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is life, Life is food
푸드 엑셀러레이터, 강혜원님
대기업, 컨설팅, 창업, 프리랜서, 스타트업의 다양한 커리어를 거쳐왔다. 커리어 전환 과정에서 개인적인 관심과, 잘할 수 있는 업무의 교집합이었던 푸드 비즈니스로 자연스레 연결되었다. 현재는 F&B 비즈니스 플랫폼 위쿡의 COO로, 동시에 라이브 다이닝 펍 옥탑방 부엉이를 공동 운영 중이다.
푸드입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개인의 삶에서도 중요한 키워드예요. 먹는 일만큼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잖아요. 저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먹죠. 푸드와 연관된 문제는 전 세계에 적용 가능하고, 없으면 안 되는 요소죠.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에 따라서 신체뿐 아니라 기분에도 미치는 영향이 다르고요.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소비자에게 닿는 음식의 밸류체인 전반에 관심이 있고, 지속 가능한 푸드 시스템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개인의 삶에서는 맛있는 거 먹고 행복하자(^^)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2,30대에는 성취를 바라보고 왔다면 지금은 순간의 행복을 누리는 데 좀 더 의미를 두고 있어요.
어렸을 때 요리를 좋아하긴 했지만, 커리어에서 푸드가 등장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의류학을 전공해서 첫 직장은 패션업계를 선택했어요. 컨설팅으로 이직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산업을 경험하다가, 외식 산업 회사로 옮겨온 게 직접적 계기가 됐죠. 당시 여러 선택지가 있었지만 푸드 분야를 고른 건, 내가 잘하는 기능(전략기획)과 내가 흥미를 가진 산업이라는 교집합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컨설팅을 오래 하다 보니, 내가 한 제안을 끝까지 보지 못하는 일이 아쉬웠어요. 회사 안에서 직접 비즈니스를 맡아서 해보고 싶었어요. 평소에 주변 사람들에게 푸드 분야에 대한 관심을 말했었고, 주변 사람의 추천을 받아서 이직을 결정하게 됐죠.
처음 미국에서 업무를 한 건, 컨설팅 회사에서의 경험이었어요. 미국에서 일하는 게 좋은 기회임을 알지만 한국보다 승진이나 인정을 받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도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 생각해서 미국에 가게 됐습니다. 정말 열심히 했고 재미있는 프로젝트도 많이 했지만 나의 100을 다 보여주지 못하는 점은 아쉬웠죠.
해외 근무 경험이 푸드 업계로 이직할 때 영향을 미친 건 아니었지만 마침 회사에서 미국 진출을 하게 됐고, 현지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업무를 리딩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자연스레 일을 맡게 됐어요. 이전에는 소비자로서의 경험이 끝이었다면, 비즈니스를 해보면서 푸드 산업을 입체적으로 보게 됐죠. 업계 경험이 더 깊어지는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당시 만 17년 정도 회사생활을 했을 때라 많이 지쳤던 것 같아요. 회사를 그만 두고 쉼을 갖고 있는데, 주변에서 작은 회사들을 도와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서 프리랜서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어요.
프리랜서 생활 중 자연스럽게 위쿡을 만나게 됐죠. 합류를 결정한 이유는 내가 하던 일이 위쿡의 본질과 맞으니까 여기서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저는 위쿡을 만나지 않았더라도 이런 일(푸드 엑셀러레이터)을 하고 있었을 거라, 제가 하고 있던 일과 겹쳐지는 운명적 만남이었다고 생각해요. 운이 좋았어요.
현재 위쿡에서 COO 역할을 하면서 F&B사업을 하는 푸드메이커분들의 성장을 돕는 엑셀러레이터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인큐베이션, 컨설팅, 프로그램 지원 등의 업무입니다. 위쿡에서 내 일을 하고 있기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바쁘게 일하다 보니 위쿡에 합류한 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네요.
자유롭고 일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어 새롭게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 생각해요. 반대로 체계가 부족하니, 팀원들 코칭과 일일이 지시를 해야 하는 점이 힘들죠. 팀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응원을 해 줘야 하는데, 마음이 급할 때는 그러기가 어려우니까요. 기다려주지 못할 때 미안하죠.
팀원들이 업무에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건 좋지만, 정답을 갖고 오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자책을 많이 하는 게 안타까웠어요. 틀리면 스스로 민망하고 주변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더라고요. 그럴 때, 업무의 실패가 죽고 사는 문제와 연결되는 일이 아니니까 그냥 해보라고 말을 해주죠. 경험이 적을 뿐이지, 충분히 잘하고 있거든요. 스트레스받거나 풀리지 않을 때 편히 질문하고, 못하겠으면 이야기하면 같이 문제를 풀면 되니 혼자 앓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문제해결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채용 인터뷰를 할 때는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하는 사람인지 확인하고자 합니다.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잘한 순간은 언제였는지, 왜 실패한 것 같은지 등등. 그 경험을 왜 시작했고, 어디까지 파고들어봤고, 해결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전체적인 과정을 듣다 보면 그 사람의 문제해결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죠.
위쿡에서 만족하며 일을 하고 있지만, 저도 사람이니 때로는 일이 버겁게 느껴지기도 하죠. 그럴 땐 하루의 감정 총량을 어떻게 가져갈지 생각해 보곤 해요. Good Moment와 Bad Moment를 나눠보면서, 가능하면 Good의 순간을 더 많이 만들고자 합니다. 한 번의 화려한 순간보다는, 긍정적 감정을 하루하루 쌓아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워라밸이 아닌 워라블(Blend)로 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일이 취미이자 취미가 일이 되는 거죠. 예를 들자면 쉬는 날 레스토랑에 갔다가 궁금한 점이 생기면 직원에게 물어보면서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갖곤 해요. 그런 일이 잦다 보니, 일과 삶을 엄격히 구분해놓고 있지는 않아요. 그래도 쉴 때는 확실히 쉬려고 해요.
경험이 쌓이다 보니, 대기업이나 스타트업과 같은 조직의 차이보다 더 중요한 걸 알게 됐어요. 내가 어디에 있든 내 주변의 일하는 사람이 누구고, 여기서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며, 내가 오늘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는 일이죠. 내가 어제보다 조금은 나아졌을까?와 같은 미시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거예요. 어느 조직에서든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들고 싶다면, 실질적인 오늘의 일을 잘하는데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스트레스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어요. 일의 결과가 좋지 않아도 빨리 털어내고, 잘 잊어버리려고 했거든요. 결과에 매몰되다 보면 자기 파괴적으로 될 수 있어서, 퇴근 후에는 즐겁게 지내려고 했습니다. 물론, 반복된 실수는 하지 말아야겠죠. 대신 이걸 교훈 삼아 다음에는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긍정적 마음가짐과 함께 갖춰야 할 것은, 일의 의미를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늘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없어요. 그럴 때도 내가 이 일에서 찾아야 할 단 하나의 의미,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면 일에 대한 태도를 긍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겠죠. 어차피 할 일이라면, 기분 좋게 임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순간에 충실하되, 1년의 마일스톤을 보며 지내려고 합니다.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일정 기간 후에 목표 지점에 닿아 있도록 하는 거죠. 그리고, 잘 버리려고 합니다. 선택과 집중!
내가 원하는 길이 한 번에 찾아지진 않는 것 같아요. 나의 세상이 아직 좁으니까 볼 수 있는 시야도 좁고요. 다음번 선택이 완벽하지 않아도 그 선택을 피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지향점에 조금씩 다가가는 거지, 현재 일이 원치 않는 대로 되더라도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기도 하고요. 가다 보면 원하는 길이 바뀔 수도 있어요. 한 번의 선택에 큰 기대를 하기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하면서 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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