가서
하객으로 온 지인들에게 피로연 식당에서 만나,
한 명 한 명 뿌리기까지 했는데,
돌아보니 좀 이상했을 것 같긴 하다.
그래도 다들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이다보니,
좀 과하게 미쳤구나,가 아니라 이게 뭘까,
라는 호기심을 보이며 야근 업무로
공연을 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곤 했다.
그때도 노란색과 풀색이 들어간,
뉴발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골프장 야구장에 다닐 때 케이스위스,
무용 연습실 무용가들 만나러 갈 때 뉴발,
연극팀 지방출장 때 나이키.남산 공연 땐 르꼬끄.
취재 시 아디다스.(그리고 구두)
운동 때 퓨마. 어느 시기마다 기분마다직업마다
다른 브랜드 제각각인 운동화를 신는다.
기억이 따라와서
결국 내가 끝까지 데려온 건 신발뿐이다.
오래된 12년 공산품 인생 퓨마 연보라 운동화
오늘 밤 집에 들어가면 캐비넷 싱얼롱즈의
여기까지 가져온 노래뿐,을 들어야겠다.
그리고 낡은 운동화 한 컬레라도
사진만 찍고 버려야지.
_ 7호선 지하철에 앉아 떠오른 생각.
캐비넷 싱얼롱즈. 과거 김목인 소속 밴드. 담백하고 진솔한 곡을 잘 쓰는 목인씨.
P.S
1. 무미건조한 일상에 이들이 발을 디디면
찬란한 판타지로 변한다. 2. 시적인 움직임으로
몸으로 도시에 잠언집 구절을 써내려간다. 3. 총보다 꽃, 말보다 빛.
교화하려들지 않고 빛을 뿜는다. 4. 무심히 저잣거리 대화들을 흡수한다. 5. 유년 시절 내 동네의 사적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6. 둘 간의 비밀스러운 연애 무드를 전방위로 확대한다. 7. 거리 사물들이 생명성을 지닌
디즈니표 찻잔처럼 말을 해댄다. 8. 시공간을 뛰어 넘는,
천 개의 표정을 도시 곳곳에 수놓는다. 9. 어차피 지는 싸움, 웃으며 지는 게 상책이다. 10. 연민이 발달한 이들은 불우한 행복을 자처한다. 11. 회색 도시의 균열을 깨어 무색무취를 대비한다. 12. 순발력은 몸이 기억해 세상에 반응하는,
치밀한 과거를 동반한다. 13. 단 한 번의 포즈와 수차례의 진심은 구별된다. 14. 벽은 종종 문이었다는 것을,
시간이 익지 않으면 알 수 없다. 15. 어딘가 네 벗은 말없이 널 따르고 있다는,
가오나시표 영혼이 함께 한다. 16. 어둠이 막막한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뼈가 부서지는 게 아프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저 수용일 뿐. 17. 울었다 웃었다 미쳤다 온전했다 그건 네 자유다. 18. 세상이 다 널 도와주진 않아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권리는 획득하라. 19. 네흘료도프(톨스토이, 부활 주인공)
도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당신 뭐 하는 사람이오?' 20. 예술을 들어 혹자는 '멋있는 걸 하는 사람'이라고도 하고 '정신 나간 짓'을 한다고도 평한다.
심지어 '도적질과 다를 바 없다'고도 말한다.
영혼을 훔치는 일. 21. 지구에 발을 딛고도 충분히 위성 안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느낌에 빠질 수 있다. 22. 그 누구도 하대하지 말라. 인간은 자체로 고귀하다. 23. 자연은 더 자연스럽다. 24. 달팽이의 밥을 뺏지 않아도 나는 살 만 하다. 25. 하나가 열이 되어 돌아가는 국카스텐. 26. 플라나리아는 잘라도 살아나 , 잘려도 온전체 27. 거리의 호의가 의심이 되는 순간, 너만은 진실로 있어라. 28. 기억의 미화, 추억의 재조직, 연산 과정의 자기화 29. 뒤로 숨긴 손을 겁내지 않을 신뢰감 30. 어제 헤어진 너는 오늘 만나는 나로 영원 회귀 중 31.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세헤라자드표 단편들 32. 너를 나로 나를 너로 날줄 씨줄로 묶어내려도 모자랄 실타래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