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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욱림솔훈 Jan 27. 2024

어쩌다 우리는 모여서 글을 쓰게 되었을까 - 2부

욱림솔훈 : 글을 쓰고 나누려는 이들에게



어쩌다 우리는 모여서 글을 쓰게 되었을까 - 2부 


따로 또 같이 글을 나누는 사이가 된 욱림솔훈.

욱림솔훈이 직접 말하는 글쓰기 모임과 욱림솔훈은 어떤 모습일까.


2022년 1월, 워크샵에서 그들이 나눈 대화를 들여다보았다.


** 대욱은 모두와 존댓말을 사용하고, 유림과 은솔, 영훈은 서로 편하게 말한다.



Q. 평소에 글과 가까운 사람이었나요?


솔: 나는 완전 안 가까웠는데. 어렸을 때 일단 독서 너무 안 했고, 글 쓰는 일은 학교 때 글짓기 대회하면 그때 한 번씩 쓰는 정도였고. 내가 쓰던 거는 아주 가끔 일기? 대학교에 입학해선 그보다 더 멀어졌다가 한 스물둘, 스물셋 무렵부터 조금씩 내가 쓴 글과 남이 쓴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래서 요즘은 더 가까워졌어. 조금.


림: 저는 항상 가까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의심하지 않고 나는 이걸 평생 하겠구나 생각이 조금은 있어요.


솔: 우와, 너무 부럽다.


림: 제가 진짜 어렸을 때 기억이 별로 잘 안 나는데, 딱 하나 기억이 나는 게 여덟 살 때쯤에 학교에서 외웠던 시를 집에 와 엄마 아빠 앞에서 암송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훈, 솔: 우와.) 그날 학교에서 선생님이 시를 주고 외우라고 시키셨는데 바로 외워서 선생님한테 칭찬을 엄청 받고.


훈: 우와, 영화 같아. <나의 작은 시인에게> 같은.


림: 그게 너무 신나니까 집에 와 가지고 ‘엄마, 아빠, 이거 내가 외웠는데 선생님이 잘했다고 칭찬해 줬어!’ 하며 부모님 앞에서 암송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그 이전의 기억은 진짜 안 나는데 그것만 확실하게 남아 있거든요. 그 이후로 책도 더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교내에서 글짓기 대회가 열리면 열심히 참여하고, 상도 가끔 받는 아이가 되니까 나는 이런 걸 하고 살아야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글쓰기를 직업으로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오래오래 쓸 것 같다는 마음은 갖고 있어요.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어디선가 끄적거리고 있겠구나 하는.


훈: 저는 글이랑 먼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아까(1부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지금은 많이 쓰고 싶고, 읽고 싶고, 탐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니까. 그리고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니까 글을 앞으로도 계속 옆에 두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나는 계속 글을 쓸 사람인가, 하고 생각하면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표현하고 싶은 게 많이 있는 사람인데 지금의 나에겐 최적의 수단이 글인 것 같고요. 저는 다른 수많은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림: 멋지다.


솔: 아 다들 정말 자기 자신을 너무 잘 안다. 대욱 씨는요?


욱: 전 뭐, 가깝다 못해 그냥…(다 같이 웃음)


림: 글인 사람!


솔: 걸어 다니는 글.


욱: 그런데… 네. 제 입으로 그렇다고 말할 수 있죠. 그러고 싶어 했던 사람이었고, 저는 한 때 제가 문학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 그러기 위해서 아주 많이 노력을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수록 드는 생각은… 어쩌면 도망치고 싶어서 선택한 게 디자인 복수전공이기도 했고, 새로운 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면 그 핑계로 이걸 좀 놔 버리고 싶을 것 같기도 했고요. 20대에는 내가 선택한 일을 정말 잘할 수 있을까, 나에게는 재능이 있을까 많이 고민을 하잖아요. 20대 중반의 저는 전공을 되게 좋아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생계를 책임질 수 없기에 졸업 이후의 현실을 고민해야 했고, 답이 나오지 않았을 때 새로운 진로를 선택하고 파고들어 지금까지 왔어요.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저와 글과의 거리는 이 정도가 좋은 것 같아요. 제가 글일 필요는 없고, 글이 저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글을 아예 멀리 두고 사는 건 아닌 것 같고. 저는 눈으로 보고 읽으며,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세계가 가장 편해요. 그런데 그건 좋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새로운 것도 많이 해보려고 했고, 더 감각적이고 돌출된 무언가를 좇기도 했지만 매번 다시 되돌아오더라고요. 저는 변화를 좋아하는 성정을 갖고 있지 않아요. 그로 인해 나라는 사람이 감각하는 것은 타인에 비해 좁은 스펙트럼일 것이란 것도 이미 알고 있고요. 그건 뭐, 조금 슬프긴 한데 절망을 느끼진 않아요. 그렇다고 매번 우울하다거나 이런 나를 싫어하지도 않고….



Q. 글쓰기 모임 TMI?


(다 같이 침묵)


욱: 아, tmi 있다. 작업실은 5층인데 엘리베이터 4층 누르고 반층 내려가면 (다 같이 웃음) 그런 거 아니에요? 그래서 저는 매번 웃긴 게 누군가를 작업실로 초대하면 뭐라고 설명할까 되게 난감해하다가 그냥 제가 나가거든요. 505호인데 들어와서 엘리베이터 4층을 누르고 반층을 내려와서…. (다 같이 웃음)


솔: 어, 나는 그런데 그 말을 그대로 치는데 카톡에다가. 카렌다 옆에 있고 문 열고 내려와서…


림: 약간 해리포터 같아.


훈: 9와 3/4 같은.


솔: 다들 그걸 좋아하더라고. 찾아오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해서일까.


2022년부터 2023년까지 함께한 이제는 사라진 욱림솔훈의 작업실



Q. 글쓰기 모임이 바꾼 것은?


욱: 글쓰기 모임을 해서 바뀐 나는 어떤 모습인가요? 은솔 씨는? 그냥 개인적인 글쓰기를 했을 때, 일기를 쓸 때, 또 블로그에 쓸 때, 그리고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창작을 했을 때 달라지는 자신을 보았나요?


솔: 아, 저는 그걸 알게 되었어요. 언어를 정확하게 다루는 게 진짜 어렵다는 거. 말로 하면 적당히 알아들을 수 있고 오해가 없는 부분도 글로 쓰는 순간에는 그게 너무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것. 그냥 일기를 쓰든 블로그 일기를 쓰든 편지를 쓰든 모든 글쓰기에서요. 맥락이 달라지면 허용되던 말이 그러지 않을 수도 있구나. 글쓰기 모임을 통해 그 부분을 알게 되어 제가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직 엄청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림: 저는 우선, 제가 생각보다 많이 비문으로 말하고 있었구나를 좀 깨달았고요. 특히 이번에 책 준비하면서 퇴고할 때 (솔: 맞아) 많이 깨달았고, 그다음에 저는 사실 일기를 안 쓰는 사람이었거든요. 좀 기분이 내킬 때 글을 쓰는 사람이었는데, 글쓰기 모임 이후로 생활 습관이 달라졌어요. 밤에 앉아서, 낮 동안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해 단어로라도 남겨 놓으려고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됐어요. 그러면서 전에는 정말 내 기분이 내킬 때만 썼다면 이제는 언제든 쓸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준비하는 느낌을 받아요. 꾸준한 사람이 되려고. 텀블벅에서 작가 소개글에 느릿느릿하게 글을 쓴다고 했는데 조금 더 템포를 빠르게 만들어 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훈: 저는… 텀블벅으로 책 펀딩할 때도 쓴 말인데, 글 쓰는 근육을 기르고 싶다고 썼고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솔: 바뀐 게?


훈: 그러니까 나는 계속해서 어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인지를 여기서 공부하고 있는 느낌이어서. 저는 아직 저의 세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느끼거든요. 여기서 글을 쓰고 말하면서 각자 보여주는 세계가 있다고 느끼는데 난 그게 아직 뭔지 모르고 그걸 찾아가는 단계라서 다양한 걸 써보는 중인 것 같아요. 그게 글에도 반영이 되는 것 같고. 글쓰기 모임 전과 후에 뭐가 명확하게 변했다기보다는 글쓰기 모임을 통해 그런 걸 지나가는 과정인 것 같다. 지금은 그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괜찮고요.


욱: 혼자서 썼으면 절대 몰랐을 텐데. 저는 글쓰기 모임이 바꾼 것? 바꾼 것은 잘 모르겠고,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알게 된 건 이 모임을 충실히 하면서도 다른 방향의 새로운 걸 할 수 있구나.


솔: 그러니까 이 모임 멤버들끼리요? 아니면 이런 모임을 하면서 다른 활동도 할 수 있구나?
욱: 둘 다요.


욱: 저는 이 모임을 통해 내가 계획한 것보다 조금은 더, 타인에게 열어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는 혼자 지낼 때 아쉬움 없이 살거든요. 무슨 말이냐면, 저는 혼자서 모든 의식주와 생계를 다 해결할 수 있으니까 생활에 아쉬움이 없단 말이에요. 그런데 내가 잘 쌓아놓은 성냥갑 같은 세계가 전부일 거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타인과 연결되어 무언가를 꾸준히 하면서 만든 또 다른 세계는 나 혼자선 절대 이룰 수 없더라고요. 여기 있는 사람들과 함께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더 다양한 걸 해볼 수 있고, 앞으로 하기로 한 미래에 대한 약속도 생겨나고요. 그건 한 명의 친구와 바라볼 수 있는 미래랑은 또 다르잖아요. 각각의 우리가 목표를 충실히 하면서 또 다른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느낄 때, 벽을 조금 덜 두고 살아도 되겠구나 하는 마음인 거죠.


솔: 완전 감동적인 말이다.


림: 감동받았어. 찡했어 좀.


Q. 글쓰기 모임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욱: 어… 저부터 하면, 모임을 하지 말고 글쓰기 모임을 해라. 만나서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이랑은 만나서 친하게 지내고 놀고 해도 되는데, 글쓰기 모임을 할 거면 진짜 글 쓰려는 사람들이랑 해라. 친분 아예 상관없다. 인스타에 올려서 구글 폼을 받거나 정말 모르는 사람들이랑 하는 취미활동 어플을 활용할 수도 있고요. 왜냐하면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는 정도나 마음이 다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처음에 타협하고 들어가면 자기가 원하는 모임을 할 수가 없잖아요. 진짜 타이트한 모임을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어떤 친한 분이 들어와 자기는 편하게 일기 쓰고 독후감 쓰는 건 줄 알았다 하면 그 중간을 맞출 수 없는 거니까요. 즉 모임의 성격과 글 쓰는 목적을 명확히 세워서 해라 정도의 이야기입니다. 나머지는 같이 맞춰가면 되는 거니까요. 은솔 씨는 어때요?


솔: 저는 피드백을 할 때 많이 느끼는 부분인데, 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해라. 이게 진짜 비방인지 아니면 딱 짚어줘야 하는 부분을 말해 주는 건지, 아니면 뭔가 이걸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니라 이걸 튕겨내는지 하는 지점이 중요하더라고요. 글쓰기 모임은 피드백이 중요한데 그 부분에 대해서 열린 자세가 아니었을 때는 모임을 유지하기가 힘드니까. 만약 그런 모임이 있다면 다른 사람을 찾든 아니면 다른 걸 만들든 그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제 스스로 피드백을 하면서 느꼈어요.


림: 저는…. (웃음) 그래도 좋은 사람이랑 해라. 왜냐면 글 얘기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나를 많이 드러내게 되는 거잖아요. 근데 그런 순간에 내가 남에게 드러내기 쉽지 않은 그런 부분도 이해해 줄 수 있는… 말이 좀 이상한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나의 모습을 공격하고 나쁘게 보는 사람들이 아닌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해라’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자기가 쓴 글을 공개할 때는 항상 상처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요, 글만이 아닌 다른 모든 창작물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그래서 우선 나쁜 점만 보고 얘기하려고 하는 사람들보다는 좀...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랑 해라.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훈: 다들 유용한 팁을 얘기해 줬네. (웃음) 나는 뭘 얘기해야 하지. 저는 음… 글쓰기 모임을 어떻게 해라, 라기보다는 글쓰기 모임을 하면 너무~ 좋다. (웃음)


림: 우선 해라!


(다 같이 웃음)


훈: 일단 해봐라, 왜냐하면…


림: 아, 이 말할까 고민했는데.


솔: 이영훈 진짜 편견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내가 본 사람 중에.


림: 이런 사람이 어떻게 예전엔 <부의 추월차선> 같은 책을 읽고.


(웃음)


훈: 하면은 너도 알게 될 것이다.(웃음) 이렇게 말할 수는 없으니까.


욱: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거죠.


림: 우선 하면서 배울 수도 있는 거고.


훈: 근데 해 보면은 정말, 글쓰기 모임이 단지 글 쓰는 것만 연습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사람들과 지내야 하는지,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까지 다 경험하고 배우는 과정인 것 같아요. 내 생각과 시선을 표현하고 타인과 공유하고 자꾸 무언가를 나누니까. 그래서 저희가 쓴 글을 모아 책을 내는 것의 의미도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고요. 저는 사람들이 글쓰기 모임을 경험해 보면 좋겠고, 글을 쓰는 것에 익숙해지면 좋겠어요. 그리고 사실 꼭 도움이나 필요에 의해 글을 써야 하는 것도 아니니 즐겁게 편하게 썼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 끝 - 



2022.02.18


<글쓰기 모임 인터뷰 2부 - 글을 쓰고 나누려는 이들에게>




욱림솔훈 쓰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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