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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하 Oct 27. 2022

그 알바생이 내게 친절했던 이유

친절함과 에너지를 파는 알바생들에 대한 고찰

회사 근처에 자주 가는 맛집과 카페가 있다.


칼국수를 파는 '최씨네 부엌'

커피를 파는 '아카에이치에스(a.k.a HS)'


최씨네 부엌은 깔끔한 칼국수와 김치. 아카에이치에스는 맛있는 커피와 힙한 공간. 두 곳 다 점심 시간에 줄을 서는 곳이다. 음식과 커피가 맛있다는 점 외에 종업원이 친절해서 다 먹고 나올때 기분이 좋아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는 감정적인 편이라 불친절한 서비스에는 언짢아진다.

"꼭 저런 말투로 말해야 하나? 힘든 일 있으신가? 사장님이 괴롭히나?"


친절한 서비스에는 기분이 좋아져서 말이 많아지고 가게에 궁금한 것도 많아진다.





최씨네 부엌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40대 중반 정도 되어보이는 아저씨가 호쾌한 목소리로 손님을 맞이하고 주문을 받으러 달려오신다. 가끔은 장난도 치신다.


"지나갈게요 뛰뛰빵빵~"

"밥 공짜인데 지금 잘 말씀하셔야 공짜예요~"


그리고 한가하실 때는 조용하게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그 콧노래가 내 기분도 즐겁게 만들어준다. 일주일에 한번 꼴로 가다보니 아저씨와 내적 친밀감이 쌓였고 문득 궁금해졌다.


'저렇게 친절하고 즐거우신 이유가 뭘까? 사장님이신가? 음식점 이름이 최씨네 부엌이니까 성이 최씨인가?' 드디어 어제,  칼국수를 다 먹고 용기를 내어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혹시 실례지만 성이 최씨신가요?"라고 여쭸더니 "왜요?!"라며 되물으셨다. 자주 오는데 매번 맛있게 먹어서 최씨네 부엌이 왜 최씨인지 누가 최씨인지 궁금했다고 답했다.


아저씨는 "아 최씨는 여기 주방에 계신 사장님의 와이프가 최씨예요~ 저는 종업원이구요."라고 말씀하셨다.


사장님이 아니었구나. 종업원인데 일하면서 저렇게 즐거우셨구나. 남에게 친절과 긍정 에너지를 베푸시는구나. 칼국수와 김치가 맛있는 것도 좋지만 조금 더 자주 찾아오게 되는 이유다.




아카에이치에스 카페에서 있었던 일도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친구와 커피를 시켰는데 아메리카노를 에스프레소로 잘못 시킨 걸 커피가 나오고 나서야 알았다. 요새 에스프레소 바도 많고 먹어보고 싶기도 해서 그냥 가져와서 마셨는데 아무래도 에스프레소는 너무 쓰기만 했다. 그래서 친구랑 역시 아메리카노가 맛있다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종업원이 다가와서 나한테 물었다.


"아메리카노로 드시게 얼음이랑 물 드릴까요?"


내 표정과 친구와의 대화를 살펴보고 직접 다가와서 친절을 베푼 세심한 종업원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얼음물에 남은 에스프레소를 타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정상적으로 시켜서 마신 것 보다 기분이 더 좋았다.





불친절한 종업원들, 심지어 가게의 주인인데도 불친절한 분들도 많다. 그렇지만 그 분들도 이해는 간다. 힘든 일이나 안 좋은 일이 생겼던 걸 수도 있다. 그리고 고객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신경을 더 쓴다고 해서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니다.


따지고 보면 나도 이전 회사에서 불친절한 직원이었다.


8시간 일해도 똑같이 월급 받는다는 생각. 근무 시간에 동료들과 얘기하고 커피마시고 인터넷 서핑하고 핸드폰하면 더 효율과 시급이 좋은 거라고 생각했으니까.그래서 더 열심히 일하는 건 손해라는 생각. 결국 나도 불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과 똑같았다.


똑같이 돈을 받는 일임에도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은 이타주의와 주인의식이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게 아닐까. 다른 사람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된다고 생각하는 이타주의. 그리고 단순히 일하고 돈 받는 노동자가 아닌 나의 일터, 회사라고 생각하는 주인의식.


워라밸, 월급 루팡이라는 말이 흔히 사용되는 요즘이다. 친절을 베푸는 종업원들처럼 이타주의와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는 문화가 유행하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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