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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욱림솔훈 Jan 27. 2024

어쩌다 우리는 모여서 글을 쓰게 되었을까 - 1부

욱림솔훈 : 우리의 글쓰기 모임에 관하여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욱림솔훈의 브런치 관리자,유림입니다.

저희를 아시는 분도 모르시는 분도 계실텐데요. 저희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해보자면, 각기 다른 취향과 삶을 살던 4명의 사람이 우연한 기회로 만나 '글쓰기'라는 삶의 태도를 따라 함께 걸어가보기로 한,

짧게 이야기하자면 올해로 4년차를 맞이한 글쓰기&창작크루입니다.


이 글은 2022년 1월 워크샵에서 나눈 '글쓰기 모임'에 대한 저희의 대담입니다. 메일링으로 한차례 독자분들과 만나본 적 있겠지만, 새로운 플랫폼에서 더 많은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브런치에 다시 업로드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선 저희가 어떻게 모이게 되었는지, 어떤 글을 쓰고 싶어하는지 그리고 글쓰기 모임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글은 고독하게 완성해야하는 작품처럼 생각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방식의 글쓰기도 있다는 걸 욱림솔훈을 통해 하나의 예시로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글이 읽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제 욱림솔훈의 이야기를 들으러 가볼까요?


어쩌다 우리는 모여서 글을 쓰게 되었을까 1부


따로 또 같이 글을 나누는 사이가 된 욱림솔훈.

욱림솔훈이 직접 말하는 글쓰기 모임과 욱림솔훈은 어떤 모습일까.


2022년 1월, 워크샵에서 그들이 나눈 대화를 들여다보았다.


** 대욱은 모두와 존댓말을 사용하고, 유림과 은솔, 영훈은 서로 편하게 말한다.



Q. 왜 욱림솔훈인가요?


욱: 이건 제안한 사람이 말씀해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림: 아, 제가 제안했죠?

솔: 유림이가 제안했었나?

훈: (웃음) 이렇게 바로 들어가요?

솔: 생각해보니까 이거 내가 처음에 톡방 이름으로 지었다고 알려준 거였어.

욱: 아, 그래요? 그러면 이 순서는 어떻게 하게 된 거예요? 한 글자씩 따온 건 알겠는데.

솔: 어감이 제일 편해서. 나머지는 읽으면 진짜 별로예요.

(다 같이 웃음)

림: 림솔훈욱.

(영훈 빵 터짐)

림: 솔욱훈림 이것도 이상하고.


Q. 넷은 어떻게 만나 모임을 하게 되었고, 만난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욱: 저는 글쓰기 모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확히 말하면 꾸준한 글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혼자 쓰는 것보다는 함께 읽고 쓰는 집단이 만드는 일종의 강제성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 게 있어야 좀 더 책임감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저는 문창과 출신이라 ‘문창과식 합평’이 아닌 글쓰기 자체만을 위한 모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문창과에서 수업을 듣지 않았던 사람이었으면 좋을 것 같았어요. 그 기준으로 주변 지인들을 지워나가다 보니까 생각났던 사람이 은솔 씨의 연말 파티에서 만난 영훈 씨였어요. 사실 그때 많이 친한 것도 아니었고, 두어 번 본 사이였는데 뭔가 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저는 평소에 그런 직관을 잘 믿고 바로바로 실천하는 편인데, 하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을 때 되게 좋다는 긍정적인 대답이 왔어요. 그리고 영훈 씨가 은솔 씨에게도 얘기해봤는데 하고 싶어 하더라, 같이 해보면 어떻냐라고 해서 그렇게 재작년 2월에 저, 영훈 씨, 은솔 씨 그렇게 셋이 처음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그리고 지금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서 함께하고 있지 않지만 은솔 씨의 지인분과 넷이서 글쓰기 모임을 했었고, 작년 1월 유림 씨가 들어오고 지금의 네 명 체제로 오고 있습니다.


훈: 저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혼자 소설 창작 강의를 들어보고 그러던 때였어요. 강의를 듣고 합평이란 걸 처음으로 해보고 나니, 지속적으로 같이 글 쓰며 서로의 글을 읽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죠. 그러던 찰나에 대욱이형이 제안을 해줘서 아주 좋은 타이밍이라는 생각에 하게 됐죠.


욱: 그럼 제가 제안을 했을 때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걱정이나 우려되는 건 없었나요?


훈: 걱정이요? 저는 그냥 저에 대한 걱정?


(다 같이 웃음)


훈: 그냥 마감 지키면서 잘할 수 있을까?


림: 은솔이는 어땠어?


솔: 선명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뭔가 영훈이가 같이 하자고 했어. 수백 번 고민하고, 시도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해보자라고 생각을 했고, 그래서 모임을 이어갔고, 또 사람 연결하는 걸 좋아해서 뭔가 세 명보다는 네 명이 나을 것 같았어. 그리고 유림이랑은 졸전을 같이 하면서 차를 많이 얻어 탔는데, 유림이가 우리 집에 데려다주는 길에 그때 내가 되게 적극적으로 영입을 했어. 우리 이런 모임 하는데 참여해 볼 생각 있냐. 근데 마침 유림이가 이제 하반기에는 시간이 빈다고 해서 들어오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을 해줬고, 그래서 이렇게 지금 합류하게 되었다. 유림의 의견은?


림: 저는 세 분이서 글쓰기 모임을 한다는 걸 은솔이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모임에서 이런저런 활동을 한다고 해서 되게 멋있는 걸 하고 있구나 생각을 했고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디자인과 졸전을 준비하고 복수전공으로 문창과 수업도 듣고 있어서 조금 힘들 것 같다고 했어요. 문창과에서도 이미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데 새로운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까지 또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이 되어서 저도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는 얘기는 안 했고, 나중에 은솔이가 12월 말에 한 번 더 물어봐 줬는데 이제 학기도 끝나고,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그대로 끝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어서 냉큼 잡았습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욱: 저는 지금은 같이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지 않은 분과 만나서 하는 첫 모임에서, 그분이 제 시를 읽고 울었어요.


욱: 저는 그런 경험이 처음이기도 했고요, 그리고 그분은 글쓰기 모임을 같이 시작하면서 처음 알게 된 분인데, 잘 모르는 사람이 내 글을 읽고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다는 그 순간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어요. 되게 감사한 일이고, 글쓰기 모임이 아니라면 절대 할 수 없었던 순간이잖아요? 아예 모르던 사람과 글 하나만으로 감정을 교감하고 그걸 표현하고 반응하고. 그 순간이 딱히 좋거나 나쁘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내가, 나의 글이 독자에게 가닿을 수 있다는 사실이 좋기도 하면서 마냥 좋지만 않았던 이유는… 좀 무섭기도 했어요. 그렇지 않을까요? 내가 쓰는 글에 이렇게 힘이 있다는 거잖아요. 그걸 마냥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림: 무서워지죠.) 저는 쓰는 일에 대한 책임감도 더 느끼게 됐어요. 예전처럼 ‘글 쓰려고 글쓰기 모임 해’라는 태도로 대하면 안 되겠구나 생각을 했고요. 다른 분들은 어떠신가요?


솔: 저는 <선잠>이라는 소설을 처음 써왔을 때. 그때 소설을 처음 쓴 거였는데, 그 첫 단락에 대해서 반응이 일관되게 좋았던 게 너무 신기했어요. 그래서 거기서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처음으로 느꼈어요. 내가 할 수 있겠구나. 그전까지는 계속 미래가 그려지지도 않고, 글쓰기와 이 모임을 지속할 수 있을지부터가 고민이었는데 개인적으로 글에 대해서 용기를 찾았던 게 그 소설 가져갔을 때여서 그게 가장 인상 깊어요. 세 명이 다 같은 부분을 괜찮다고 말해준 건 좀 드문 일이라서.


훈: 맞아. 진짜 좋았어 첫 문단.


솔: 동시에 책임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이걸 잘 풀어야 한다는.


욱: 그리고 이렇게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도 있는 것 같아요. 단순히 독자의 존재를 생각한다는 먼 얘기가 아니라 적어도 이 모임 안에서 이 사람들은 진심으로 읽어주고 있구나 느끼게 되니까요. 영훈 씨는요?



훈: 저는 순간으로 말하자면은, 선유도 공원에 돗자리 깔고 앉아서 써온 글도 읽고 그럴 때. 그때 날씨도 9월이었잖아요. (솔: 너무 좋았어.) (욱: 인센스도 피우고.) 그때 여러분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서 별 이유 없이 선물 사 와서 선물도 주고. 그냥 글쓰기 모임, 글 쓰는 걸 떠나서 글 쓰는 사람들이랑 같이 그런 시간을 가지는 게 좋은 경험이었어요. 처음에는 이 모임을 이렇게까지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모임 안에서 글을 읽고 쓰는 것만 생각했다면, 그 당시는 이 모임을 잘 이끌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때쯤인 것 같아요. 그때가 되게 기억에 남고 그래서 올해도 그렇게 한번 했으면 좋겠다~



림: (웃으며) 나랑 너무 비슷해서. (훈: 아 진짜?) 저희 글쓰기 모임 한번 끝나고 밤에 한강 갔던 적 있잖아요.


(욱: 맞아요.) 그때가 엄청 기억에 잘 선명하게 남아 있는데, 그동안 저는 글을 문창과에서 쓰기 시작했던 터라 합평을 위한 글쓰기의 느낌이 강해서 뭔가 내보였을 때 무섭고 그런 게 좀 컸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그런 두려움을 좀 덜어내는 동시에 뭔가 이걸 끝내고도 한강을 함께 걸을 수 있을 만큼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게 되게 행복했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좋아가지고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솔: 와 완전 추억 새록새록.


(다 같이 흐뭇한 웃음)


림: 밤인데 되게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했던, 그래서 우리도 운동 얘기를 하면서 걸었던 기억이 남아.


Q.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별로였나요?


솔: 별로였던 점은 하, (한숨) 매달 마감에 시달리는. (다 같이 웃음) 매달 마감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별로라기 보다는 힘듭니다. 대신에 좋은 점은 퇴고하고, 모임 가서 얘기 듣는 순간이 굉장히 좋아요. 무슨 말이 쏟아지든 그게 좋은 말이든 아니면 내가 부족한 면이든 그걸 듣고 있을 때 소화가 되는 느낌? 내가 이만큼 막 열을 올려서 했던 그 모든 열기가 온몸에서 식어가는 느낌 그게 좋더라고요.


림: 나는 비슷하면서도 달라. 반대인 게 저는 글쓰기 모임 주제 정하고 쓰기 시작했을 때 그때가 가장 '뭘 쓰지' 하면서 설레는 순간이고, 그걸 끝내서 이제 피드백을 들으러 가지고 왔을 때가 설레면서도 무서워 아직도. (다들 끄덕이며) 이건 누구한테 보여줘도 그럴 것 같아요. 저는 뭔가 보여줄 때 사실 아 너무 무섭다, 하는 근원적 공포를 마주하는 느낌을 받아요. 안 떨리고 안 무서울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자기 글을 보여줄 때. 이게 제 성향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아직도 제가 뭔가를 하고 있는 걸 보여주는 게 조금 부끄러워요. 그래서 여기서 그걸 이겨내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전보다는 덜 겁내고, 이제 좀 더 그러지 않기 위해서 내가 어떤 걸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배워가는 느낌입니다.


솔: 완전 재작년의 나 같다.


림: 제가 1년 느리잖아요. (웃음)


훈: 저도 뭔가 유림이처럼 배우고 성장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나는 내가 항상 닥쳐서 뭔가를 하는 사람이니까 무언가를 계속 꾸준히 해 온다는 거 자체가 나한테는 너무 대단한 일이야. (다 같이 웃음) 꾸준히 하는 걸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엄청 기특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는 일이라서. 우선 꾸준히 글을 쓴다라는 것을 일단 배워가는 것 같고. 그리고 글을 읽고 쓰는 일 자체에 대한, 그게 얼마나 좋은지를 배워. 내가 글을 왜 쓰고 싶었지라고 생각했을 때, 예전엔 내 안의 무언가를 풀어주고 해소하기 위해서 막 썼다면 지금은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먼 곳으로 데려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 글쓰기 모임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으면 내가 더 생각하지 못하고 놓쳤던 부분들까지도 같이 보게 되고, 내 글이 타인에게 닿아서 어떤 방식으로든 뭔가가 생겨나는 거야. 그 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소중한 경험이라 좋지. 별로인 점은, 별로라기보다는 매 순간 마감과 퇴고를 해야 하고 내 글을 놓아줘야 하는 순간이 쉽지는 않지만 그것도 점점 굳은살이 생기는 배움의 과정인 것 같아서… 아주 좋아요.


욱: 제가 좋았던 거는, 글쓰기 외에 더 다양한 활동을 글쓰기에서 출발해서 시도하는 일이 좋고요, 글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게 좋아요. 그리고 그건 물론 글쓰기 모임 자체도 충실하게 하고 있으니까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공부 모임인데 공부 안 하고 자연스럽게 놀러 다니게 되는 일이 되게 많잖아요. 저는 그런 게 싫어서 열심히 하자고 항상 생각을 하고 있고, 우리가 모인 목적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봤을 때 그 목적을 잘 이뤄나가고 있으니까 그다음 너머의 일들도 다들 서로 교감을 하면서 더 많은 일들을 해보려는 것 같고요. 별로인 점은 제가 별로일 때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들 잘 읽어주고 있어서 가끔은 그 독해에 기대서, 쉽게 말하면 대충 쓸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림: 어, 이렇게 솔직하다니….


욱: 좀 별로인 것 같아요. 어떤 의미에서 별로냐면, 저희가 글쓰기 모임을 위해서 만난 것도 있지만 서로가 원래 알고 있던 지인이고,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고, 서로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거기에 기대서 가끔은 스스로의 기준에 못 미치는, 선에 닿지 못하는 글을 가져갈 때가 있어요. 다들 그런 글도 다들 잘 읽어 주고, 제 글을 읽어 온 경험이 있으니까 글 외의 외부적인 요소까지 가져와 해석해 주는데 그럴 때 조금 부끄러워요. 그런데 그건 좋은 것 같지는 않아요. 못 썼음 못 썼다, 예전보다 별로다,라고 확실히 말했으면 좋겠어요.


Q. 의견 조율은 어떻게 하나요? 힘들었던 순간이 있나요?


욱: 의견 조율은 이렇게 자리를 가지면서 그때그때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하는 것 같고,

힘들었던 순간은 퇴고와 마감. (다 같이 웃음)


Q. 만나면 뭘 하나요?


림: 만나면 글을 쓰고요.

솔: 글을 읽고요, 워크샵 오면 사진을 찍고요, 밥을 먹고요.


Q. 욱림솔훈은 왜 글을 쓰나요?


욱: 저는 왜 글을 쓰는지 이걸 진짜 물어보고 싶었어요.


림: 맞아요, 왜 글을 쓰는지.


욱: 저부터 말하면 저는 제가 어떤 세계를 항상 두드리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세계가 뭔지 모르겠지만 그걸 조금씩 다른 말로 다르게 풀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풍경만 평생 그리는 화가처럼요. 그렇다고 해서 그 화가의 그림은 모두 똑같기만 한 걸까요? 팔레트 안에 이 색깔도 저 색깔도 다 비슷하고 다 비슷한 듯한 풍경을 그리는데 그걸 다 모아놓고 보면 또 하나의 세계가 될 수도 있는 거고요. 저는 단순한, 레이어 하나, 모노톤으로 된 장면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그런 감각을 글로 쓰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감지하고 있는 지금의 세계에서 뭔가 더 말하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그건 시로 조금씩 조금씩 쓰고 있고요. 제 글은 누군가한테는 매번 똑같은 시일지도 모르고, 누군가한테는 매번 같은 세계라 다른 곳의, 다른 방식의 글을 보고 싶어 할 수도 있는데, 저는 제가 그런 것에 별 욕심이 없어요. 다른 작법을 연구하거나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쓰거나, 글쓰기와 다른 무언가를 결합을 해서 글 아는 방향으로 풀어내고 싶은 욕심이 지금은 없어요. 나중에 생길지는 모르겠지만요. 저는 조금씩 바뀌는 세계와 미미한 풍경을 감지하고 싶고, 그걸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해요. 하지만 여러분이 계속 말해 주는 것처럼 시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미지나 심상이 있는데 그 지점은 제가 확실히 넓혀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작년에 책을 만들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제가 바라보는 세계를 넓히거나 다른 차원으로 파고들어야겠다는 생각도 조금은 하고요.


림: 어떤 걸 쓰고 싶은지 잘 말해 주신 것 같아요. 그러면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욱: 그래서 제가 똑같은 걸 쓴다고 생각하면 가감 없이 말해주시고, 그렇지만 당연히 글을 잘 썼네 못 썼네도 해 주시고, 세계에 대해서 뭔가 발견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말을 해줘도 좋아요.


솔: 이거 되게 중요한 포인트다. 대욱 씨의 글을 해석할 관점을 얻었어.


훈: 응응….


훈: 그러니까. 우리가 글쓰기 모임을 2년 가까이 했는데, 어떤 관점에서 각자의 글을 보고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안 잡힌 것 같을 때가 있었어.


욱: 그런데 여러분들이 뭔가를 잡아주지 않아도 돼요. 비평은 사후에 엮어서 어떤 세계다, 하고 봐 주는 거고요. 오히려 그런 것보다 지금처럼 한 작품을 열심히 읽어주는 게 감사하고… 그거만 있으면 돼요, 사실. 그 순간에 기대 세계를 조금씩 더 만들 수 있는 거니까.


솔: 그래서 일부러 문학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이랑 글을 나누고 싶었던 것도 있는 건가요.


욱: 네,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이렇게 쓰면 시인 누구 같다 하잖아요. 유림 씨도 많이 들어 본….


: 저도 많이 듣고 (웃음) 많이 말하기도 했습니다. (웃으며) 죄송합니다.


(훈: 웃음)


욱: 그게 좋은 의미일 수 있지만 어떤 의미로는 누군가의 키즈처럼 부르는 표현일 수도 있고요. 영훈 씨도 창작 수업에서 그런 말을 들어본 적 있지 않나요.


훈: 음, 맞아요. 창작 수업에선 항상 많이 듣는 것 같아요.


림: 그런데 사실, 저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 뭔가 ‘아, 여기서 그럼 내가 다르게 가져가야 할 건 뭘까’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거든요. 이미 있는 시장이라면 내가 뚫을 수 없는 거니까, 하지만 '누구 같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으면 듣기 싫을 수도 있죠.


욱: 그런데 저는 그 시장이 딱 누군가의 무엇이라고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세상에 물감이 지금도 이렇게 많은데 계속 새로운 색깔 물감 나오고… 조금씩 조금씩 다르잖아요. 색조도 하늘 아래 같은 색 없다고 하면서 다 다른 것처럼요.


림: 네 맞아요. 다른 것들에 좀 더 집중해야 이것과 뭐가 좀 더 달라질 수 있는지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림: 저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생각이 동일한 것 같은데, 항상 글이라는 세계는 도피처이자 현실과 다른 공간이라는 생각을 해요. 이게 조금 안 좋은 걸 수도 있겠지만, 현실과 글의 세계를 분리시킴으로써 얻는 안도가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런 걸 꿈꾸는 사람이기에 환상적인 것을 지향하는 편이에요. 그 비일상을 글에 담고 싶고, 시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그럴 수는 없겠지만 위안이나 행복 같은 것을 좀 얻어갈 수 있었으면, 그리고 좀 더 잔잔한 곳이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있어요. 제가 쓰는 시를 읽고 누군가는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욱: 완전 정반대인 것 같아요.


림: 네 맞아요.


욱: 그러니까 유림 씨의 글은 평화롭고 잔잔한 곳이었으면 좋겠고 비일상인데, 저는 일상인데 평화롭지 않고 고요하지 않고 어디 깨져있는 것 같고.


림: 대욱 오빠가 일상에서의 삐끗하는 그 순간을 표현한다면 저는 일상 아닌 것 같은 세계인데 일상인 것 같아,라고 느끼는….


욱: 그런데 시간은 멈춰 있는 것 같은 느낌.


림: 맞아요. 현실 감각이 없어지는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일을 좋아하고.


욱: 매번 세계관 만드는 사람.


림: 네, 추구하는 것 같아요.


훈: 저는 왜 글 쓰는지 얘기하려면 책 얘기부터 가야 할 것 같은데. 옛날에는 문학을 아예 안 읽었어요. 어릴 때는 저는 문학의 재미를 진짜 몰랐고 자기 계발서 위주로 읽었는데, 왜냐하면 그런 게 실질적으로 내 삶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어릴 때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지? 나는 누구지?’ 이런 고민을 할 때 책에서 도움을 얻었어요. 그러다 살면서 고민이 해소되기도 하고 다양한 경험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비문학에서도 인문학 책을 읽게 되었고요. 인문학을 통해서 철학적인 생각도 해 보고. 세상이란 건 뭘까 고민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 재밌었고요. 근데 그럴 때도 소설은 전혀 안 들어왔던 게, 저는 소설을 읽으면 시간이 아까운 거야. 소설의 재미를 진짜 몰랐던 거죠.


림: 진짜가 아닌 이야긴데 이게 도움이 되나, 이런 생각도 충분히 들 수 있죠.


훈: 이건 허구의 이야기고.


욱: 시간 때우려고 읽는 거고.


훈: 저는 지금도 비문학만 읽는 사람들을 이해해요. 제가 옛날에 그랬으니까요. 그랬던 제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내 안에 나도 모르는 내가 발현되는 모습을 보게 되고. 그러던 어느 날 그냥 소설을 봤는데 소설 속 인물한테 감정이입을 하게 됐어요. 그 지점에서 삶에 무언가를 얻어가는 게 생기고, 그런 걸 떠나서도 그때부터 소설이 너무 재밌고 간지럽고 그런 거죠. 그중에서도 퀴어 소설을 딱 읽게 되면서 ‘어, 나도 써보고 싶다. 이거 그냥 내 이야기인데? 나도 일기 쓰듯 쓸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솔직히 먼저 들었어요. 되게 자만심 가득한 (다 같이 웃음) 생각이지만 그땐 그랬죠. 그냥 일기 쓰듯이 쓰던 걸 처음과 끝이 있는 이야기처럼 만들어 보고 싶어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강의도 찾아보고 실제로 써 보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쓰면서 배우고 느껴지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었고, 나는 내가 바라보는 세계를 전달하고 싶어 하는구나, 표현하고 싶어 하는구나. 내가 이렇게 세상을 보는데 너희도 그럴 때가 있지 않니 하는 걸 소설의 언어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퀴어 소설집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까 내 세계를 보여 주고 싶어 하는 감정이 해소가 되기도 하고 다른 세계가 눈에 들어오기도 했죠. 지금도 퀴어 소설집에 대한 욕심은 있지만 그보다 아직 오지 않은 무언가를, 보지 못한 세계를 만들고 싶은 게 더 커진 것 같아요. 그래서 SF 문학을 생각하게 되고. 비거니즘에 관련된 문학이 많이 없으니 퀴어의 영역과 비거니즘의 영역을 상상의 세계에서 잘 조합해 소설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쓰고 있네요. 그렇습니다.


솔: 진짜 계속 변화하네. 나는 처음에 내가 느끼는, 그렇지만 뭔지 모르는 감정을 글로 풀어내고 나면은 이런 건가 하고 짐작할 수 있게 되어서 일기를 쓰다가 그 일기를 블로그라는 조금 더 공개적인 장소에 쓰다가 ‘내가 글을 못 쓰지는 않는구나’라는 점을 알았고, 그래서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어. 어떻게 보면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찾게 되고, 글의 세계를 알게 된 건 오로지 여기 안에서 글쓰기 모임을 하는 2년이라는 시간 덕분인 거지. 요즘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것 같아. 세상이 주목해 주지 않는 부분에, 너무 평범한 일상에 되게 큰 의미가 담겨있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너무 큰 어떤 덩어리들이 그 사소함을 가볍게 밟아버리니까 나는 그런 기록을 글로 남기고 싶구나 생각하게 된 것 같아.


- 2부에서 이어집니다 -



2022. 02. 16

<글쓰기 모임 인터뷰 1부 - 왜 글을 쓰나요?>


욱림솔훈 쓰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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