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써봅시다.
일기를 (강요 없이 자발적으로) 쓰기 시작한 건 중학생 때부터이다.
노트에 쓰고, 블로그에 쓰고, 요즘은 아이폰 Notes어플이나 Bear 어플을 번갈아가며 간단하게 쓰고 있다.
내 일기장 속에는 '내 일상과 생각, 기분'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다.
예전에는 속상하거나 타인 때문에 짜증 나는 일이 있었을 때 제삼자의 이름을 적기도 했지만 그것을 적는 순간 머릿속에 더 또렷이 각인되고 내 마음은 더 불편해짐을 경험한 후에는 적지 않기로 했다. 적지 않으면 휘발된다. 기억이 옅어지는 것이 축복인 날들도 분명 존재한다.
내 일기들은 별거 아닌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어떤 날에는 도저히 일기를 쓰지 않고서는 잠들 수 없었기 때문에 썼고, 또 어떤 날에는 자랑하고 싶어서 썼고, 또 어떤 날에는 내 하루에 시시해지는 것이 싫어서 썼다.
일기가 단순한 일상의 기록이라고 생각했는데 올해 들어 그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내 생각과 일상의 기록은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한 어카이브 임 동시에, 맞춤형 친구이자 조언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의 나, 한 달 전의 나, 1년 전의 나, 10년 전의 나는 분명 다르지만.. 하루하루의 내가 나를 이끌어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 그의 이야기는 너무도 잘 이해가 되는 것이다.
겁이 많은 오늘의 나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용감한 면모도 많이 보여주며 용기를 주기도 하고,
힘들었던 과거의 글을 읽지만 고통은 이미 없어진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를 번갈아보면서 '이 또한 지나가리'를 한 번 더 되뇌게 된다.
그래서 나는 기쁠 때, 슬플 때, 즐거울 때, 화가 날 때, 일상이 심심할 때.. 아무 때나 일기를 쓰고 사진을 찍는다. 그 일상이 쌓이고 쌓여 두꺼운 책이 되고, 그 책을 설사 나만 읽는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평생 동안 내 가장 친한 친구가 될 것이고 나를 위로해줄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