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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욱림솔훈 Jan 27. 2024

오늘의 글과 사람과 글모임

지금, 글모임 : 유림의 에세이


º 주제: 현재의 글쓰기 모임


오늘의 글과 사람과 글모임 | 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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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글과 사람과 글모임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생긴 큰 변화가 있다면 하루를 마무리할 때 침대 대신 책상에 앉게 되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자주 몰아서, 특히 데드라인에 가까워져서야 작업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작업의 완성도를 위해서 그러지 않는다. 잘못하면 멋진 글은 커녕 완성도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에 10분이라도 글을 쓰기 위한 단어나, 순간이나 문장들을 적어둔다. 최근 휴대폰 메모에는 이런 문장을 적었다. '이제 나는 고양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이건 선물 받은 시, 에세이집 <그대 고양이는 다정할게요>를 읽다가 적은 메모로, 고작 시 4편과 에세이 3편을 읽으면서 눈물이 나서 도저히 책을 마저 읽을 수 없어서 적었던 메모다. 나중에 '고양이'를 주제로 글을 쓰게 된다면 저 문장이 글을 써나가는 데 있어 실마리가 되어줄 것이다.


이런 작은 노력들을 통해 글감을 찾는 일은 조금 더 빨라진다. 글감을 정하면, 글쓰기 모임의 가장 중요한 규칙인 '마감'에 한발 더 가까워진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걸음으로 부지런히 걸어 마감에 도착한다. 마감을 지나 글쓰기 모임 당일이 되면, 작업실에 모여 완성된 글들을 읽고 더 좋아질 수 있는 방향을 말해본다. 그 즐겁고도, 동시에 한 꼬집 정도 쓰라린 순간이 지나면 다음 주제를 맞닥뜨린다. 그렇게 보낸 한 달이 벌써 13번, 뱅뱅 도는 한 달의 반복 같지만, 그 사이 꽤나 멀리 걸어왔다. 그동안 우리는 한 달에 한 편 자유롭게 글을 써왔고, 2022년에는 조금 가볍게, 자주 쓰기로 결심했다. 처음으로 메일링 서비스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이 글을 받은 여러분의 반응이 조금 궁금하다. '조금'인 이유는 많이 궁금해하기엔 설렘보단 두려움이 커서.


  어때요. 괜찮나요?


아마 이 글은 2월이 끝나갈 무렵 발송될 테고, 나는 아직 1월에 있다. 마감이 2주 남았고, 이번 주제는 '현재의 글쓰기 모임'이다. 나는 '현재의'란 말이 어려워서 내 멋대로 '오늘의' 글쓰기 모임이라고 생각하며 글을 쓴다. 오늘은 글쓰기 모임이 없으니까 가장 마지막 글쓰기 모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12월.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이틀 전. 우리는 작업실에 모여 각자의 글을 나눠 보았다. 자세히 읽고, 의견을 말하고 피드백을 나눴다. 글쓰기 모임 초반에 나는 좋은 점을 주로 이야기했는데, 이제는 아쉬운 부분도 분명하게 말하려고 한다. 우리는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으니까. 그러기 위해 만났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좋은 점을 더 많이 이야기하려고 한다.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용기는 그런 칭찬에서 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싶지 않은 순간은 너무 자주 찾아오니까, 그럴 때 따뜻했던 한마디라도 기억나면 다시 책상에 앉기가 조금은 쉬워진다. 내 글이 너무 싫어질 때, 스스로가 미워질 때 내 말이 친구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가 더 오래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기를. 그리고 욱, 솔, 훈의 글은 솔직히 아쉬운 부분보다 좋은 부분이 훨씬 많다. 정말로.


우리는 좋았던 부분은 자주 말하고 아쉬운 부분은 한 번만, 대신 또렷하게 말하려고 노력하며 12월의 글쓰기 모임을 접었다. 잘 접었는가 생각해보면 비틀려있고, 못 접었다고 하기엔 정갈하다. 그래도 이 정도의 어긋남, 혹은 아쉬움은 있어야 한다고 혼자 돌아가는 지하철에 앉아 생각했다. 글쓰기 모임도 사람이 모이는 곳이고, 사람은 사람과 딱 맞아떨어질 수 없다고 나는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명히 존재한다. 딱 맞물렸을 땐 없고 오직 틈이 생겨야 흐르는 것이. 서로가 서로에게 부딪혀 깨지지 않게 막아주는 어떤 것이. 예를 들면 오늘의 글쓰기 모임이 시작되기 전, 일찍부터 작업실을 데워준 마음이 있었고,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유자청을 내미는 마음이 있었다. 은은한 스탠드 빛으로 꽉 찬 작업실에서 글을 나누고 웃고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은 욱림솔훈 계정에 올라가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입 밖으로 말하면 식어버릴, 그 따뜻한 흐름을 떠올리며 돌아가는 길은 이상하게 춥지 않았다.


12월로부터 28일이 지난 오늘은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다. 오늘은 금세 어제가 될 텐데, 오늘에 충실하지 않으면 어제도 잃어버리는 셈이다. 하지만 오늘도 엉성한 하루를 보냈고, 오늘은 곧 엉성한 '어제'가 될 것 같다. 결국 가장 적당한 '어제'를 빌려와 오늘의 글을 쓴다. 앞으로도 자주 그럴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그리고 내가 빌려오고 싶은 '어제'에는 왠지 욱, 솔, 훈이 자주 등장할 것 같다.


ps. 글의 시작을 장식한 사진은 자주 빌려오고 싶은 '어제' 중 하나를 슬쩍 꺼내온 것이다. 작년 11월, 훈의 집들이를 갔을 때 찍은 사진. 초록색의 식물과 우드 재질의 가구들로 채워진 공간이 무척 훈 답다고 생각했고, 우리는 훈에게 간식부터 저녁까지 거하게 얻어먹었다.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는 글쓰기 모임에 대한 이야기부터 개인의 이야기까지 다양했고 무척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2022. 02. 20

<오늘의 글과 사람과 글모임>

유림 쓰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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