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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써니 Jul 26. 2023

초등교사의 죽음.

2년간 1학년 담임을 했다는 것에 주목한다.

초등학교 1학년은 신분이 초등학생이지만, 사실 그 속은 유치원생이다. 부모도 마찬가지로 유치원 학부모다. 그 해에 2월 28일까지 유치원생이었던 아이는 3월 1일에 초등학생이 된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이 왜 기피학년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유치원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어떤 응대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유치원은 일단 학부모의 협조가 필수다. 그래서 학부모의 의견을 많이 수렴하는 편이다. 어린이집, 사립유치원, 공립유치원 할 것없이 말이다. 유아들은 발달과정 상에 있기에, 유아들이 말을 할 때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말을 하기 때문에 오해도 많이 일어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유아기의 특성으로 자아중심성은 타인도 유아 자신처럼 생각한다는 것인데, 바꿔말하면, 역지사지를 못한다고 말할 수 있다. 자신의 관점에서 본 모습이나 생각을 다른 사람도 자신의 생각과 똑같이 생각한다는 것이다. 타인의 입장에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다는 유아기 대표적인 발달특성이다. 그래서 발이 삐죽이 나와 있는 것이 분명한데도, 커튼 뒤에 몸을 가리면 내가 안 보이니, 남들이 못 본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런 특성에서 나온 행동이다. 


이렇게 인지적으로 미성숙하기 때문에, 영유아교사들은 영유아들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훈육을 한다. 부모도 아이에게 가장 관심이 많을 때여서(보통 내가 본 부모들은 초등 고학년되면 거의 학원에 맡겨놓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자녀의 작은 것 하나라도 모두 알기를 원한다. 


아이들의 미성숙한 행동과 부모의 지대한 관심이 뭉쳐 있고, 유아교육기관 또한 부모의 협조가 절실하니, 기관은 부모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기관에서는 더러 문제행동을 하는 유아라도 문제행동을 '지도'하는 것보다는 관심을 돌리거나 달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도 유아기에는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고 환경적으로 원인을 제거해주거나, 변화를 주면 그것만으로도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한 예로 화장실 엿보기나 자신의 몸을 보여주거나 하는 등의 성행동에 관련된 일이 있다. 유아기에는 호기심이 많을 나이이기에, 자신의 몸 탐색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이다. 자신의 몸과 다른 친구의 몸을 비교하고 싶어하기도 한다. 다만, 그 행동이 과도하거나, 음란물을 보았거나 하는 등의 일이 있을 때는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즉,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계속적이고 은밀하게 숨어서 행동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면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되면 달라진다. 성행동으로 피해자 학생이 학폭을 제기하면 순식간에 행위자 모두는 가해자가 되어 버린다. 


이렇듯, 유아특성에 맞춰 응대를 받았던 부모들이 그대로 초등학교에도 같은 대우를 받기 원하기 때문에 초등1학년 선생님들은 다른 학년에 비해 감정소모가 심해지는 것이다.  


유치원에서 시시콜콜한 것들을 모두 요구했던 부모들이 초등학교의 체계에 잘 적응하기란 힘들 것이다. 

초등학교는 사실 생활지도 측면보다는 학습지도측면이 더 강하다. 20년전만 해도 학교에서 지식습득과 그에 대한 평가는 매우 중요하게 생각되었다. 그리고 이는 사회적으로도 인식된 일이다. [인생에서 배워야 할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 라는 책이 있을 정도로 유치원에서는 생활이 곧 학습이다. 그래서 초등학교는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 생각하고 그 바탕에 '학습'을 얹는다. 그런데, 바탕인 '생활'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는다면 '학습'을 올리기란, 정말 힘들다. 


지금은 지식은 아주 쉽게 얻을 수 있다. 저렴한 가격의 서적, 학원, 유튜브 등 접할 수 있는 정보와 지식은 넘쳐난다. 그래서 이제 점점 학교에서의 지식습득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지식습득을 제대로 하려면 생활습관이 잘 잡혀야 한다. 글을 쓰려면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바른 자세로 앉아야 하며, 일정 시간동안 앉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초등학교에서 '학습'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유로운 유치원 생활에서 급작스럽게 바뀌면 아이들은 당연히 힘들어 한다. 유치원에서는 활동을 하다가도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가도 된다. 활동에 빠지고 싶으면 빠져도 된다. 그걸 잡아 놓으려면 '재미'와 '흥미'를 돋워 주어야 한다. 사실 유치원에서는 학습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재미있게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 '재미'만 추구하는 과정에서 '결과'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하기에 그 밑작업은 순전히 유아교사 및 방과후 강사에게 모든 것이 돌아간다. 만들기 활동을 할라치면 그래도 근사하게 만들어 가야 하니, 교사들이 만들어 놓기도 한다. 


나는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이 조금씩 요구한 것을 초등학교에서도 그렇게 하다보니, 학부모 갑질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초등학교교사들이 요구받는 학부모의 민원이라는 것은 유치원에서는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유치원에서는 그 모든 걸 거의 다 받아주고 있다. 감정쓰레기통, "우리애만 봐주세요." "선생님 자질이 있으신 건가요?", "우리 애랑 저 애랑 싸울 때 선생님은 뭐하셨나요?" 등등 거의 매일 듣는 말들이다. 


이런 말들을 계속 했던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가 되어서 확 달라졌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아이는 어떨까? 아이는 부모를 보고 배운다. 아니, 부모의 그림자를 보고 배운다. 그 부모의 생각을 닮는다. 부모가 교사를 감정쓰레기통 취급하고,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줘야 하는 하녀같이 대하는데, 그걸 옆에서 보고 들은 아이는 어떨까? 


유아는 더욱더 그게 보인다. 유아가 집에서 하는 행동을 유치원에서도 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어떤 것을 하는지, 어떤 말을 듣고, 말하는지 다 보인다. 문제에 부딪혔을 때 유아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부모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다 느껴진다.   




극단적 선택을 했던 초등교사는 1학년 담임을 2번 연이어 했다고 했다. 초등교사로 부임했겠지만, 사실, 유치원에 2년간 일한 것과 다름없다. 아이들과 부모는 아직 유치원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초등학교에 따르려니, 얼마나 마찰이 있었을까. 나는 부모들 갑질이라면서 댓글로 쓰인 갑질 내용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 유치원에서는 항상 저러는데, 저게 뭐가 갑질이라는 거지? "리 애 기분 상하게 했으니, 사과하라는 부모, 교사의 지시에 불응하는 아이에게 소리를 높였다고 교사에게 우리 애만 문제아이로 대하는 것 아니냐는 부모 등 이런 일들은 유치원에서는 비일비재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ASGXYVLdKO8&ab_channel=%EB%AF%B8%EB%94%94%EC%96%B4%EB%AA%BD%EA%B5%AC


그만큼 영유아교사들은 저런 감정쓰레기통에서 무뎌졌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편으로 영유아교사가 이직률이 높은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러면서 왜들 애를 낳으라고 난리일까. 어차피 낳아도 요즘 부모들이 자기 손으로 기르지 않는 시대이다. 기관이, 국가가, 키워준다고 낳으라고 하는 것도 우습지만, 낳았으면 제발 공부 좀 하고 길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를 기를 때도 기르기 전에 공부하고 기르는데, 낳기만 하고 교사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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