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하 Oct 26. 2022

34살에 병원 차린 친구의 노력

꿈 꾸고 열심히 산 만큼 보답 받는 행운. 혹은 그런 믿음.

오늘, 번화가 중심에 자리잡은 깨끗한 병원의 진료실에서 친구를 4년만에 만났다. 가운을 걸치고 있는 친구 모습이 사뭇 멋있었다.


친구가 개업한, 경기도 시흥에 있는 피부과로 제모를 받고 왔다.


친구를 처음 만난 건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이었다.


2012년, 편입을 준비하던 시기에 스터디를 구하려고 다음 카페에 가입했다. 친구는 스터디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편입 시험 마지막까지 같이 공부했던 사람은 나 포함 3명. 세 명의 거주지는 인천, 강화도, 성남이어서 강남역에서 만났다. 우리는 2012년 7월부터 6개월 동안 매주 카페에서 인강을 듣고 각자 시험문제를 준비해서 나눠 풀고, 틀린 문제 개수 당 벌금을 걸었다.


만나서 공부하는 10시간 동안 한끼만 먹었는데, 강남역 주변 술집이 점심에는 한식 뷔페를 하는 곳이 많았다. 한끼에 8000원으로 마음껏 밥먹고 디저트까지. 돈 없던 우리한테는 최고의 식사였다. 모이자마자 시험 문제를 풀고 채점하고 진이 다 빠진 채로 허겁지겁 밥을 먹어 에너지를 채웠다. 그리고 밤10시까지 공부하다가 헤어졌다.





시험은 같은 해 12월 말이었나랑 친구는 합격했다. 친구는 화학공학과였는데 편입학 후 학교 수업을 들으며 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한다고 했다.  학점관리도 하면서 의전 스터디를 구해 사람들과 함께 공부했다고 한다. 그리고 졸업하던 시기에 맞춰 바로 충남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붙었다.


친구는 좋은 스터디를 두 번 연속 만난게 운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친구와 함께 공부했던 스터디원들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친구는 열심히 할 뿐만 아니라 잘 웃고 긍정적이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친구는 함께 공부하면 힘이 나는 Energy giver였다.




편입 공부, 편입학하고 나서 학점관리와 의학전문대학원 준비까지. 의대에서 공부할 때는 오죽 열심히 했을까. 허송세월하지 않고 늘 계획한 대로 착실하게 공부하는 친구. 그리고 오늘, 번화가 중심에 자리잡은 깨끗한 병원의 진료실에서 친구를 4년만에 만났다. 가운을 걸치고 있는 친구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병원에서 나를 상담해주고 레이저 제모를 직접 해줬는데, 같이 공부할 때 느꼈던 따스함을 병원에서도 느꼈다. 내가 느낀 걸 고객들도 느꼈을테니 친구는 무조건 더 잘 될거다.


친구처럼 착실히 노력을 했던 사람이 노력에 상응하는 보답을 받아 사회에서 잘 자리 잡은 모습을 봐서 뿌듯했다. 꿈을 꾸고 노력을 하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 그 과정 중에 몇번이고 실패할 수 있지만 다시 일어서서 결국 꿈을 이룬다는 믿음. 많은 사람들이 이런 믿음을 갖고 살 수 있는 사회가,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