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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아리 Apr 22. 2020

싱가포르 - 자택 근무 3달+방학도 당겨지다.

4월 21일 싱가포르 총리 연설 후.

CNA Landing page (4월 21일)

어제는 4시가 넘어가자 CNA 앱에서 푸시 알람이 왔다. 5시부터 싱가포르의 리셴룽 총리 국민 연설이 시작된다는 것. 5월 4일까지로 예정되어 있던 Circuit Breaker가 2주 더 연장될 것이라는 루머는 점점 퍼지고 있었고, 싱가포르의 COVID19 확진자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었다. 


이렇게 까다롭게 하는데도 왜 점점 더 심해지는 거야!!라고 불평도 해봤지만, 사실 최근에 외국인 노동자 도미토리에서 집단감염이 있었고, 도미토리의 열악한 실태가 싱가포르 국민들에게 공개되었다. 노동부 장관은 이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했고, 그 후로도 며칠째 이 작은 나라에서 일일 확진자 1000명이 넘게 보고가 된다.

아프지 않으면 마스크를 쓰지 말라, 던 보건부의 포스터를 분명히 기억한다. 그리고 지금은? 마스크를 안 쓰고 나가면 벌금 300불이다. 하루에 백 명 넘게 잡히고 있는 중. 그뿐인가? 여담이지만, 마스크를 안 쓰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로 몰려 있는 사람들을 사진 찍어 신고할 수 있는 어플도 나라에서 배포했다. (실제로 싱가포르 회사 동료는 자기 집 근처에서 놀고 있던 무리들을 그 어플을 통해 신고했다고 내게 말했다.)  


싱가포르에 온 지 약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유튜브를 통해 총리 연설을 생방송으로 지켜보았다. 항상 분홍색 옷을 입는 리셴룽 총리가 어제는 파란색 셔츠를 입고 나와서 영어로 연설을 시작했다. 중간중간 물을 마시며. 한 가지 신기했던 것은 영어 연설이 끝나자, 바로 바하사(말레이어)로 같은 내용을 연설하고, 그 후에는 중국어로 말하는 과정이었다. 통역, 더빙, 자막 없이 총리가 3개 국어로 연설을 한다. 이 부분은 꽤 신기하게 느껴졌다. 


주된 내용을 살펴보면 싱가포르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확진이 늘어나고 있는데 국가에서 잘 케어하고 하루빨리 진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으며, 동시에 조금 더 강력하게 지침을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 협조해달라, 는 것


결국 5월 4일까지로 예정되어있던 서킷 브레이커는 6월 1일까지로 연기가 되었고 이로써 나는 약 세 달 동안 자택 근무를 하게 된다. 더불어, 점점 더 밖에 나갈 이유를 줄이는 추가 지침들을 발표했다.


 - 운동이나 장을 보러 나가더라도 <혼자> 갈 것. 가족들하고도 나가지 말 것. 

- 슈퍼나 시장에 들어갈 때는 체온 체크 후 입장해야 하며, 대형 시장 4곳의 경우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숫자가 짝수인 사람인 짝수인 날짜에만 방문 가능하고 뒷자리 수가 홀수인 사람은 홀수 날짜에만 방문이 가능하다.

- 음료만 파는 상점 (예를 들어 버블티 파는 곳), 디저트나 과자만 파는 곳, 미용실은 문을 닫는다.

- 안경점은 100프로 예약제로 운영 가능하다. 

- 애완용품 판매샵이나 드라이클리닝도 온라인 예약과 배송으로만 운영 가능하다.

- 6월로 예정된 여름방학은 5월 3일부터~6월 1일까지로 변경하고 6월 2일부터 새 학기가 시작된다. 

- 도미토리에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오늘(4월 22일)부터 백 프로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근데, 싱가포르 정말 너무 하다 싶은 건.. 오후 4시에 총리 연설을 통해 이런 지침을 발표하고 바로 다음날부터 시행해야 한다! - 이런 식이다. 예를 들어 어제까지 버블티를 팔던 공차는 24시간의 여유도 없이 장사를 접어야 하는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 나는 집주인 내외분께서 점심, 저녁까지 다 챙겨주시고 비타민을 먹어야 한다며 과일까지 챙겨주셔서 염치가 없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얻어먹고(?) 있고, 자택 근무도 슬슬 적응이 되고 있다. 

나름대로 출근 전, 퇴근 후 루틴을 만들어 출근 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읽으며 커피를 한 잔 마시고 퇴근 후에는 회사 랩탑과 충전기까지 가방에 넣는 식으로 정리를 하고 있다. 약간의 선긋기는 자택 근무 시에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씩 자택 근무 루틴이 생기고 있다. 


운동량이 많이 줄어들었다. 주말에는 공원을 산책하고(마스크를 써야 해서 더운 건 사실이다.), 평일에는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의 요가 선생님을 만나는 기회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휴가를 써도 한국에 갈 수 없고, 친구 집에 가는 것도 안되고, 밖에서 만나도 갈 곳이 없으니 당연히 더더욱 혼자 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답답하지만 이런 시기도 있구나, 뭐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은 일할 수 있고, 작은 내 공간에서 몸을 움직일 수 있고, 끼니를 챙겨 먹을 수 있고, 다른 곳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전화를 할 수 있으니 감사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어제는 마음이 꽤 힘들어서 예전 회사 동료와 통화를 한바탕 하고 나니 다들 겪고 있는 코로나 블루. 결국은 조용히 인정하고 지나가게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 더 기록을 해야지,라고 마음먹었다.  

 



2020년 4월 21일을 기준으로 서울보다 조금 더 크고, 인구는 서울의 절반 정도인 560만 명인 이 곳 싱가포르의 현재 총확진자는 9,12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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