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서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한다.

치앙마이 별 거 없는 일상이지만.

by 레아리

대학 졸업 후 외노자가 되어 중동과 아프리카, 그리고 동남아를 돌아다니며 살았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서른셋이 되었다. 타지에서 그야말로 생존 영어를 배우며 제 입에 풀칠하며 사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 또한 지나가고 시간은 흘러갔다.


25년간 한국에서 살았지만 그 이후로 7년 넘게 떠돌이 생활을 했다. 떠돌이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다. 생각을 많이 하면 엉덩이가 무거워진다. (그래서 구정도 까먹고, 부모님이나 친구들 생일도 까먹는 날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인간관계는 좁아졌다.) 핸드폰 번호도 없고, 작년에 이사한 집 주소도 외우지 못한다. 25년 동안 사계절을 헤쳐 나왔건만, 몇 년 만에 내 몸은 이미 동남아 사람이 다 되어서 작은 추위도 잘 못 견디는 정체모를 몸이 되어버렸다.




말레이시아 생활을 정리하고 치앙마이로 올라왔을 때, 사실 기대감보다는 편안함이 더 컸다.
물가도 싸고 작은 동네이기도 하고 빈둥 빈둥하기 좋겠다, 라는 생각.
치앙라이의 백색 사원 빼고는 딱히 가고 싶은 곳도 없었고
요가를 제외하고는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미세먼지라는 복병이 굉장히 강했지만, 정말로 잘, 빈둥 빈둥하고 있는 중이다.)


2019년 쏭크란이 시작되는 4월 12일 금요일, 나는 한국으로 돌아간다.
더 까맣게 변한 얼굴과 더 유연해진 몸과 더 가벼워진 배낭을 들고.

한국에서 하고 싶은 것 / 먹고 싶은 것 / 해야 할 일들의 리스트는 계속 늘어만 간다.

- 핸드폰 번호도 만들어야 하고
- 발 뒤꿈치의 때도 벗겨야 하고
- 사랑니도 빼야 하고
- 벚꽃 놀이 데이트도 하고 싶고

- 등산도 하고 싶고

- 한국 서점에 가서 책도 많이 읽고 싶고

- 한국 요가 스튜디오에도 가보고 싶고

- 친한 친구 결혼식도 가고 (그러고 보니 결혼식 참석은 딱 8년 만이다.)

- 가족 여행도 가고

- 매콤한 주꾸미도 먹고 싶고

- 찜닭도 먹고 싶고

- 친구들도 만나고 싶고

- 서울 구경도 하고 싶고 ㅎㅎ

- 집에 고무로 된 판판한 요가 매트 하나 들여놓고 싶고


등등...



아이쿠, 이제 남은 시간 치앙마이에서 갈 곳도 조금 생각해봐야겠다.
아무런 후회도 아쉬움도 없이
즐거움과 따뜻함만 안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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