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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하 Nov 01. 2022

34살에 꼰대가 되었다

인지하지 못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누구나 꼰대가 된다.

내가 생각하는 꼰대는 이런 사람이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과신하고, 그걸 바탕으로 남에게 훈수를 두는 사람. 소통에 있어 유연하지 못한 사람'

대부분이 그러하듯. 나는 꼰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인 줄 알았다. 몇년 전부터 커뮤니티에 꼰대를 조롱하는 글이 올라오거나 친구들 사이에서 꼰대 얘기가 나오면 참 못난 사람들이라고 남일인 척 비난하며 넘기기 바빴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자신에 대해 돌아보려는 노력을 점차 안하게 되면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꼰대가 된다고 생각한다. 나라고 예외는 없었다.


내 나이 34살. 대기업에서는 많은 나이는 아니었다. 30대 중후반, 40대, 50대인 분들도 꽤 많았으니까.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훨씬 더 어린 사람들이 많다. 나와 대표가 동갑이고, 나보다 3살 어린 동료, 9살 어린 동료와 함께 하고 있다.



스타트업에 오고 6개월 정도 일해보니까 나도 꼰대가 된 걸 알게 되었다. 나이를 떠나서 '나의 태도'가 점점 굳어가고 닫혀간다는 걸 느꼈다. 내가 생각하는 꼰대는 이런 사람이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과신하고, 그걸 바탕으로 남에게 훈수를 두는 사람. 소통에 있어 유연하지 못한 사람'. 내가 발견한 나의 꼰대 특성은 다음과 같다.




1. 불필요하게 내 얘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회의 때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건 내 장점이다. 하지만 의견을 내는 의도가 '아는 체를 하고 싶어서'이거나 '나의 존재감을 표현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얘기를 아껴야 한다. 나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해소하기 위해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의 시간을 뺏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들은 껍데기만 맴도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주변 사람들의 마음도 불쾌하게 만든다. 아는 체 하거나 존재감 확인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내 실력에 대한 조급함과 불안감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2. 상대방 얘기가 이해가 안 되면 표정으로 티를 낸다.


스타트업와서 절실히 경험하고 있는 포인트다. 회의할 때, 내가 모르는 내용이 나오거나 이해가 안 되면 기분이 불쾌해지는 걸 자각했다. 상대방의 의견을 비관적으로 받아들이고 '방금 저 사람이 한 말이 맞나...? 왜 저렇게 되지?' 라는 생각에 잠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마다 내 표정이 안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특히 대표가 내 표정을 보고 '근데 화나신 거 아니죠...?'라거나 '표정이 왜 그러시죠...?'라고 자주 언급해서 알게 되었다.


그럼 왜 이해가 안 되고 모르는 내용을 들으면 불쾌해졌을까?에 대해서 고민을 해봤다. 솔직하게 마음을 정리해보니, 이것도 내 실력에 대한 불안감과 의구심이었다. 그리고 그 불안감과 의구심을 내 자신에게서 찾는게 아니라 오히려 상대방의 의견을 비관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해소했던 것 같다. 참 안 좋은 생각-행동 방식이다.




나는 편협한 사람이 되기 싫다.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부정적인 에너지와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사람이 되기 싫다. 선배와 후배, 모든 사람들에게 긍정 에너지를 공유하고 또 모두에게 배우고 가르쳐줄 수 있는 유연한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만 한다고 변하지 않는다. 남의 얘기를 존중하고 귀담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내가 틀릴 수도 있다. 높은 확률로 틀릴 수 있다.'라는 인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의 조급함으로 인해 상대가 불쾌함을 느끼지 않게 스스로 여유를 가져야한다.


나도 꼰대가 될 수 있다. 이미 꼰대다.라고 받아들이고 생각도 마음도 유연해져야 한다.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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