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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하 Nov 24. 2022

생일에 연락 한통 없는 친구들

어느 샌가 부담으로 자리잡은 텅 빈 생일축하. 부담으로부터의 해방

생일 축하가 얼마나 와있을지 기대를 하며 카톡을 확인했다. 가족과 여자친구를 제외하고 연락은 오지 않았다. 서운했다.




생일을 몹시 좋아하는 30대 중반 수염 난 회사원


내 생일은 11월 18일. 매년 날씨가 쌀쌀해질 때면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내 머릿속 '생일'이란 관념은 행복의 집합체다. '다정한 축하 인사와 생일 선물, 깜짝 파티, 생일 케이크, 촛불 불기, 그리고 생일 덕분에 오랜만에 주고받는 지인들의 소식'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능이 생긴 뒤부터 기프티콘과 함께 생일도 더 풍요로워졌다. 그리고 올해 11월 18일 생일 아침, 늦게 일어나서 생일 축하가 얼마나 와있을지 기대를 하며 카톡을 확인했다. 가족과 여자친구를 제외하고 연락은 오지 않았다.


회사에 출근하고 나서, 점심을 먹고, 오후 업무 중. 중간중간 카톡을 확인했으나 어떤 생일 축하 연락도 오지 않았다. 그동안 최소 열명 넘게 축하 카톡을 받았었는데... 괜스레 마음이 허전했다.



'카톡 생일 선물 주고받기'에 싫증을 느끼다


축하 연락이 너무 안 와서 카톡 설정을 확인해봤다. 그러면 그렇지. 프로필 설정에 '내 생일 알림'이 꺼져있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내가 자발적으로 껐었다.


여러 해 동안 생일날 카톡으로 많은 선물을 주고받으면서, 고마운 마음과는 별개로 선물을 하나하나 다 돌려줘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선물해준 친구들의 생일을 내년 다이어리에 다 적어놓아야 했고, 생일을 모를 때는 '나중에 물어봐야지'하고 깜빡하고 넘어간 적도 있다.


어떤 친구는 내가 계속해서 그 친구의 생일을 까먹었음에도 내 생일을 매번 챙겨주기도 했다. 그래서 내 생일날 오히려 미안하다고 친구에게 떡을 보내준 적이 있다.



또 인터넷 최저가에 비해 훨씬 비싸게 카카오톡에서 선물을 구매하여, 제3자가 이득을 본다고 생각했다. 카카오와 스타벅스, 치킨집, 피자집을 배부르게 해주는 게 맘에 들지 않았다. 생일 축하를 엄청 많이 받거나 치킨이나 커피를 안 좋아하는 친구들은 일 년 동안 기프티콘을 다 쓰지 못하고 환불을 받는다고 했다.


생일 축하 카톡을 주고받는 것도 해가 갈수록 귀찮고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진심이 담긴 생일 축하 메시지야 언제든 환영이지만, 그냥 "누구누구야 생일 축하해~" 하고 끝나는 메시지는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그래서 올해 갑자기 카톡 생일 알림을 끄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좋아하는 래퍼의 가사에 이런 내용이 있다. '짤막한 문자가 다인 현대식 우정'. 나는 현대식 우정에 지쳤다.



생일을 의무감으로 안 챙겨도 된다는 해방감


그런데 매년과 달리 연락 한통 오지 않으니 막상 허전했다. 참 간사하긴 하다. 얼마나 허전했으면 '이거 카톡에 무슨 문제가 있나?' 하고 카카오톡 설정을 찾아봤을까. 스스로 생일 알림을 꺼놨다는 걸 기억하고 나서야 마음이 좀 괜찮아졌다. 그리고 여러 친구들과 지인의 축하가 없었음에도 내 생일을 잊지 않고 챙겨준 가족과 소수의 친구들 덕분에 충분히 행복했다.


허전하긴 했지만, 내년 친구들의 생일에 내 온전한 마음으로 축하해줄 수 있는 해방감을 얻었다. 또 이 글을 끝까지 읽어준 독자분들께 선물을 드리고 싶다. 카카오톡 생일 알림을 끔으로써 내가 느낀 '해방감'을.


카카오에서 밀고 있는 브런치에서 '카카오톡으로 생일 축하하고 선물하는 거 싫어!!!!!!!'라고 외치고 있지만 아무튼 나는 카카오톡 생일 알림에 종속되지 않게 되었다. 자유롭다.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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