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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아리 Aug 03. 2019

싱가포르: 요가 스튜디오 등록을 하다.

하루에 한 시간, 내 마음과 몸을 둘 곳을 마련하다.  

싱가포르에 도착해서 일반적인 생산 활동을 하기 위한 준비로 몇 가지 단계를 거쳤다.
불법 체류자가 되지 않기 위해 워킹 패스를 받았고
퇴근 후 돌아갈 집(이라 쓰고 방이라 읽는다.)을 계약했으며
내 발이 되어줄 버스와 지하철을 탈 수 있는 교통카드를 구매했고
국가번호 +65로 시작하는 내 번호를 만들고
뒤이어 싱달러가 들어오고 나갈 은행 계좌와 체크카드를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이 곳에서 살기 위해 무조건 필요한 것이다.


그다음은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내게는 매우 소중한 공간 두 개를 마련하는 것에 집중했다. 
가도 되고 안 가도 되고,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지만 내게는 굉장히 중요한 두 공간.
바로 요가 매트요가 스튜디오가 그것이다. 


내 방을 계약하고 이사 온 날, 나는 짐을 대충 풀자마자 시내로 나가 요가 매트부터 구매했다. 

요가매트가 돌돌 말려 방 한 구석에 있어야지 마침내 그 공간이 편하게 느껴진다. 돌이켜보면 (인터넷이 영 느렸던) 남아공에서 살던 2012년부터 항상 내 공간에는 요가매트가 함께 했다. 그때는 요가가 목적이 아니라, 바닥이 차갑고 내 방에 책상이 없어서 요가 매트를 깔고 그 위에서 취미 생활을 했다. 퇴근 후 요가 매트에 엎드려 향초를 켜놓고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기도 하고, 정말 스트레스받던 날에는 꼴라쥬를 하며 포도를 먹던 기억이 난다. 


7개월간의 시간 부자에서 다시 월급 생활자가 된 기념으로 내 생애 가장 비싼 요가매트를 들였다. 그동안 요가를 더 좋아하게 되기도 했고, 치앙마이의 요가 스튜디오에서 처음 접해본 고무 표면의 매트(전혀 미끌리지 않는다!)의 그립감을 잊을 수가 없어서 비슷한 느낌의 하늘색 요가 매트를 데리고 왔다. 지금도 그 매트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요가 매트를 구입하고 며칠 후에는 회사 근처의 요가 스튜디오를 등록했다. 

내가 찾아본 결과, 싱가포르 요가 스튜디오는 거의 1년-2년 무제한 수업권 혹은 10회권, 20회권 등으로 횟수별로 끊어야 하는데 그 가격 차이가 상당하다. 그리고 Drop in 시스템(바로 예약하고 한 번 수업을 듣는 것)은 거의 없거나 약 35불-38불 정도로 굉장히 비싸다. 한 달치 수업을 끊는 방식도 거의 없거나 가격이 꽤 나가는 편이다. 게다가 싱가포르에는 조금 이해하기 힘든 시스템이 있는데 바로 "등록비"이다. 내가 등록한 요가 스튜디오에는 등록비와 프로세싱 비가 각각 있는데 (등록비 6만 원 정도, 프로세싱 비 10만 원 정도. 무엇을 등록하고 무엇을 프로세싱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 곳뿐만이 아니라 다른 스튜디오나 헬스장도 마찬가지다.) 한 달을 등록하던 1년을 등록하던 이 돈을 지불해야 한다. 프로모션을 할 때는 프로세싱 비를 제외해주거나, 이 돈을 할인해주거나 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나도 특별 할인 기간에 맞춰 할인된 등록비와 일 년 치 돈을 한 번에 내고 스튜디오를 등록했다. (그나저나 특별 할인은 아마 매달 존재하는 게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비싸다고 느꼈지만, 또 많이 가면 그만큼 돈이 아깝지 않을 테니 최대한 꾸준히, 그리고 많이 가서 수련하자-라고 다짐했다. 

실제로 회사와 가깝기도 하고, 하고 나면 기분도 좋고 몸도 개운해서 7월 한 달간은 거의 스무 시간을 들었다.

일을 하면서 이렇게 요가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예전에 일을 할 때는 퇴근 후 집에 가서 밥 먹고 유튜브 보고 침대로 들어가기 바빴는데 나도 퇴사 후의 긴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 변하긴 변했나 보다.  



이렇게 내 마음과 몸을 둘 공간 두 개도 잘 마련했고 나는 차분하게 적응하며 일도 열심히 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요가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 중간중간 느끼는 것들, 아사나에 관한 이야기들 등등 조금씩 기록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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