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전통 리테일과 첨단 기술의 만남
무인점포. 어쩌면 기사 등을 통해 많이 접해 보아서 그런지, 아직 실제로 사용해 보지는 않았지만,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이 있다. 그런데, 그 무인점포의 기술이 전통 리테일인 백화점에 적용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한국의 현대백화점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Amazon)의 자회사인 Amazon Web Service와 손을 잡고, 2021년 오픈 예정인 여의도 현대백화점에 아마존 고(Amazon Go)의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한다. 전통 리테일인 백화점과의 콜라보레이션이라니!
아마존 고(Amazon Go)의 역사는 지난 2016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마존은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인 아마존 프레쉬(Amazon Fresh)를 확장하기 시작하면서 아마존 고를 론칭했다. 아마존 고에서는 점원도 계산대도 없다. 바로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Just Walk Out Technology) 덕분이다.
자율 주행차에 적용되는 자율 주행 센서와 동일한 기술인데, 매장 입구에서 아마존 고 앱의 QR코드를 스캔하면서 고객 경험이 시작된다. 내가 원하는 물건을 그저 장바구니에 넣고, 또 그대로 나오면 아마존의 멤버십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과 연결되어 있는 신용카드에 청구되는 방식이다.
아마존 고가 론칭되는 시기만 해도 O2O(Offline to Online)를 통한 Seamless 한 고객 경험이 유통업계의 신선한 도전이었다. 아마존 고 또한 처음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시범 점포였다. 하지만 지금은 시카고 등 미국 전역에 매장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알리바바(Alibaba) 또한 무인점포를 시작한 지 몇 년이 되어간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마트 24가 삼성동에 무인점포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아직 규모 또한 작고 점포 수도 많지는 않지만, 앞으로 더욱 늘어날 테니,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재빠른 연결은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가 된 셈이다.
그런 기술이 전통 리테일에 적용된다니. 기대를 안 할 수가 있나! 사실 리테일의 침체는 비단 오늘 내일일이 아니었다. 상당히 진부한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으나 모두가 알다시피 온라인이 발달하면서 누구나 쉽게 검색을 통해 가격 비교가 가능하고 조금 더 기다리더라도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우리가 백화점에서 구매하는 제품의 가격이 얼마나 많은 유통 비용이 포함되어 있는지 알 수 있게 됐다. 그러다 보니 ‘직접 방문하여 구매를 하는 것'은 일명 '호갱'으로 인식되거나, '문명과 가깝지 않은 사람들' 범주에 포함되었다. 서울 근교의 ‘아웃렛’ 또한 동일한 맥락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렇기에 이제 소비자에게 오프라인 매장은 물건을 구매하기 위한 방문보다는 시간을 쓰는 경험의 장소로 변모한다. 마치 커피숍에 커피를 즐기러 가는 사람보다 지인과 담소를 나누는 시간과 장소가 필요해서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처럼. 나름 변화에 빠르게 편승해 고전하고 있는 신세계는 ‘적재적소 모든 경험에 신세계의 브랜드’를 제공하고 있고 롯데백화점은 '옴니채널'에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신세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시간에 다뤄보겠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은 이번 신년회 발표에서 ‘지금까지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SHIFT(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몇 년 동안 맥을 못 찾았던 현대백화점에게는 ‘첨단 기술’이 새로운 돌파구가 되길 바란다.
한편, 아마존 본사에서 이번 보도에 대해 '과장 홍보'라며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번 기술은 아마존 자회사인 아마존이 아닌 AWS와 협력을 진행하는 것이므로, 정정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애매한 표현이 있긴 했지만, 아마존과 관련된 많은 보도가 있었던 것은 그만큼 아마존과 신기술이 함께하는 리테일에 대한 갈증이 아닐까.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영어 회화, 악기, 꽃꽂이까지 섭렵한 어머니가 있어서 인지, 어려서부터 백화점을 줄곧 방문한 나에게 2021년에 여의도는 어떤 모습일지 무척 기대가 된다. 기술과 함께한 전통 리테일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