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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아리 Sep 16. 2019

싱가포르는 정말 깨끗한가?

이 글은 비둘기에서 시작되었다.

어느 날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비둘기의 크기를 보면 각 도시의 쓰레기, 그러니까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의 정도를 알 수 있고 비둘기의 색깔을 보면 대기오염의 정도를 알 수 있다는 것.
이 문장은 내게 비둘기 공포증을 심어준 바로 그 말 -"비둘기는 말이야, 날아다니는 쥐와 같은 거야."와 비교하면 훨씬 사회 문화적이고 자연 관찰적인 이야기였다. 비둘기는 흡사 날아다니는 쥐라는 이상한 말을 듣기 전에 저 이야기를 먼저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마도 내 비둘기 공포증이 지금보다는 덜했으리라 확신한다..


실제로 내 기억을 더듬어보면 태국 치앙마이와 서울의 비둘기는 유난히 뚱뚱했고 (굳이 따지자면 서울의 비둘기가 한수 위였다....) 차가 많고 매연이 심한 방콕의 비둘기는 신기하게도 까맸다. 믿거나 말거나한 이 논거를 기준으로 나는 싱가포르의 비둘기를 관찰해보기로 했다.  

일단 비둘기 자체를 많이 볼 수 없었다. 심지어 쓰레기통 근처에도 비둘기가 거의 없다.
간간히 보이는 비둘기는 과장법 세 스푼 더해서 아련할 정도로 말랐다. 비둘기를 무서워하는 내가 봐도 무섭다는 느낌보다는 많이 못 먹었나 보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신 싱가포르에는 Crow (까마귀의 일종인 듯)라고 불리는 검은색 몸에 부리와 발만 노란 새를 많이 볼 수 있다. 몸집은 작고 귀엽게 생겼지만 울음소리가 굉장히 큰 편이고, 밖에서 밥을 먹고 있으면 호시탐탐 자리가 비워지길 기다린다. 주변에 이 새에게 음식을 뺏긴 피해자 한 두 명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다시 명제로 돌아가 보자. 덩치가 작고 마른 비둘기를 보면 확실히 싱가포르 길거리에는 그들의 먹이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깨끗하다. 실제로 비단 겉으로 보이는 곳뿐만 아니라 뒷골목이나 쓰레기통 주변까지도 신기할 만큼 깨끗하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 껌 씹으면 벌금
- 노상 방뇨하면 벌금
- 지정 장소 외 흡연은 벌금
- 공공화장실에서 물 안 내리면 벌금 (대부분의 화장실에는 이미 자동으로 물이 내려가는 시스템이다.)
- 침 뱉으면 벌금
- 전자담배 금지
...
그리고, 비둘기한테 먹이 주면 벌금(한화로 약 43만 원)이라는 조항이 있는 걸 보니 조금 더 이해가 간다.  

  




싱가포르는 정말 깨끗한가? 의 질문에 답을 하자면, 싱가포르는 정말 깨끗하다. 
길을 걷다 보면 분리수거를 할 수 있는 쓰레기통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담배를 피우면서 걸어가는 사람들도 자주 볼 수 있고 버려진 쓰레기도 많다. (물론, 쓰레기를 구석진 곳에 숨기거나 그러지는 않는 것 같다.) 식당, 카페, 슈퍼 등에서 일회용품은 얼마나 많이 쓰는지 깜짝 놀랄 정도고, 분리수거를 하는 사람이 과연 있긴 한걸까 싶다. 실제로 회사 동료 K는 싱가포리안으로 한국에서 어학연수를 일 년 정도 했었는데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처음에 한국에 가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분리수거-라고 말할 정도니 싱가포르에서는 분리수거에 대한 개념이 크게 자리잡지는 않은 것 같다. (반면 쓰레기통은 기똥차게 만들어져있다.)


싱가포르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가 된 시초는 싱가포르의 기반을 만든 리콴유의 강한 믿음에서 시작되었다. 리콴유는 깨끗한 도시를 만드는 이유가 단지 쾌적 환 환경을 만드는 것을 넘어, 이것이야 말로 결론적으로 경제적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덥고 습한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에서 쓰레기 컨트롤에 문제를 겪게 되는 순간 악취와 해충들이 들끓을 것이고 이는 국민 건강에도 영향이 있을 것은 분명했다. 그래서 길거리 상인들을 Hawker Center(호커센터)로 이동시켜 이 안에서 쓰레기 처리 시스템을 만들어 엄격하게 관리하였고, 말레이 스타일의 전통 나무 가옥에서 살던 사람들을 인프라가 갖춰진 공영 아파트로 이전시켰다. 또한 정부 차원의 다양한 환경 관련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시민의식을 높이고자 하였다.

리콴유의 말을 살펴보면 강박적일 정도로 깨끗한 도시의 이미지를 구축하게 된 시초를 알 수 있다.
“높은 수준의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은 도덕성과 의욕을 높이고, 질병 발생률을 낮추고  관광 및 다른 산업이 발전하여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회적 기반을 형성하게 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공공과 개인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입니다. These standards will keep morale high, sickness rate low, and so create the necessary social conditions for higher economic growth in industry and in tourism. This will contribute to the public good, and in the end to everyone’s personal benefit.)”

결국 깨끗한 싱가포르의 비밀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국가차원의 캠페인, 즉 지속적인 교육. 그리고 높은 벌금.

그런데, 현실은? 그게 다가 아니다.
2013년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청소 업무를 담당하는 환경 미화원의 숫자가 5,577명 (구청 소속 2,559명, 용역업체 소속 3,018명)이었다. 그렇다면 싱가포르는?
서울보다 조금 더 큰 면적에, 인구는 서울의 절반 수준인 싱가포르의 National environment Agency에 등록된 환경 미화권의 숫자 56,000명. 가히 엄청나다. 실제로 내 경험상 사람들이 쓰레기를 무자비하게 버리지는 않지만(쓰레기통이 워낙 많으니), 쓰레기를 생각보다는 많이 버린다. 과거의 싱가포르가 국민들을 계몽하고 높은 벌금으로 컨트롤을 하려고 했다면, 지금은 주변 국가나 시니어 노동층 등 저렴한 노동력을 십분 활용하여 엄청난 돈을 공공장소 청소에 쓰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쓰는 예산이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가끔씩 두더지만 한 쥐, 엄지손가락만 한 바퀴벌레를 봤다는 목격담도 들리지만 싱가포르는 확실히 깨끗한 나라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처음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다른 의미로 놀랄 수도 있다.
생각보다 많이 보이는 쓰레기를 보고.
하지만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금방 치워질 것이다........ 청소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
또 깡마른 비둘기를 보더라도 먹이는 주지 마시길. 벌금을 내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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