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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ji Jun 29. 2020

이상한 모임의 김민지

함께 모여 각자 할 일 하는 이상한모임 활동기

 페이스북 이노베이션 랩에 다녀온 후 이상한모임에 흥미가 갔다.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몇 달 후 이모콘 시즌2 매니저를 모집한다고 해서 지원을 해 보았다. 자유로운 커뮤니티라 부담 없이(운영진 하는 동안에는 끝까지 할 수 있어야 하니까),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IT 업계에 몸담고 있기도 하고 업계에 애정이 있는 만큼, 무언가 기여하고 사람들을 알아가고 싶기도 했다.

첫 모임의 기억

 

 메일을 주고받은 후 두어 달이 지나 드디어 첫 모임 날. 이런 모임이 오랜만이라 약간의 긴장과 함께 약속 장소로 갔다. 착석 후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바로 본론으로 직행.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모임에 금세 녹아들었다. 편안하고 자유분방하게 의견을 나누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하고 싶어서 견딜 수 없는 일을 주제로, 재미를 느끼는 테마를 찾아보며 이상한모임만이 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고자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농담처럼 던지는 말에 웃고 떠들다 정신 차려보니 대화가 산으로 가 있기도 했지만… (물론 그 이야기들이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데 좋은 단서가 됐다) 실험 삼아 시도해 보고 싶은 의견이 많이 나왔다.


 나를 제외한 참석자들은 IT 프로덕트에 관여하는 분들이어서 대화를 따라가기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다행히 업계 용어나 개발 지식이 전혀 없는 편은 아니라 좌뇌를 열심히 굴리면서 들었다. 역시 잡다한 관심은 삶에 도움이 된다 새로운 부류의 사람을 만난 것 같아 흥미진진.


 짧은 시간이지만 이상한모임을 관찰하며 느낀 건 아래와 같다. 재미있고 멋진 사람들 :)


자유로움 속에서 각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스스로가 재미를 느껴야 한다

생각했으면 실행에 옮긴다



시도


 첫 모임 후에 하나씩 아이디어를 맡아 실행하기로 했다. 예상치 않게 오자마자 새로운 일을 맡을 줄이야. 하지만 이게 이상한모임의 특징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무엇이든 행동에 옮겨보고, 거절당하더라도 플랜 B를 만들어가면 되니까.  빨리 실행해 보고 싶어서 다음 날 바로 섭외 메일을 썼는데, 며칠 후 정중한 거절의 메시지를 받았다. 메인으로 행사를 꾸려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아쉽다. 다른 행사 준비에 손을 보태기로 했다.

 (당시 컨택 메일을 꺼내보니, 진지함 2/3, 웃음 1/3을 섞은 내용이다.)

진심으로 섭외하고 싶었다




99CON

짧지만 달콤한 이야기를 콘셉트로 진행되는 라이트닝 토크 콘퍼런스로, 99명의 참가자가 모이는 행사



 2019년은 분기별 콘셉트로 99콘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모님이 날짜를 잡으면, 모여서 뚝딱뚝딱 행사를 만들어 나간다. [ 회의를 한다 - 웃다가 테마가 잡힌다 - 이모님을 중심으로 할 일을 배분한다 - 행사 기획 끝 ]


  이상한모임은 오랜 시간 합을 맞춰온 분들이 많아서 '프로행사러'가 무엇인지 경험했던 시간. 눈빛만 봐도 척척 이런 느낌이랄까... 행사를 준비하면 기획은 잠시요 운영이 대부분이라, 다들 알아서 부족한 곳을 찾아 일을 돕고 있었다. 이렇게 손발이 맞아도 행사 당일이 되면 어디선가 문제가 생기지만, 그것 또한 프로답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감탄.


 행사를 준비하면 내 시간과 수고를 들이는 것 같지만, 경험이 남는다. 강연 외에도 행사를 만드는 프로세스,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을 관찰하는 기회가 됐다. 새로운 사람들과 합을 맞추며 새로운 일을 해 본다는 것 자체도 의미 있었다. 행사를 무사히 마치고 모두가 떠난 자리, 마지막 정리까지 마치고 드는 묘한 해방감이나 회포를 나누던 일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99콘 하던 어느 날의 풍경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


 이상한모임은 2,400일이(글 쓰는 시점 기준)된 모임이다. 커뮤니티가 지속될 수 있는 이유는 느슨함의 힘인 것 같다. 행사를 같이 준비하다가도 바빠서 못 오면 다른 사람이 역할을 맡고, 다시 시간 되면 와서 자기 할 일을 찾아서 하는 모임. 느슨하다가도 목표가 생기면 뭉쳐서 일사불란하게 일을 하는 과정이 모두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분위기. 이게 가능한 이유는 경력이 쌓이면 일을 여유롭게 처리하듯, 운영 경험이 누적된 결과처럼 보였다. 99콘보다 더 큰 규모의 행사도 해 보고, 다양한 방식의 행사를 운영해 보면서 오래가는 방식을 찾게 된 것이다. 운영진이 재미있고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 중심으로, 그리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성장을 고려하되 스트레스가 되지 않는 선에서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일. 최근 인터뷰를 한 이모님의 말에 커뮤니티의 정신이 담겨있다.


높아진 기준을 맞추려고 하면 아무것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걸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처음에 에너지를 다 쏟아내 버리면 그다음부터 하기가 싫어지거든요.

 


 몇 가지 커뮤니티를 해봤지만, 이상한 모임은 타 커뮤니티와는 확실히 다르다.

느슨함 탓인지 내 탓일 수도 사람들과 특별히 친해졌다...라고 하긴 어려운데, 그렇다고 유대감이 안 생겼던 건 아니었다. 조금씩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있었고. 중요한 건 우리의 행사가 잘 이뤄지는 것이었다. 공동의 목적 달성에 기여했으니 충분했다. 프로행사러의 경험치 99xp를 획득하셨습니다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었던 것으로 :)


올해는 다른 방향의 행사로 진행해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기회가 된다면 또 함께하고 싶다.


- 뒤늦게 정리해보는 이상한모임 활동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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