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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Apr 25. 2022

[그때 그 노래] #8

내 심장은 탁 트인 고속도로

새파랗게 젊었을 때 나는 어떤 말을 주로 했던가? ‘절대’, ‘결코’ 같은 말을 자주 썼던 게 기억난다. 세상사에 그런 말을 함부로 붙일 수 없다는 것을 나이 먹다 보면 금방 알아차리지만, 그때는 뭘 하든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간섭이나 잔소리는 사절이라며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던 것 같다. 정작 가족 중에 잔소리를 하는 사람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런 한때를 상기시키듯 큰소리 탕탕 치며 젊음의 혈기왕성함을 대변하는 본 조비(Bon Jovi)의 노래가 있다. 2000년에 발표된 ‘It’s My Life’다.


내 인생이야!

https://youtu.be/vx2 u5 uUu3 DE

본 조비의 <It's My Life>(2000)


이건 상심한 이들을 위한 노래가 아냐(This ain’t a song for the broken-hearted)

신앙을 잃은 자들을 위한 침묵의 기도도 아냐(No silent prayer for faith-departed)

난 군중 속의 하나가 되진 않겠어(And I ain’t gonna be just a face in the crowd)

내가 큰소리로 외치면 넌 내 목소리를 듣게 될 거야(You’re gonna hear my voice when I shout it out loud)


내 인생이야(It’s my life)

지금이 아니면 (다른 기회는) 없어(It’s now or never)

하지만 영원히 살겠다는 건 아냐(But I ain’t gonna live forever)

난 살아 있는 동안에 살고 싶을 뿐이야(I just want to live while I’m alive)

내 심장은 탁 트인 고속도로 같아(My heart is like an open highway)

프랭크 시내트라가 말한 것처럼 ‘난 내 방식대로 했어’(Like Frankie said, “I did it my way”)

난 살아 있는 동안에 살고 싶을 뿐이야(I just want to live while I’m alive)

이건 내 인생이라고(It’s my life)


탁 트인 고속도로 같은 심장이라니! 듣기만 해도 시원하다. 활짝 열려 있어 어디로든 갈 수 있고, 아무도 가로막을 수 없는 펄펄 뛰는 젊은 심장에 딱 어울리는 비유다. 뮤직 비디오만 봐도, ‘지금 당장, 5분 안에 터널로 오라’는 여자 친구의 전화를 받고 청년은 부모가 봤다면 가슴이 철렁하다 못해 기절하고도 남을 정도로 온갖 위험을 무릅쓴 채 과격하게 뛰고 구르고 날며 미친 듯이  목적지로 달려간다. 


노랫말 중간에 나오는 ‘Frankie’는 어르신들의 영원한 애창곡 ‘My Way’를 부른 왕년의 가수 프랭크 시내트라(Frank Sinatra)를 가리킨다. 고속도로 심장을 달고 한참 더 살아갈 젊은이의 대사로는 별로 안 어울리는 인물이지만 평소 프랭크 시내트라를 롤 모델로 삼고 존경했던 존 본 조비(Jon Bon Jovi)의 의사가 반영된 가사이다. 멤버인 리치 샘보라(Richie Sambora)는 이 가사에 반대했지만 존이 설득 끝에 관철했다고 한다. 


불굴의 커플, 토미와 지나처럼 


그래, 이건 물러서지 않고 용감하게 맞선 사람들을 위한 노래야(Yeah, this is for the ones who stood their ground)

절대 뒤로 물러나지 않았던 토미와 지나를 위한 노래지(For Tommy and Gina, who never backed down)

내일은 더 힘들어질 거야, 정말이야(Tomorrow’s getting harder, make no mistake)

행운조차도 행운을 가져오지 않아, 행운의 기회는 너 스스로 만들어야 해(Luck ain’t even lucky, got to make your own breaks)


‘토미와 지나(Tommy and Gina)’는 본 조비의 또 다른 히트송 ‘Livin’ On A Prayer’에 등장하는 젊은 노동자 커플로,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해서 만든 캐릭터라고 한다. 이들은 팍팍한 삶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며,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서 도망치거나 물러서지 않고 용감하게 맞선다(stood their ground).


https://www.youtube.com/watch?v=lDK9QqIzhwk

토미와 지나 이야기가 담긴 본 조비의 또 다른 곡 <Livin' On A Prayer>(1986)


본 조비는 노래에서 날이 갈수록 형편이 점점 더 나아지기는커녕, 내일은 더 힘들어질 것(Tomorrow’s getting harder)이라고 경고한다. ‘make no mistake’를 말 그대로 ‘실수하지 마’라고 해석하면 좀 어색해진다. 여기서는 앞에서 한 말, 즉 ‘내일은 더 힘들어질 것’ 임을 강조하는 기능으로 쓰였기 때문에 그렇다. 자신이 한 말이 확실하다고 강조하거나 명심하라고 경고하고 싶을 때 덧붙이는 표현이다. 캠브리지 사전(Cambridge Dictionary)에 나온 예문을 보자. “Make no mistake, this decision is going to cause you a lot of problems.” 우리말로 옮기면, “명심해, 이 결정으로 너에게 아주 많은 문제가 생길 거야” 정도가 될 것이다. 


본 조비 왈, 내일은 얼마나 힘들 거냐 하면, ‘행운도 행운스럽지가 않을(luck ain’t even lucky)’ 정도란다. 다른 팔자 편한 사람들이 경험하듯 행운이라는 것이 가만히 있어도 그냥 갑자기 찾아올 것이 아니니 스스로 행운을 만들라고 말한다(got to make your own breaks). 명사 ‘break’에는 여러 뜻이 있지만 여기서는 ‘기회, 운, 행운’의 뜻으로 쓰였다고 보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보통 ‘a lucky break’라고 하면 ‘행운’이라는 의미가 되니 앞에 나온 ‘lucky’와도 잘 어울린다.


사람들이 널 불러낼 때는 당당히 응해줘(Better stand tall when they’re calling you out)

굽히지 마, 쫓겨가지 마, 후퇴하지도 마(Don’t bend, don’t break, baby, don’t back down)


‘이건 내 인생’이라고 외치는 신나는 후렴구 뒤에 이어지는 내용도 비슷하다. 여기에도 ‘break’가 나오는데, 이번에는 동사로 쓰였다. 역시 여러 뜻이 있지만 군대가 후퇴하거나 대열이 무너지고, 군중이 흩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토크박스’라는 것


리치 샘보라는 기타나 신시사이저에 연결해서 쓰는 토크박스(talk box)라는 장비를 사용해서 노래에 독특한 소리를 만들어 넣었다. 사람이 노래하듯 ‘와우 와우~’ 하는 식으로 들리는 좀 기괴한 소리가 바로 토크박스로 만든 음향 효과이다. 연주자는 악기를 연주하면서 토크박스에 달린 두꺼운 빨대 같은 튜브를 입에 물고 목소리는 내지 않고 발음만 한다. 직접 사용해본 적도 없는 필자가 이해하기로는 악기에서 나온 소리가 토크박스의 튜브를 통해서 사람의 입안으로 들어갔다가 그 사람이 발음하는 입 모양대로 나오는 것이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에도 리치 샘보라가 토크박스를 사용하는 모습이 잠깐잠깐 나오니 한번 찾아보실 것. 


토크박스로 만든 소리는 ‘Livin’ On A Prayer’에 좀 더 많이 등장한다. 이 장치는 원래 기타에 연결해서 쓰는 것인데, 처음으로 신시사이저에 연결해 사용한 사람은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라고 알려져 있다. 가깝게는 우리나라의 김건모도 그의 노래 ‘스피드’에서 사용했다.


I did it my way!


존이 굳이 ‘Frankie’라는 이름과 ‘My Way’의 한 구절을 가사에 집어넣은 것은 평소에 그가 프랭크 시내트라를 존경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노래 가사의 ‘I did it my way’라는 한마디가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인생의 후반에 지나온 일생을 회고하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My Way’를 부를 수 있으려면 ‘It’s My Life’에서 촉구하는 것처럼 살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늦은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 


다시뉴스 필진 최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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