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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하 Nov 09. 2022

퇴근하는 차 안에서 펑펑 울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주간 회의 시간에 팀장님한테 혼났다. 일이 왜 이렇게 느리냐며, 업무 계획이 왜 이 모양이냐며. 다른 팀원 없었으면 어떻게 할 뻔했냐고, 다른 팀원이 다 해줄 줄 알고 일부러 일을 대충 한 거냐고. 가시 돋친 말을 들었다.


그런 말을 듣고도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냥 묵묵히 듣다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네.. 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할 뿐이었다.


오늘 다른 팀원들은 일찍 퇴근했다. 나는 밀린 일을 수습하느라 10시 넘어서 퇴근을 했다. 실수한 일들을 바로 잡고, 해야 하기로 한 일을 끝마치니 10시였다. 일 하는 중간, 저녁을 먹고 자리로 돌아오는 순간순간에 우울함에 파묻힐 뻔도 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일하느라 그럴 새도 없었다.




퇴근하고 차를 몰고 집으로 오는 길, 우울함과 무기력함이 터져 펑펑 울었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왜 나는 일 하나도 제대로 못하고 똑같은 걸로 혼나기만 할까.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고 또 잘했던 적도 있었는데... 왜 이렇게 된 걸까'라는 우울의 늪에 빠져드는 생각.


출처: pixabay.com


회사 일뿐만 아니라 최근 이별이 나를 더욱 하찮은 사람으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가고 싶었던 회사의 이직에도 실패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투자도 제대로 안 됐다. 도무지 지금은 잘하고 있는 구석이 없다. 그래도 소리 내어 펑펑 울었더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물론 머리로는 알고 있다. 내가 못하는 걸 깨달은 순간, 잘할 때까지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그리고 이 또한 지나간다는 것을. 그런데 이렇게 힘들 때는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이번에는 정말 심각한 상황인데 노력한다고 다시 잘 될까? 이런 끝없는 우울함을 이겨내고 다시 평상시처럼 웃을 수 있을까?' 평소에는 넘쳐났던 긍정적인 마인드와 근거 없는 자신감들이 사라지는 날이다.


그래도 일기를 쓰니 한결 낫다. 우울한 하루임에도 일기를 쓴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내일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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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에 쓴 일기였다. 맞아 나 저 때 정말 힘들었지. 우울과 무기력의 늪에 두 달 가까이 빠져있었다. 늪에서 날 구해준 건 작은 습관들이었다. 슬픈 감정을 느낄 새 없이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방 청소를 하고 운동을 했다. <책 두 쪽, 글 두 줄, 물티슈 하나로 방 청소, 턱걸이 2번>처럼 최소한의 습관을 목표로 잡고 매일 초과 달성을 했다. 이런 작은 습관들로 성취감이 쌓이게 되면서 나는 평소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작은 습관들은 힘든 시기 이전보다 더 좋은 영향을 줬다. 어느 때보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하는 게 쉽고 재밌어졌다. 1년 반이 지난 상황에서, 자기 의심에 갇혀 있었던 나의 물음에 답해주고 싶다.


 '이번에는 정말 심각한 상황인데 노력한다고 다시 잘 될까? 이런 끝없는 우울함을 이겨내고 다시 평상시처럼 웃을 수 있을까?'


평소대로 열심히 하고 시간이 흐르면 결국엔 다 잘 될 거야.
힘들었던 시기도 다 지나가고 평상시 보다 더 크게 자주 웃을 거야.
이번에 힘들었던 경험으로 더 성장해 있을 거야.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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