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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Mar 18. 2022

[세상을 이롭게] #9

장애와 함께 살아가기


지금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혜영(35) 씨는 2018년에 자신과 동생의 이야기를 장편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에 담아냈다. 중증 발달장애를 가진 동생을 18년 만에 시설에서 데려온 그녀는 동생과 함께 살면서 경험하는 소소한 일상의 모습을 유튜브(‘생각 많은 둘째 언니’ 계정)에 공개하면서 장애인의 탈시설과 인권에 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장혜영 씨는 장애 이슈에 대해 ‘불행’이 아닌 ‘불평등’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자를 바라볼 때 많은 사람들이 ‘불쌍하다’, ‘안됐다’ 등의 감정을 갖곤 하는데, 장애인을 불행의 관점으로만 보면 그들을 타자화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경고한다. 우리가 불행이 아닌 ‘불평등’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그들의 문제를 나와 같은 동료 시민의 문제로, 혹은 나에 대한 모욕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논지이다.


하지만 장애인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면서 그들의 삶을 나와 같은 동료 시민의 문제로 바라볼 기회를 마련하기는 쉽지가 않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통계 결과를 보면, 2만 9천 명의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격리되어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그곳에서 거주하는 평균 기간은 19년에 달한다. 물론 장애인을 시설에 수용하기보다는 그들의 자립을 지원하자는 논의가 진척되고 있지만, 장애인의 교육, 재활, 자립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한편, 2021년에 개봉한 김정인 감독의 다큐멘터리 <학교 가는 길>은 17년 만에 설립된 서울 특수학교 상황을 다루고 있다.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 때문에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한 지역주민들의 반응을 통해 장애를 향한 사회의 시선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현재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장애 유형에는 지체, 뇌병변, 시각, 청각, 언어, 안면, 신장, 심장, 호흡기, 간, 장루 요루, 뇌전증, 지적, 자폐, 정신 등이 있다. 장애마다 차이가 크지만, 장애 유형과 관계없이 모든 장애인은 ‘개인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장애인복지법 제3조) 받아야 한다. 그 당연하면서도 잘 지켜지지 않는 가치를 위해, 그리고 내 주변의 장애를 겪는 동료 시민의 문제에 올바로 참여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장애 관련 봉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지역별로 위치한 장애인복지관을 먼저 손꼽을 수 있다. 장애인복지관에서는 미술, 체육 등의 재능을 활용한 프로그램 진행 및 보조, 밑반찬 배달이나 말벗 등의 활동 지원, 식당 운영 지원, 서무 지원 등 다양한 봉사 활동이 가능하다.


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을 돕는 비영리재단인 푸르메재단(www.purme.org)은 매달 말, 한 달 간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공지한다. 복지관의 난타 수업 지원, 장애청년 농부의 업무를 함께하는 작업, 장애인 직업재활 프로그램 지원 등 구체적인 내용이 안내되어 있다. 푸르메재단의 홈페이지 ‘공지’ 게시판에서 확인하면 된다. 1365(www.1365.go.kr)나 VMS(www.vms.or.kr) 등의 자원봉사 플랫폼을 통해서도 장애 관련 기관이나 사업과 인연을 맺을 수 있다. 시각장애인 전자도서 봉사(www.mypickebook.org) 등을 통하면 비대면 봉사도 가능하다.


2018년에 20주년 선언문을 통해 장애인단체 장애여성공감은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아프고 장애가 있는 몸들은 의존적이고 폐를 끼치는 사람으로 구분되어 골방이나 시설에 가둬졌다. 그러나 장애의 경험은 성장과 개발이 보편인 시대에 저항할 수 있는 남다른 감각이다. 온전히 홀로 살 수 있는 사람은 없고, 누구나 돌봄에 기대 살아간다는 진실을 몸으로 보여주며, 건강하고 젊은 사람이 아프고 늙은 사람을 돌볼 것이라는 믿음에 도전한다.”


장애여성공감은 장애의 경험이 불행을 넘어 시대에 저항할 수 있는 남다른 감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몸, 누군가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몸, 세상의 속도와 가치에 맞추기 어려운 몸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혜자적 관점에서 벗어나 장애인과 함께 하는 시간이 그런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샛길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다시뉴스 필진 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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