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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하 Nov 29. 2022

10년 만에 바뀌어버린 내 좌우명

좌우명 대로 살게 된다.


2012년, 인생 처음으로 좌우명을 세우게 됐다.


'노력에 따르는 운을 믿어라'.


24살에, 전역하자마자 휴학을 하고 매일 도서관에서 연세대 편입 준비를 했었다.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열심히 공부했을 만큼 오직 '편입 합격'에만 집중했다. 수험 기간에 연세대에 갈 일이 있었는데, 우연히 연세대에서 편찬한 '5급 공무원 시험 후기'가 담긴 책자를 읽게 되었다. 그 중 한 사람의 후기가 인상깊었다.


"학교 수업을 병행하며 2년 동안 공부했어요. 수업을 들어야해서 남들보다 공부 시간이 적었고, 매일 3시간만 자며 공부해서 부족함을 메꿨어요. 1년차 때는 2차 논술 시험에서 떨어졌지만, 2년차 때는 더 열심히 공부했어요. 떨어질까봐 불안해 질 때면 노력에 따르는 운을 믿었어요."




내 노력에 따르는 운을 믿는다라... 1년 간 공부하느라 심적으로 힘들었던 내게 꼭 필요하고 힘이 되는 메세지였다. 이 좌우명에 크게 감명하여 '노력에 따르는 운'의 앞글자를 따서 "노따운"이라는 한글 닉네임을 쓰기 시작했다. 또 노따운을 콩글리시로 번역한 "noddown"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각종 웹사이트 아이디와 닉네임으로도 사용했다. 그리고 다행히, 노력에 따르는 운 덕분이었는지 편입 시험에 합격했다.


편입학 합격 이후로도 노따운이라는 좌우명 덕분에 어떤 일이든 노력을 한다면 이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2012년으로부터 정확히 10년 뒤인 2022년에 드디어 내 좌우명이 바뀌었다.


1년 전 쯤 부터, 노력이 꼭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스타트업에 입사하여 '노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성장하고 싶어서 대기업을 퇴사하고 스타트업으로 오게 되었는데, 나는 '엄청난 노오오력'에만 집중했다.


'스타트업에서 잘 되기 전 까진 여자친구도 안 만나고, 회사에서 야근하고 주말 출근도 해서 미친듯이 코딩하고 일해야지!'


예상과 달리 스타트업에서의 내 삶은 기대만큼 부지런하지 못했다. 퇴근하고 집에서 쉴 때면 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24시간 중 잠 자고 밥먹는 시간만 빼고 일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왜 나는 침대에 누워서 쉬고 있어?'라며 자책을 했다.




다행히 스타트업이라는 달라진 환경 덕분에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꼭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야 성공하는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고 즐기는 일을 하면서 성공하는 사람도 많다.'

'한국에서는 유독 한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시원이나 기숙사에 틀어박혀서 공부하거나, 인간관계까지 끊고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심한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너무 일에만 목메지 않고 운동도 하고, 글도 쓰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연애도 하기 시작했다. 스트레스가 사라져 자책을 하지 않게 됐고, 긍정적인 에너지도 넘치기 시작했다. 다른 활동들을 즐기면서 개발자로서 충분히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상상하고 믿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스타트업 입사 때와는 다르게 하루가 알차게 바뀌었고 내 상상대로 이뤄지는 일들도 많아지고 있다.


10년 만에 바뀐 내 좌우명은 다음과 같다.


'이루어진다, 상상을 하면.'


내가 원하는 목표들이 각각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정확히 알진 못한다. 하지만 뭐가 됐든 꾸준히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상상할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든 목표한 게 이뤄질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내 인생에 원대한 '꿈'은 세우지 못했다. 그냥 하루 하루 행복하고 의미있는 인생을 사는 게 지금의 내 꿈이다. 그리고 이런 나의 행복하고 의미있는 하루를 이끌어줄 좌우명이 있기 때문에 든든하다.


'이루어진다, 상상을 하면'


여러분의 좌우명은 어떤 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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