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이상하 Nov 17. 2022

이별 후 팀장님 앞에서 울었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힘든 사랑을 한 적이 있다. 지난 연애들을 돌이켜봤을 때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연애였다.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쯤 처음 다투게 되었는데 전 여자 친구가 이별을 고했다. 지금 돌아보면 일반적인 연애에서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싶지만, 막상 그 상황에서는 냉정해지지 못했다. 이별을 받아들이려고 애썼음에도 쉽지 않았다.


헤어진 날은 일요일이었다. 다음날 출근을 했다. 사무실 자리에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팀 회의가 있어서 미팅룸에 들어왔는데 너무 답답해서 팀원들 발표가 하나도 안 들렸다. 공황이나 폐쇄공포처럼 가슴이 갑갑한 느낌이 들 만큼 숨이 잘 안 쉬어지기도 했다. 시간이 갈수록 우울함과 답답한 증상은 심해졌다.




30분쯤 지나 내 발표 차례가 왔다. 5초 정도 말을 못 하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래서 더 펑펑 울기 전에 팀장님한테 "제가 개인적인 일이 있는데, 회사에서 이런 얘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요... 제가 여자친구랑 헤어져서 눈물이 나네요"라고 말하면서 감정 주체를 못 하고 눈물을 흘렸다. 한순간에 분위기는 싸해졌다. 내가 눈물을 훔치고 사람들을 응시할 때쯤엔 다들 서로 눈치를 보느라 바빠 보였다.  


써놓고 보니 아직까지도 역대급 흑역사긴 하다.



침묵을 깨고 팀장님이 말했다. "어이구... 상처가 크구나. 내가 연애를 잘 알지 못해서 위로는 제대로 못 해주겠네. 나 점심 약속이 있는데 이따 사람들이랑 점심에 맛있는 거 사 먹어" 하면서 다른 팀분한테 신용카드를 전해주셨다. 나는 팀원들이랑 어색하게 회사 밖으로 나가 중국집에서 밥을 먹고 반차를 쓴 뒤 퇴근했다.




이제는 그 회사를 나와서 팀장님과 만날 일은 없다. 팀장님은 업무적으로 깐깐하고 힘든 분이었지만 사적으로는 내게 잘 대해주셨다. 내가 봐도 참 진상이었는데 따뜻한 말로 위로해주시고 그 이후로도 선입견 없이 잘 대해주셔서서 고마웠다.


그래서 그런지 퇴사 후 얼마 지나 내 꿈에 팀장님이 나왔는데, 악몽이 아니라 서로 담소를 나누는 잔잔한 꿈이었다. 돌이켜보니 그때 헤어졌다고 팀원들 다 보는 앞에서 울었던 게 정말 바보 같고 회사에서 공과 사도 구분 못하는 정신 못 차리는 회사원이긴 했다.


이제는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한다는 걸 안다. ENFP인 내게 감정을 죽인 채 회사생활을 하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긴 하다. 사적인 일을 회사와 업무로 끌고 오지 않도록, 나의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아직 회사생활이 10년도 넘게 남았으니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동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블록체인 스타트업 6개월 후기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