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어느쪽?
나는 어쩌면 내가 MAiD와 정반대 지점에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 일은 항상 삶을 연장하고, 생명을 구하고, 건강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었다. 클리닉에서는 거동/내원이 가능한 (=비교적 건강한) 환자들을 주로 만났고, 응급실에서는 급한 상황에서 생명을 살리는 일을 했다. 병원이나 요양원에서는 가능한 한 환자의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 그런데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돕는다는 것은 내가 하던 일과는 너무 달라서, 처음엔 혼란스럽고 어딘가 모순적으로 느껴졌다.
특히, 나는 죽음을 목격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당직을 설 때마다 늘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내가 있는 동안엔 아무도 죽지 않는다." 이 생각은 내가 만든 신념이라기보다, 나와 같은 반에 있던 동료 여의사가 했던 말을 내가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신념은 내 안에 있는 두려움과 무력감을 가리는 방어기제였던 것 같다.
그 무서움은, 내가 레지던시 때 겪었던 한 환자의 죽음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때 나는 내과 로테이션을 돌고 있었고, 한 환자가 내 앞에서 세상을 떠나는 순간을 목격했다. 그 일은 내게 큰 충격으로 남았고, 나는 그 경험을 통해 "내가 있으면 누구도 죽지 않게 해야 한다"는 불가능한 다짐을 스스로에게 강요했던 것 같다.
그런데 MAiD와 관련된 첫 경험은 이런 나의 믿음을 정면으로 깨뜨렸다.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 과정을 돕는 일이란 무엇일까? 그때 처음으로 다른 의사 선생님을 따라다니며 MAiD 평가와 수행 과정을 배웠다. 내가 따라다녔던 선생님은 내 복잡한 감정을 간단히 요약했다. "이건 우리가 환자를 위한 마지막 도움을 주는 일입니다." 그 말이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면서도 묵직하게 다가왔다.
MAiD의 수행 현장에 처음 참여했을 때 나는 내가 잘 아는 약물들—프로포폴, 흔히 '우유 주사'라 불리는 그것—이지만, 이제는 대용량으로 사용되는 것을 보았다. 환자는 차분하고 평온하게, 고요한 잠에 들었다. 몇 분 전까지도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던 환자가 너무나 빠르게 떠나는 것을 보며 나는 경이롭고도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가족들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안도했고, 감사함을 표현했다. 나는 이 모든 상황이 너무 이질적이고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 공간은 내 것이 아닌 것 같았고, 나는 단지 관찰자로 그 자리에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자리에서 처음 만난 환자와 가족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까? 어떤 말이 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어떤 말이 그 상황에 적합했을지.
하지만 내가 배운 건, 말보다 중요한 건 아마도 그 순간 그들과 함께
있는 것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감정을 존중하고,
그들이 선택한 마지막 길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
그리고 그런 역할을 맡은 내가 여전히 부족하고 어설프게 느껴지더라도,
그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죽음은 늘 낯설고 어렵다. 하지만 그 낯섦 속에서 환자와 가족에게 작은 평온을 줄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었으리라 믿어본다.
2023 10 - Healy Pass (Sunsh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