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에 만나, 그 카페 안에서 Why don’t you meet me a
그때 그 카페
The Sad Cafe는 1979년에 이글스(Eagles)가 발표한 노래이다. 가사도, 분위기도, 특히 비 오는 날에 더없이 어울린다. 어울리는 정도가 아니라,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매혹적이다.
종이 울리는 듯한 독특한 전주가 나오는 순간, 현실의 시간은 정지한다. 아스팔트를 툭툭 건드리는 빗소리를 닮은 비트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여기가 아닌 아주 다른 장소에 들어서 있는 것 같다. 마음속 깊숙이 숨겨둔 성지 같은, 적당히 어둑하고 적당히 오래된, 정다운 얼굴들이 가득한 예전 그 어딘가의 카페. 밤이면 더욱 환해지는, 소리 높여 모두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그런 공간. 그리고 담백하면서도 묘하게 마음을 끄는 보컬이 영화처럼 생생한 장면들을 선사한다.
밤비가 부드럽게 내리고 있었어.
비에 젖은 거리는 반짝거리며 빛났지.
도로를 달려온 자동차들의 바퀴 자국은 모두 비에 씻겨져 남아 있지 않았어.
은색 불빛에서 과거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걸며 다가왔지.
기억난다. 그 카페 안에서 우리가 함께 보냈던 시절이.
그 카페는 은혜 속에 보호받는 성지와도 같았어.
우리는 말로 얘기할 수 없는 것들을 큰소리로 노래했지.
‘사랑’이나 ‘자유’와 같은 단어로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어.
우리는 그 카페 안에서 고독한 군중 속의 일부였지.
훨훨 날아갈 날을 기다리면서, 우리는 그 아름다운 해변에서 즐겁게 만나곤 했어.
몇몇의 꿈은 이루어졌고, 어떤 꿈은 그냥 사라져 버렸어.
어떤 꿈은 그 카페 안에 그대로 남아 머물러 있지.
구름이 몰려와 그 해변을 감추었고, ‘영광의 기차’는 이제 더는 여기 정차하지 않아.
가버린 세월을 돌이켜 보며, 그 큰 힘에 놀라게 되네.
왜 행운은 어떤 이들에게는 미소를 짓고, 나머지는 그냥 놓아버리는지 모르겠군.
내가 지금 기억하는 얼굴들은 아마 시간이 (다른 모습으로) 그려놓았겠지.
하지만 이 생에서는 모든 것이 아주 천천히 변해.
뭔가 변하기라도 한다면 말이야.
왜냐고 물어도 소용없어.
그냥, 그렇게 된 거니까.
그러니, 자정에 만나. 그 슬픈 카페 안에서.
자정에 날 만나줄래? 그 슬픈 카페 안에서 말이야.
https://www.youtube.com/watch?v=Br9mavEoLRs
가사를 찾아보면, 카페 이름이 대문자 ‘the Sad Cafe’로 나오기도 하고 소문자 ‘the sad cafe’, ‘그 슬픈 카페’라는 뜻으로 나오기도 한다. ‘새드 카페’ 건, ‘슬픈 카페’ 건,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그때의 ‘우리’는 이미 없음을 알기에 ‘sad’란 말을 넣었을까?
노래를 듣다 보면, 노래 속 주인공이 이 카페에서 왜 슬픔을 느끼는지 알 것도 같다. 그는 가버린 세월을 돌이켜 보며(Now I look at the years gone by)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느껴지는 시간과 운명의 큰 힘에 놀라게(And wonder at the powers that be) 된다. 왜 행운은 어떤 이들에게는 미소를 짓고, 나머지는 그냥 놓아버리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I don’t know why fortune smiles on some and lets the rest go free). 그 시절에 반짝이며 함께 노래하던 수많은 젊은 친구들. 성공한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재능을 똑같이 타고났어도 날개를 펼쳐보지 못하고 사라진 이들도 적지 않다. 우리는 그때, 우리의 성지(holy place), 아지트, 안식처였던 그 카페 안에서(inside) 우리만의 동질감으로 뭉쳐진 한 덩어리의 군중(part of the lonely crowd)이었는데. 그 안에서 소리 높여 노래하고, 세상을 바꿀 꿈을 꾸고, 날아오를 날을 기다렸다. 그 안에 있으면 시간이 멈춘 듯 느껴지는, 카페 밖의 다른 세상과는 단절된 ‘우리만의 세상’에서.
그런데 말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 어떤 알 수 없는 힘 때문에 오늘 우리의 운명은 엇갈렸는데도,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이 생에서는 모든 것이 아주 천천히 변하지(But things in this life change very slowly), 뭔가 변하기라도 한다면 말이야(If they ever change at all).’ 사는 동안 변한 게 하나도 없다고 느껴질 만큼 만사가 아주 느리게 변한다는, 심지어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는 것 같다는 뜻이다. this life는 ‘이승, 현세’를 뜻하지만, 주인공 시점에서 범위를 좁히면 ‘이 카페 안에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모든 것이 그대로인 것처럼 느껴진다’는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가사에는 ‘그 아름다운 해변(that beautiful shore)’이라는 말이 나온다. 카페 자체를 비유한 말일 수도, 그 카페 주변에 있는 해변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 Sad Cafe의 실제 배경이 미국 LA의 해변 휴양지 샌타모니카(Santa Monica)의 샌타모니카대로(Santa Monica Boulevard)에 있는 트루바두르(Troubadour) 음악 클럽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이해가 간다. 이글스 멤버들을 포함한 많은 뮤지션들이 즐겨 찾던 명소란다.
끝나는 동시에 시작된다
자정(midnight), 한밤중. 노래를 끝맺으면서, 주인공은 그 매력적인 목소리로 제안한다. 자정에, 그 카페 안에서 만나자고(So meet me at midnight baby, inside the sad cafe / Why don’t you meet me at midnight baby? Inside the sad cafe). 카페‘에서’도 아니고 카페 ‘앞에서’도 아니고 ‘안에서(inside).’ 점심도, 저녁도 아닌 한밤중, 자정에. 하루의 끝이자, 또 한 하루가 시작되는 바로 그 시간, 12시에. 그 안에서는 시간이 멈추기 때문일까? 이 남자,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자정에 그 카페 안에서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행복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하루의 시작, 오늘을 또 행복으로 물들일 수 있는 것이다. 슬프지만 아름답고 행복한 카페로 들어오라고 초대하면서, 매력적인 알토 색소폰 솔로 연주가 울려 퍼지고, 노래는 추억의 여운을 남기며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