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아리 Jun 25. 2019

싱가포르에서 집 구하기

아차, 집이 아니라 "방" 구하기!

싱가포르 생활의 첫 주를 맞이한 나. 회사에 조금씩 적응이 되면서 <집 구하기>에 대한 걱정은 점점 커져만 갔다.  처음에는 싱가포르의 말도 안 되는 집값에 당황스럽다 못해 공포스러워질 지경이었다. 게다가 스스로 집을 구하는 것도 외노자 생활 7년 만에 처음인지라, 구글링과 이미 이 곳에서 살고 있던 사촌동생 O의 팁을 바탕으로 조금씩 리스트를 추려갔다.


내가 집을 찾아본 기간은 출국 전 일주일, 출국 후 일주일- 해서 약 이주 정도 되는 것 같다. 집 렌트비는 한번 결정하고 나면 밥이나 커피처럼 아끼고 싶다고 아낄 수가 없다. 그냥 숨만 쉬고 잠만 자도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이다. 또한 퇴근 후를 책임지는 공간이기 때문에 각자의 기준치에는 맞는 곳을 고르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

솔직히 나도 잘 모르지만, 오늘 계약서에 사인한 기념으로 내가 집(이라 쓰고 '방'이라 읽는다)을 구한 과정을 짧게 기록해본다.

아, 혼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삼십 대의 여성 외노자 기준이며,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있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길.


1. 내가 원하는 조건 및 우선순위 정해 보기

a. 예산은 얼마?

혼자 살아도 싸게는 500불-, 비싸게는.... 3000불+까지. 예산을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b. 위치는 어디?

집과 회사의 거리와 대중교통의 여부를 보고 지하철 역, 버스역, 혹은 도로 이름을 기준으로 검색하면 편하다.


c. 누구랑 살고 싶어?

- 혼자 살래?  > 일단 스튜디오(Studio) 타입으로 검색해보면 좋을 것 같다. 물론, 혼자 살면 비싸다.
-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래? > 콘도 / HDB / Terraced House 등 다양한 집 형태의 검색이 가능하다.

  다른 사람들 = Mixed gender (혼성) 혹은 Female enviornment  (여성 전용), 비슷한 말로 Female only / Male enviornment (남성 전용) 비슷한 말로 Male only 등이 있다.
하우스 메이트는 누구인지도 (집주인인지, 나처럼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인지)물어보고, 하우스메이트 성별과 국적도 물어보는 것이 좋다. 어차피 나도 내 국적을 말해줘야 하므로.....


d. 화장실은 혼자 쓸래? 같이 써도 괜찮아?

화장실을 혼자 쓰려면 Studio, 혹은 Master bedroom(방안에 화장실이 같이 있는 형태), Junior Master Bedroom(작은 방안에 화장실이 같이 있는 형태), 방과 화장실의 개수가 동일할 경우 거실의 공용 화장실을 혼자 쓰는 경우를 노려야 한다.
반대로 Common Room 은 한 명 또는 두 명 정도와 화장실을 함께 쓰게 된다.


e. 집 타입

- Condo : 단지 내에 수영장, 헬스장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는 곳

- HDB : 대부분의 싱가포르 사람이 거주하는 국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오래되고 위치가 좋은 곳이 많으나, 창문에 쇠창살이 쳐진 경우가 많다. 콘도보다는 조금 저렴한 편 (물론 동네나 레노베이션 여부에 따라 천차만별)

- Terraced House : 한국식으로 치면 주택 같은 형태.

- Walk-up : 1층에 슈퍼마켓이나 식당 등 상가가 있는 건물에 2층 혹은 3부터 방을 만들어놓은 형태인 것 같다. 방은 조금 넓은 편이나 엘리베이터가 없다.


h. 그 외 체크사항

- 요리를 할 수 있는가? (보통 Light cooking only allowed라고 되어있는 곳이 제일 많았다. 라이트 쿠킹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컵라면.. 혹은 라면 끓여먹는 정도인 것 같다. 또 엄격하게 금지하는 곳도 있다.)


- 빨래는 얼마나 할 수 있는가? (내가 방문했던 한 집에서는 일주일에 빨래를 한 번만 할 수 있다고 했다.)


- 전기세 & 물세 & Wifi 등은 렌트비에 포함인가? (보통 Utilities 아니면 PUB라고 한다. 이 부분은 돈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렌트비 체크할 때 꼭 함께 봐야 한다.)


- 몇 층인지? (저층이면 벌레가 들어올 확률이 높고, 고층이면 바람이 불어서 조금 더 시원하다고 한다.)


- 채광이나 창문 크기 등도 보면 좋을 것 같다.


- 최소 계약 기간이 얼마인가? (Lease term)


e. 기타 사항

- 보증금: 일반적으로 보증금 (Deposit)은 한 달치 월세를 지불한다.
- 인지세: 인지세(Stamp duty)를 지불하면 부동산 에이전트가 처리해준다.

- 에이전트 커미션(Agent commission):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물어보니, 만약 내가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먼저 연락하여 내가 원하는 조건을 이야기하고 집(방)을 찾아달라고 요청, 그 후 소개받은 매물을 계약하면 내가 커미션을 줘야 한다. 하지만 이미 사이트에 올라와있는 매물을 내가 찾아본 후 에이전트에게 연락하여 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는 집주인이 커미션을 내야 한다고 한다. (내 집 계약서를 보면 집주인이 커미션으로 얼마를 지불해야 하고 환불이 되지 않는다는 조항도 있다.)


예산을 정한 후, 내가 개인적으로 원했던 조건은 아래와 같다. 찾기가 정말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이 조건에 맞는 방을 찾아서 다행이다. (물론, 앞으로 살아봐야 알겠지만!)

- 여자만 살 것.
- 화장실을 혼자 쓸 것.
- 회사까지 멀지 않을 것. 최대 40분. ( +환승 없이 한 번에 갈 수 있는가.)
- 렌트비에 유틸리티가 포함되어 있을 것. (뭐 없어도 상관은 없지만.. 따로 챙기려면 귀찮으니까)


별로 상관없었던 조건은,

- 취사 가능 여부


플러스 요인이 되었던 조건은,
- 지하철역 또는 버스역이 집에서 가까운가.
- 요가 스튜디오가 집 근처에 있는가.


2. 사이트 활용하기

나는 세 개 사이트를 이용했는데, 각각 특성이 다르다.

a. 한국촌 (http://www.hankookchon.com/main)

싱가포르 최대 한인 사이트. 랜딩 페이지에서 '부동산'에 들어가면 많은 한국 사람들이 올린 집을 보고 카톡으로 연락을 취해 사진도 받고 방문 약속도 잡을 수 있다. 시세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 평도 있고, 비싸다는 평도 있으니 물어보고 직접 눈으로 보는 게 역시 제일 좋을 것 같다.


b. PropertyGuru (https://www.propertyguru.com.sg/)

Propertyguru라니, 이름 하나 기똥차게 잘 지었다. 가장 활성화가 된 사이트인 것 같다.
Rent를 선택한 후 조건을 입력하면 이것저것 매물이 나오는데 잘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하면  해당 페이지의 Whatsapp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매물 링크가 담당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바로 전송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똑똑한 시스템. 그 후, 자신의 정보를 이야기해주고, 뷰잉 약속을 잡으면 된다.


c. Roomgo (https://www.roomgo.com.sg/)

여기는 자신의 프로필 (성별, 국적, 예산, 원하는 지역 및 원하는 사항을 적은 정보)을 올려두면, 적당한 매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먼저 메시지를 보내는 시스템이다. 개별 검색도 물론 가능하다. 처음에는 메시지에 한 명 한 명 답장을 해줬는데, 나중에 보니 그냥 막 던져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보통 에이전시 커미션을 내기 싫어하는 집주인이나 하우스메이트들이 이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 같았다.



3. 내 정보는 어느 정도 오픈해야 할까?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연락하면 다들 먼저 내 정보를 요청한다.
내가 집주인이나 하우스메이트에게 원하는 것이 있듯, 그들도 원하는 것이 있을 테니 정보 교환이 필요하다.

나는 보통, "Hi, This is 레아리, Korean / Female / Professional / Expected moving date XX.June" 이 정도의 정보를 주다가.... 나중에는 여자만 있으면 좋겠다는 말도 추가해서 먼저 이야기를 했다. 원하는 것을 빨리 이야기하지 않으면 나도 시간 낭비, 상대방도 시간 낭비인 것 같아서.




돌이켜보면 두바이에서는 장기출장을 떠난 클라이언트의 스튜디오를 잠깐 넘겨받아 살았고,

남아공에서는 내가 출장을 간 사이 믿을만한 회사 동료 A가 구한 집의 방 하나에 들어가서 살았고,

말레이시아에서는 당시 회사의 한국분들이 가장 많이 살던 M콘도 부동산 에이전트 전화번호를 받아 스튜디오 딱 2개를 보고 바로 그중 하나를 계약했다. 지금까지 얼마나 쉽게(?) 내 살 곳을 구했는지 생각하면 신기할 정도다.


요가매트 하나도 펼 공간이 없던 두바이의 스튜디오에서 방 2개짜리 집의 한 칸으로 이동하고, 마침내 요가매트 네 개는 깔 수 있는 나만의 공간으로 이사하고 나서 '와, 너 참 많이 컸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싱가포르로 흘러온 그녀는 지금까지 쓴 렌트비 중 최대 금액을 내면서, 전혀 모르는 싱가포르 사람들과 같이 살게 된다. 불안과 걱정 사이에 그래도 집을 구했다는 안도감이 슬며시 피어오른다.

편안한 휴식공간이자 재미있는 경험이 되길 바라며 건배!  

매거진의 이전글 싱가포르 도착 (feat. 택시 아저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