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며 깨달은 단순한 법칙
혼자 살다 보면 <장을 보고 음식을 먹으며 내 입을 즐겁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아 물론 비단 혼자 살 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요.)
다음과 같은 상황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배는 출출한데 냉장고에 먹을 것은 없고 밖에 나가서 마땅히 먹고 싶은 것 떠오르지 않는다.
라면이나 하나 먹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슈퍼에 간다.
라면을 낱개로도 팔지만 5개 묶음 포장된 것을 사면 더 싸다.
그렇다면 다섯 개짜리를 사서 한 달 동안 먹으면 되겠다,라고 생각한다.
묶음 포장된 라면과 맥주를 계산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조리한다.
먹고 마신다.
한 달 동안 먹으려고 생각했던 라면 다섯 개는 아마 2주면 다 먹을 확률이 높습니다. 끓여먹고 생라면을 부셔 먹기도 하고, 밥하기 귀찮으니 또 하나 끓여먹고.... 뭐 이런 식이지요.
단지 어느 날 저녁, 배가 고파서 라면 하나가 먹고 싶었을 뿐인데, 결국 계획에도 없던 라면이나 과자가 끼니가 되는 날들이 있습니다. 바로 지금 내 손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도 비슷합니다.
몸이 너무도 무거운 어느 날, 갑자기 스파게티나 초콜릿이 무척 먹고 싶어 집니다.
그래, 야채를 듬뿍 넣고 야채 스파게티를 만드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포장된 스파게티 면과 야채를 구입합니다. 그래, 초콜릿은 두 개 사서 하나는 오늘 밤에 먹고 하나는 내일 회사에서 스트레스받을 때 먹어야지.라고 생각하며 초콜릿 두 개도 구입합니다.
첫날에는 계획대로 야채 스파게티를 해 먹습니다. 그리고, 남은 스파게티면으로 까르보나라, 볼로네즈 등등 요리실력을 맘껏 발휘하며 먹게 됩니다. 초콜릿은... 아마 그날 밤 두 개 다 먹을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다음 날 스트레스를 받으면 회사 동료들과 초콜릿은 또 사 먹으면 되니까요.
식탐은 많고 인내심은 부족한 저는 이런 일을 정말 많이 겪었습니다. 그 끝은 소화불량과 더부룩함, 살이더라고요. 그래서 오랜 후회의 시간을 보내며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있으면 먹는다.
집에서의 음식 섭취는 보통 아래와 같은 순서로 이루어집니다.
1. 장을 보러 간다.
2. 재료를 고른다.
3. 구입한다.
3. 요리를 한다.
4. 먹는다.
5. 남은 것들을 조합하여 다른 요리를 한다.
6. 먹는다.
집에 재료가 있으면 돈이 아까워서 / 재료가 아까워서 / 배고파서 - 등의 이유로 다양한 창의성을 발휘하게 되었습니다. 먹지 않을 이유보다 먹을 이유가 더 많았습니다.
고로, 그 패턴을 끊기 가장 쉬운 단계는 바로 ‘내 것이 되기 전’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맛있는) 디저트나 몸에 안 좋은 (그러나 맛있고 간편한)인스터트 음식 등을 사기 전- 하나를 살지, 두 개를 살지, 묶음으로 조금 할인해서 파는 것들을 볼 때 한 번 생각해봅시다.
있으면 무조건 먹는다. 그러니 내 것으로 만들지 말자.
미래에 먹고 싶지 않은 것은 오늘 우리 집 안으로 끌어들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