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아리 Apr 23. 2019

영화, 강박이 똑똑 (Toc Toc)

강박증과 사람에 관한 영화

현대인의 대다수는 크고 작은 정신병을 안고 산다는 말이 이제는 너무 흔해진 요즘이다.

오늘 넷플릭스에서 본 영화, <강박이 똑똑>은 로랑 파비(Laurent Baffie)의 연극 TOC TOC을 비센테 비야누에바(Vicente Villanueva) 감독이 영화한 한 작품이다.

TOC TOC은 강박증을 의미하는 불어 단어인 Troubles Obsessionnels Compulsifs의 첫 글자를 딴 것이고 한국판 제목은 원제의 의미와 단어를 적절히 잘 섞은 것 같다.

강박증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생각이나 충동, 이미지가 반복스럽게 떠올라 불안해지고 이를 없애기 위해 특정 행동에 집착하고 비정상적으로 반복하며 몰두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불안에 압도되는 생각인 ‘강박 사고’를 특정한 ‘강박 행동’을 행하며 불안감을 감소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강박 사고와 강박 행동이 세트로 존재하는 동안 사람들의 눈초리와 생활의 불편함 역시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것처럼 보인다.


<강박이 똑똑>에는 각기 다른 강박증을 가진 여섯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인들에게 욕과 음담패설을 는 페데리코. 투렛 증후군이 있다.

계산 벽과 저장 강박이 있는 택시기사 에밀리오. 숫자와 관련된 모든 것을 계산하는 강박이 있고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둔다. 이 때문에 아내와의 갈등이 점점 깊어진다.

또 극심한 질병 공포증과 결벽증이 있는 블랑카. 세상 모든 것이 세균, 질병으로 느껴져 쉴 새 없이 손을 씻고 불안해한다.

동어 반복증이 있는 릴리는 자신의 발화를 모두 반복해야 하고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어야 안심이 된다.

아나 마리아는 계속해서 확인할 것들이 떠올라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확인 강박이 있다. 끊임없이 손으로 성호를 긋는 강박도 보인다.

마지막 인물인 오또는 바닥에 책을 던져 그 위를 걷고 소파를 밟고 가는 한이 있어도 선 위를 밟지 못하고 정돈에 집착하는 강박을 지녔다.


이들은 강박증 치료의 권위자인 팔로메로 박사와의 면담 예약시간에 맞춰 상담실에 도착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박사의 비행기가 연착이 되어 언제 면담이 시작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들은 일 년가량 기다린 이 예약을 포기할 수 없어 박사를 기다리며 서로 말문을 트게 된다.

그렇게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들의 생각지도 못했던 시간이 시작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고 작은 강박을 안고 산다고 생각한다.

나만해도 약한 화장실 강박이 있다. 화장실이 전혀 가고 싶지 않아도, 화장실에 갈 수 있으면 아무리 졸리고 피곤하고 설사 그곳이 더러운 화장실이라도 화장실을 간다. 비행기를 탈 때도 화장실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를 선택하고 행여나 장거리 버스를 탈 때면 전날 밤부터 먹는 것에 유의한다. 전날 밤부터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여행 당일 아침에는 보통 공복 상태를 유지한다. 물도 목만 살짝 축일 정도만 마시는 수준이다.


강박증은 미디어에서 꽤 많이 노출되는 증상이기도 하다.

한 예로 무한도전에서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고 일렬로 정돈된 노홍철의 집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당시 방송에서 노홍철을 보고 다른 멤버들이나 시청자들이 깜짝 놀라며 참 피곤하게 산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평소 우리가 접하는 강박증은 ‘나름 정상인’들 사이에 있는 ‘강박증을 가진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존재해왔다. ‘나름 정상인’은 상대를 놀리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강박증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강박을 설명하고 특정 상황에서 불편해하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식이랄까.


이 영화의 재미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그렇다면 각기 다른 강박증을 지닌 사람들만 한 공간에 모이면 과연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그들은 그 상황을 더 불안해할까? 서로를 더 이해할까? 서로를 어떻게 판단할까?

그들은 처음에는 낯선 상황에는 불편해하지만 어느 순간, 아래와 같은 대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을 바라볼 수 있다.


마리아: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겠죠.
에밀리오: 아뇨, 그렇게 따지면 우리 모두 미친 거죠.
페데리코: 하지만 문제가 있다고 해서 미쳤다는 건 아니에요. 안심해도 돼요.


이들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았고,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지만 아주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주며 영화는 마무리가 된다.

그 과정을 겪어가는 우리 모두를, 평범한 일상으로 스며들기 위해 노력하는 용기를, 응원한다.



아, 빠르게 데굴데굴 굴러가는 스페인어를 듣는 즐거움은 덤이다.  



내용 참고:
https://www.mk.co.kr/news/it/view/2018/06/355081/

매거진의 이전글 6개월 반의 백수생활을 하며 잃은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