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주제는 아무 말 대잔치
기록을 좋아한다. 일기를 10년 넘게 쓰니까 습관이 됐다. 기록이 의미 있게 남으려면 경험한 당일 문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세 휘발되어버린다. 그래서 어떻게든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글을 쓸 만큼의 대화인가(?) 싶기도 한데, 좋은 순간이었고 마음 가는 일이니까. 그거면 충분하지 뭐 :)
좋아서 하는 일
"왜 커뮤니티에 애착을 갖고 열심히 참여하고 계신가요?"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내가 이타적이라기보다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하고, 이상한 (= 세상을 바꿔보고 싶은, 또는 자기 길을 걸어가려는) 사람들을 모아주고 싶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행사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마침 재정적 문제도 해결하게 됐고요. 이번에는 더 잘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도와주세요. (웃음)
우리 모두 참여 경험이 있으니, 커뮤니티가 왜 계속 성장하지 못했는지 복기해 보았다.
외부 요인
커뮤니케이션 부재: 코로나로 인한 대면 의사소통의 감소로, 사람들 간 관계 형성이 부진했다.
본질적 요인
동기부여: 추천 방식으로 참여한 참가자 중 동기부여가 부족한 경우도 있었을 것 같다.
지식과 실행의 괴리: 지식 전달은 좋았으나, 문제 해결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기는 어려웠다.
시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 달의 시간은 짧았다. 후속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서 흐지부지 됐다.
보상의 부재: 행사가 끝난 이후, 이 커뮤니티를 우선순위로 삼을 만한 매력포인트가 부족했다. (정서적, 지식, 네트워크 등 명확한 만족감을 주어야 하는데, 보상의 개념이 약했다)
다양성
다른 국적의 사람이 모이니 매번 하는 이야기도 다층적으로 보여서 흥미롭다. 우리가 모여 있는 곳은 대한민국이니, 한국에서의 경험을 중심으로 대화가 이뤄졌다. 회사 생활, 교육 환경, 경조사 등의 경험을 공유했다. 좋고 나쁨을 가르기보다 다름을 논하고자 했다. 여러 주제를 통해 본 한국 문화의 아쉬운 점은 비합리적인 요소가 산재해 있다는 것. 목적 달성이 아닌 문화적으로 형성된 규칙을 따르는 일에 우선하거나, 나의 가치와 부합하지 않더라도 주변 분위기 때문에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 있거나. 새로운 가치관을 지닌 세대가 성장하면서 좋고 싫음을 명확히 표현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우도 많다. 고맥락 문화로 살아온 우리에게,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지금은 문화의 과도기라 두 세대 정도는 지나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여기에서
잘 산다는 건 무엇일까? 삶의 기준은 다양했지만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삶이 포함된다는 말엔 모두 동의했다. '함께'에 담긴 정의 또한 모두 달랐지만 (경제적인 상생, 환경오염 등)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라는 건 같았다. 단순한 접근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서, 시원한 풀이를 하지는 못했다.
나름의 결론은 지금 여기에서 나의 일을 하자는 것. 커다란 문제 앞에서 개인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 결정권자가 되더라도 이해관계 탓에 마음대로 선택하지 못하니,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길도 생기지 않는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문제에 대해 소리를 내고 지속적 관심을 갖는 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의 단어
낭중지추. 결국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다 보면 빛을 발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