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괜찮잖아'라는 말의 무게: T 유형이 정말 원하는 위로의 방식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새로운 만남에서 거의 필수처럼 등장하는 이 질문 하나로, 우리는 서로의 성격 유형을 소개하고, 때로는 이를 통해 상대방과의 관계 가능성까지 가늠해본다. 비슷한 MBTI를 가진 사람과는 이유 없이 친근감을 느끼고, 소위 '상극'이라는 유형을 가진 사람에게는 호감이 불호로 바뀌기도 한다. 70억 명이 넘는 사람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바쁜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관계에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일종의 필터링 도구로 MBTI를 활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상대방이 'T'(사고형)인지 'F'(감정형)인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내 경우는 T 성향이 매우 뚜렷한 편이라, 주변 지인들로부터 "쌉T", "T발놈", 심지어 "T발 C야"라는 농담 섞인 별명을 자주 듣는다. 지난 회식에서 상사의 농담이 불편했을 때도 내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동료는 "역시 T는 달라"라며 웃어넘겼다. 그 순간 속으로는 불편했지만,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T 성향이 강하다고 하면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있다.
"T는 상처 잘 안 받잖아."
F 성향을 가진 사람은 작은 갈등 상황에서도 상처받았다며 위로를 요청하는 반면, 같은 상황에서 T 성향인 나에게는 "너는 이런 말로 상처받지 않잖아"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일이 빈번하다.
솔직히 나는 강한 말에도 비교적 상처를 덜 받는 편이긴 하다. 그렇다고 T가 전혀 상처를 받지 않거나 위로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표현 방식과 해결 방식이 다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T니까 괜찮다'라고 쉽게 결론짓는다. 어쩌면 이건 일종의 사회적 통념이거나, 심하게 말하면 '가스라이팅'일 수도 있다.
F가 감정을 즉각적으로 표현하고, 공감과 위로를 받으려 한다면, T는 다르게 반응한다. T는 상처를 받았을 때 이를 감정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대신 머릿속으로 상처받은 이유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감정을 정리하면서 자기 나름의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직장 동료의 무례한 발언에 상처받았을 때, F는 그 자리에서 불편함을 표현하지만, T인 나는 그 상황을 머릿속에서 수십 번 분석하며 혼자 속앓이를 한다.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넌 원래 그런 거 신경 안 쓰잖아", 혹은 간혹 감정적으로 말을 꺼내면 "그냥 넘겨, 너답지 않게 왜 그래"라는 반응을 보인다. 이런 말들은 오히려 T 유형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은 절대 없다'는 점이다. 이성적인 성격이라고 해서 상처를 안 받는 것이 아니라, 단지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 '감정쓰레기통'이 아닌 이상, 티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100% 아무렇지 않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T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필요한 위로는 감정적인 표현보다는 '너도 힘들 수 있겠다'는 공감과 이해의 인정이다. 감정적인 '우쭈쭈'보다 논리적인 접근, 예를 들어 "이 말이 너에게는 어떻게 들렸어?"라며 그 사람의 인지적 입장을 이해해주는 태도가 훨씬 효과적이다. 또한 '그냥 참아라', '그냥 잊어'라는 말보다는 "혹시 이런 방식으로 해결해 보면 어때?"라며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이 T들이 받아들이기에 더 편안한 위로가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T라고 해서 상처받지 않는 게 아니다. 단지 표현 방식이 다르고, 스스로 정리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들에게 무심코 던지는 '너니까 괜찮아'라는 말이 얼마나 무거운 부담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감정을 경험하고 처리한다. T 유형에게도 공감과 이해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