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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써니 Aug 21. 2023

어디까지 무례할 수 있을까.

교사도 교사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소중한 딸과 아들입니다.






1. 학교 출신과 경력 물어보기

초등학교는 전국 11개 교대에서 배출하기 때문에 모두 교대출신인 걸 한다. 그래서 굳이 물어보진 않는다지만, 그래도 가끔 물어본다는 학부모가 있다. 그나마 초등은 거의 그렇지 않은데, 특히 유아 쪽에 그런 일이 있다고들 한다. 그런데, 유치원이든, 초등학교든, 중고등학교든, 다 국가가 치르는 임용고사를 치르고 당당히 합격한 사람들이다. 국가가 우리나라 아이들을 가르침에 충분한 자질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는데, 학교출신이 뭐가 중요하다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학교출신과 더불어 경력 물어보기는 정말 교사로서의 자존감이 무너진다. 아이들도 특이한 행동을 하는 개성 있는 아이들이 있듯이, 교사도 다양한 교사가 있어야 아이들이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 경력교사에게서는 노련미가 있고, 초임교사는 여러 가지 시도하는 열정이 있다. 다만, 그게 시행착오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아이들은 그 속에서 또 배운다.


교사가 의도한 교육에서도 교사가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우연하게 아이들이 깨우치는 배움이 수두룩하다. 이것은 교사가 특출 나서도 아니고, 유치원이 좋아서도 아니다. 이런 것들은 가정에서는 생각할 수도, 실행할 수도 없는 것들이 많다. 나는 출근하면 교사지만, 퇴근하면 학부모라 그런 현상을 더욱 많이 목격한다. 그만큼 변수가 많은 곳이 학교현장이다.


또 아이를 낳아보지 않아서 모른다는 둥 그런 말들을 한다. 낳아보지 않아서 더 객관적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해봤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말들을 듣지 않기 위해 기혼선생님들의 이야기도 많이 듣고 참고하려고 노력한다.



2. 이래서 믿고 맡기겠어요?

이렇게 말하는 경우는 학부모가 듣기 싫은 말을 들어야 할 때가 대부분이다. 자신의 아이를 칭찬하는 말을 들은 뒤에는 절대 이 말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끼리 갈등이 일어났을 때, 안전사고가 났을 때와 같이 부모의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할 때다.


아이들끼리 갈등이 일어났는데, 자신의 아이가 피해를 입은 경우,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느끼면 저런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하지만, 대부분 특수반 아이들이 아닌 이상 갈등 속을 들여다보면, 둘 다 가해자이며 피해자인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시작했다가 정도가 심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는 모르고 서로 밀고 당긴 경우이다. 이럴 때 교사는 중재를 한다. 아이들이 가르치기만 한다고 들을 리 없다. 잔소리로 듣기 십상이다. 코스텔릭의 갈등중재방법에 의거해 차례차례 순서를 짚어 아이들이 문제를 인식하도록 하고 자신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기회도 주면서 가르친다. 서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차례로 입장을 말하고 듣는 시간을 가진 후,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고 말한다. 집에서 훈육하는 방법과는 다르게 이론에 의거해 선생님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가미된 교육을 한다.


가끔 몸에 상흔이 있는 경우, 가정에서 일어난 경우도 있다. 아동의 사고발생장소가 가정인 경우가 80프로 이상이 된다. 심지어 집에서 생긴 상흔을 교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때 학교에서 난 것이 아니냐고 따지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은 눈 깜박할 사이에 사고를 친다. 그냥 놀이하다가도 사고를 일으킨다.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앞을 제대로 보고 가지 않다가 앞의 친구랑 부딪혀 일어나기도 한다.


바로 옆에서 방금 전까지만 해도 즐겁게 웃으면서 놀고 있던 아이가 옆 친구의 팔을 무는 일이 있었다. 특수반 친구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대체근무일 때는 아이들의 특성을 완벽히 파악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곤 한다. 그럴 때는 정말 끔찍하다. 이 자국은 정말 선명해서 상처도 고, 멍도 잘 든다. 특히 팔 쪽은 멍이 정말 잘 든다.


물론 아이가 다치지 않게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저학년에서는 아이들끼리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경우도 많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모습도 부족하다. 그러니 자기주장만 하다가 그런 일이 순식간에 일어난다.





3. 선생님, 아동학대로 신고할 수 있다는 것 아시죠?


선생님이 되기로 한 사람들은 학교 다닐 때부터 엄청난 사명감과 책임감에 대해 배운다. 그에 반해 선생님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배우지 않는다. '교사로서 해야 되는 일'을 거의 90프로 이상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연차가 꽤 있으신 분들은 현장에서 하도 많은 일을 겪으시니까, 나름대로의 대처방법을 가지고 있으신 분도 더러 있다.


그리고 임용고사를 통과한 공립선생님들은 아동복지법, 초중등교육법 등 아동과 관련된 모든 법도 알아둬야 한다. 교육공무원이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모자라서 그에 대한 각종연수도 듣는다. 아마 부모님들보다 아동학대의 사례와 신고절차는 더 많이 알 것 같다. 잠깐이라도 아동에 관련된 기관에서 정직원이든 대체근무자든 일하려면, 이런 각종 연수를 들어야 한다.


아동학대는 가정에서 일어나는 것이 86%에 육박한다. 사실 아이들이 아동학대로 다치거나 죽어서 생긴 아동학대금지법들은 모두 가정에서 일어난 일로 인해 생겨난 법이다. 만일 선생님들이 마음먹고 아동학대로 신고한다면 반 아이들 절반은 부모가 재판을 받으러 다니느라 아이들이 방임될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돌봐야 할 아동전문보호기관도 업무마비가 될 것이.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면 교사는 그 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한다. 미쳤다고 아동학대를 할까? 그건 학부모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동학대로 선생님들 협박하지 말란 말이다. 정말 아동학대 같으면 아동보호전문기관 해바라기센터에 조용히 연락하면 다.



4, 반갑게 인사하는데 인사 안 받고 애만 챙기고 나가기

오늘 하루 아무리 말썽을 피운 아이라 할지라도 학부모를 보면 반갑고, 또 더 잘 볼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 아이가 엄마를 보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선생님은 반갑게 인사한다. 그리고 간단하게 이야기도 건넨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인사하는 사람에게 인사는 받아줘야 하는 것 아닐까? 아니면 하도 인사를 받아만 봐서 인사를 할 줄 모르는 걸까? 옆에서 아이들이 배운다.


5. 작년에 맡았던 담임, 또는 학원강사와 비교하지 말기  

"선생님만 그러시는 것 아닌가요? 우리 애만 차별하는 것이 아닌가요? 작년 선생님은 우리 애한테 정말 진심이셨고요. 항상 사진도 많이 찍어 주시고 영상도 만들어서 주셨다고요."

그런 사진 찍고 영상 만들고 하느라 정작 아이들의 눈을 맞추고 얘기할 시간이 없는 걸 알고 있을까. 요즘 애들도 초상권 얘기하면서 찍히는 것에 거부감 있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학부모일수록 칭찬하던 작년선생님에게도 이렇게 말했을 수 있다. 작년선생님에게도 또 다른 선생님의 예를 들면서 작년선생님의 마음을 어렵게 했을 것이다.  정도가 되면 거의 말습관이다. 학부모의 스타일이 이런 것을 알고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선생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 마음앓이를 하시는 선생님이 많다.


선생님들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점점 멘털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학부모는 한 번 말하는 것이지만, 20명에서 30명가량을 맡고 있는 선생님들은 그 열 마디가 모여서 계속 마음속에 괴롭힌다.



6. 선생님의 외모 등 간섭하지 말기


어느 날 교직원 전체 메시지가 왔다. 수업 시간에 거울보지 말아달라고. 읭? 왜지?


선생님이 거울을 자주 보시니까, 애들이 따라 하고, 선생님 거울처럼 생긴 것을 사달라고 한다고 학부모에게 메시지가 왔다는 것이다.


선생님들은 화장도 진하게 하면 안 되고, 손톱도 매우 짧게 깎아야 다. 네일 좋아하시는 분은 선생님을 절대 하면 안 된다. 다행히  는 손톱에 별 관심이 없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 지적을 받은 분은 유일하게 속눈썹 파마, 화장, 패셔너블한 옷 등 외모에 관심이 많은 미혼 선생님이었다. 그런데 학부모가 요구한 이유가 참... 치졸하지 않은가? '사주기 싫으니, 거울 보지 말아 달라.'는 '학부모가 사주기 싫어서'라는 이유라니.  


그런 상황이라면, 부모는,

"선생님이 눈에 뭐가 많이 들어갔나 보다. 아마 눈에 뭐가 들어갔는지 확인하려고 그런 걸 거야. 선생님이 사용하는 거울이 너무 갖고 싶구나? 하지만, 우리 집에는 작은 손거울이 있는 걸? 싫다고? 그럼 우리, 선생님의 거울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려볼까?(클레이로 만들어볼까?) 그리고 네가 만든 거울로 다른 놀이도 할 수 있지 않겠어? 우리 OO이만의 거울이 탄생하는 거지! 반 친구들에게 소개해주는 건 어때?"라고 말하고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 주고 다른 놀이로 연결해 주면 되지 않을까.


물론 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부모는 바로바로 생각하지 못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상황에 조언을 교사에게 구하면 된다.


학교에도 전화를 걸면 

"여러분과 통화하는 사람은 교사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소중한 딸과 아들입니다."

"정보통신보안법에 의거해 통화는 녹음됩니다."

"폭언과 고성은 통화 당사자의 인격을 나타냅니다."

"성숙한 언어로 아이들의 본보기가 되어주세요."

이런 멘트가 나오도록 하면 어떨까. 





내가 교사로 일했을 때도,

옆에서 일하는 선생님들을 봐도,

좋은 학부모를 만나는 건

복불복이다.


마찬가지로

학부모도 어떤 교사인지 궁금하겠지.


우리는 서로

1년마다

아이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의심하는 러시안룰렛을 던진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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