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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써니 Aug 02. 2023

여긴 서초구가 아니잖아요. 그래도 우리는 괜찮은 거예요

그래서 학부모가 무례하게 대하는 것을 받아줘야 한다는 것인가요?

아직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교권보호문제는 계속 회자되고 있다. 내가 일하는 곳에도 그 이야기는 계속 이야기가 한 번씩 튀어나온다. 오늘도 나는 아이들의 갈등중재를 학부모의 마음에 들지 않게 처리했나 보다. 내가 차별을 한다는 것이다. 나는 속이 상했다. 교사의 말을 귀 기울여 잘 듣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바로 앞에서 자신의 이름을 불러도 듣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아이를 어떻게 똑같이 지도할지 나는 정말로 모르겠다. 아니, 모르겠다고 말하고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는지 대놓고 물어보고 싶다. 


이렇게 속상해하고 있는 나에게 옆의 선생님은 위로랍시고 말한다.


"그래도 여기가 강남, 서초는 아니잖아요. 우리는 서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나는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 그러면 서초구의 학부모들보다 민원이 덜하니, 힘들다는 소리 하지 말라는 이야기인가? 아니면, 서초구의 교사들이 더 힘드니, 힘들다는 소리를 하지 말라는 것인가?

그래서 학부모들이 그렇게 "선생님, 우리 아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에요.  선생님이 잘못 아신 거예요. 우리 애는 이렇게 해 주세요." 이런 말에 대해 그럼 내가 수업하면서 관찰한 것은 틀렸다는 것인가? 


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보는 관점에 따라 생각하는 것이 매우 다르다. 다양성과 개성을 인정하라면서 교사의 의견은 잘못된 것이니, 내 이야기대로 하라 라는 뉘앙스는 교사의 자존감을 낮추기에 충분하다.

그게 서초구와 비교해서 적은 횟수로 있다 해서 교사가 감내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에 나는 매우 무력감을 느꼈다. 





같이 일하는 교사도 서로에 대해 이렇게 조언이랍시고, 위로랍시고, 말을 함부로 한다. 그래서 가르치는 직업은 정말 외롭다. 여기저기서 훈수 두는 것에서 나의 신념을 지키려면, 나의 지식을 공고히 하고 계속해서 신념을 굳건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어쩌면 경력이 오래된 교사들이 편견이 더 많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연차가 오래된 만큼 나의 신념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계속해서 하나씩 쌓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동료교사가 그렇게 이야기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학부모들에게 상처받는 것보다, 동료교사가 그렇게 말해버리면, 힘들다고 말할 수 없다. 터놓고 이야기를 할 수 없다.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교사가 무능한 것처럼 보일까 봐, 나의 약점이 될까 봐, 혹시나 내가 놓친 일 중의 하나가 될까 봐, 마음속에 계속 쌓아둔다. 혼자 해결하기 위해, 그에 대한 책도 찾아보고, 사례도 찾아본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언젠가는 터지고야 만다. 상담을 다니고, 자신을 치유하기 노력한다. 그래도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다 질병병가를 내고, 그 자리는 기간제교사가 채우고, 기간제교사도 못 구하면 시간강사가 그 자리를 메운다. 


그러니, 함부로 비교하지 말자.

똑같은 자극이라도,

누구에게는 넘길 수 있지만,

누구에게는 넘길 수 없는 상처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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