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브랜드의 사회적 책임
샌프란시스코의 언덕배기 집, 에펠탑이 보이는 파리의 작은 아파트, 일본 오사카의 다다미 방. 모두 에어비앤비가 있었기에 가능한 여행이었다. 에어비앤비는 ‘Belong Anywhere’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여행은 살아보는 것’이라는 하나의 큰 트렌드를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두 명의 창업자는 2008년 바람(Air)과 침대(Bed) 그리고 아침(Breakfast)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의미를 가진 에어비앤비(Airbnb)를 설립하고 10년이 지난 지금 기업가치는 35조까지 성장했다. 전 세계 190개 국 400만 개의 집이 등록되어 있다.
에어비앤비(Airbnb) 차이나가 만리장성에서 로맨틱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만리장성에서 쏟아지는 별 하늘을 보면서 특별히 준비된 전통 음식과 노래와 함께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만리장성이 해외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하는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중국에서는 신선하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있는 반면, 역사적인 상징이 상업화되고 건설 당시 뼈아픈 과거 역사를 미화한다며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공유 차량 서비스의 대표주자인 우버(Uber)는 우버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국의 브랜드 디디 추싱(Didi Chuxing)에 지분을 매각하고 중국에서 철수했다. 구글(Google) 또한 중국 정부와 몇 년간의 대치가 있었지만, 결국 ‘인권, 인민, 평등’ 등의 인권과 관련된 검색어 기능이 구현되지 않는 ‘반쪽 구글 엔진’으로 중국 시장에 나설 예정인데, 이에 비하면 에어비앤비 차이나의 중국에서의 성장을 괄목할 만하다. 중국에서만 지난해 대비 125% 성장, 지난해에는 3천300만 명이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 외국 브랜드에 폐쇄적인 중국에서 또한 에어비앤비의 영향력이 괄목할 만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까지 각광받는 에어비앤비, 이제 여행을 갈 때에는 어느 호텔에서 묵을지 보다 에어비앤비에서 묵을지 호텔에서 묵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모두가 임대인이 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직접 요리를 하고 일상을 살아 볼 수 있는 집을 제공한다는 것이 에어비앤비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한편, 이로 인해 ‘관광 난민: 도시에 몰려오는 관광객들로 인해 살 곳이 없어진 도시 주민’과 이 현상을 지칭하는 ‘투어리트리피케이션(Tourtrification, Touristify+Gentrificaion)’이라는 합성어까지 등장했다.
이 때문에, 에어비앤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은 법을 제정하여 ‘숙박업소로 등록되지 않은 개인의 임대를 불허한다.’고 밝혔고 이는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다시 말해, 숙박업소가 아닌 이상 개인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 또한 지난 6월 관련 법을 제정했고,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반대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3년째 에어비앤비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변화하는 산업과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흔히들 ‘업을 재정의’ 하라 한다. 에어비앤비 또한 숙박업이라는 업태를 재정의한 가장 선도적인 브랜드로 손꼽힌다. 하지만, '재정의'에만 집중, '본질'을 잊었다. 세계 각국에서 생겨나는 규제들은 몸집 키우기에만 급급했던 에어비앤비에게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는 제재들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관광지의 임대료, 각종 사회문제를 시장 경제로만 해석하기엔 에어비앤비의 사회적 책임은 너무나도 소극적이다.
사실 에어비앤비로 인한 이슈들은 끊이지 않았다. 물론 관광 난민과 같은 현상은 비단 에어비앤비의 문제라기 보단 시장경제의 흐름상 임대인의 니즈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할 수 있지만, 주거구역을 방문한 관광객들의 사회문제 또한 야기되는가 하면, 주인의 몰래카메라 설치, 성폭행과 같은 입에 담기도 어려운 끔찍한 사건도 있었다.
에어비앤비는 자체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성으로 이끌어 가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문제를 덮고 방관했다. 나의 논리에는 브랜드에 의한 사회문제를 간과하는 브랜드의 사업은 지속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변칙 숙박업을 제재하는 수단도 없었다. 에어비앤비는 이런 일련의 사건에서 인상 깊은 행보 없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400만 개의 장소를 어떻게 관리하겠냐만은, 그것을 할 수 있는 브랜드이야 말로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이자 Sustainable(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이는 행보는 애당초 공유경제보단 잇속 챙기기로 보인다.
에어비앤비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시스템(Brand Identity System)이 가장 잘 정립되어 있는 브랜드로 손꼽힌다. 하지만, 현상과 문제를 보자면 에어비앤비가 활용하고 있는 지금의 비전 ’Belong Anywhere’의 'Anywhere'가 '어디든'으로 해석되기보다는 '아무 데나'라는 부정적인 단어로 느껴진다. 사회적 책임 없이, 성공신화가 운 좋게 길기도 길었다.
++) 2018.08.08 업데이트
에어비앤비의 만리장성에서 하룻밤 이벤트가 중단되었다. 지방 정부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어 문제가 제기됐다. 중국 네티즌의 반발이 컸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로 해석하면 '석굴암 옆에서 하룻밤 자기' 같은 느낌이니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그 삶이 불법이자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라면 굳이 그런 삶을 살 필요가 없다. 그런 삶은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당분간 에어비앤비는 활용하지 않겠다. 이런 브랜드는 소비자가 나서서 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