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의 아침잠에 대처하기

너의 의견은 존중한다만, 책임은 네가 져.

by 배써니

2호가 아침을 안 먹기로 한 지 2주가 되어간다. 우리는 저녁은 각자 먹거나, 안 먹거나 상관하지 않지만, 아침은 거의 강요하다시피 먹는다. 하루의 시작을 함께 한다는 의미도 있고, 허겁지겁 나가더라도 아침은 꼭 먹어야 하루를 잘 살아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2호는 유난히 아침잠이 많은 편이다. 어린이집을 보낼 때도 등원시간은 항상 9시 30분이나 10시였다. 내가 유치원에서 일해 보니, 2호와 나는 유치원에서 어떻게 생각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가뜩이나 늦잠을 자는데 아침까지 먹이려니 나도 보통의 고집이 아니다.


뭐 어릴 때는 그렇다 치자. 어린이는 원래 잠이 많은 법. 그리고 많이 자야지 쑥쑥 크니까.(그래서인지 또래보다는 좀 큰 편이다.)


이제 사춘기인 2호는 늦게 잔다. 그러니 늦게 일어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먼저인지 일찍 자는 게 먼저인지 궁금해 찾아보기도 했다. 찾아본 결론으로는 일찍 일어나는 것이 먼저라 한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먼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을 인용해도, 자신은 먼저 벌레를 잡을 만큼 배고프지 않은 새라나. 아, 이놈의 말빨, 말 잘한다고 좋아하고 칭찬해 줬던 과거의 나를 탓해본다.


늦게 일어나는 걸로 한참을 다퉜던 1호와 전쟁(?)에서 무승부였지만, 내가 포기할 찰나, 1호 스스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아마 연애사업을 하면서 달라진 것 같지만, 본인은 극구 부인한다.


1호와 2호는 정말 다르다. 내 뱃속에서 나왔다는 것만 제외하고는 공통점이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다르다. 그래서 1호와의 아침전쟁에서 치열했지만, 나는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다. 그저 시간이 지나기를, 끊임없이 놓지 않는 것이 다였다. 하나 더 보태자면, 아침에 늦게 일어나더라도 그것으로 애정철회를 하지 않았다는 것 정도다. 부모로서 조건부애정은 자주 사용되는 강화물이랄까.


인터넷과 SNS를 하느라 늦게 잔다면 10시가 되면 인터넷 공유기를 빼버리고 핸드폰도 압수하겠다 으름장을 놓아도 그때뿐, 아주 강경하다.


하지만 나에겐 아침을 같이 먹어야만 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가족의 교류를 나누는 시간이 아침밖에 없기 때문이다. 1호는 그 시간을 지켜주고 있다. 아침이지만, 같이 밥을 먹으며 그래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물론 이런 시간은 이제 점점 없어지리라 예상한다. 2호는 나와의 감정교류가 힘겨워 피하는 것 같다. 쉽게 말하면 엄마의 잔소리를 더 이상 받아낼 여력이 없는 것이랄까.


아침밥을 포기하는 대신 늦잠을 선택한 2호에게 나는 알겠다고 말하고, 언제까지 깨워야 하냐고 물었다. 네 말대로 해주마.



아침밥과 바꾼 늦잠의 대가는
네 책임이야.


이 말의 의미를 정말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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