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마련으로 교권보호를 한다고?
법이 없어서 그동안 교권이 무너진거라고?
뜨거운 땡볕아래에도 마다하지 않고 집회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교사들.
정부는 교권보호를 위한 법을 8월 안으로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정말, 법을 만들면 교권보호가 될까? 그리고 앞으로 한 달 안에 만들어진 법이 실효성을 가지게 될까?
교사들이 원하는 것이 정말 무엇인가 알아보려는 자세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교사들이 집회를 여는 것도, 법안을 마련한다는 정부도 한 여름 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건은 어떻게 일어난 것인가?
아이들의 갈등처리에 관련한 것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갈등을 아이들 선에서 해결할 문제와 어른들이 중재를 나서야 할 문제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아기 및 초등저학년은 정서지능을 키워놓아야 한다. 정서지능은 흔히 EQ라고 줄여서 부르는데, 정서지각에서 시작해 정서추론까지 높은 수준까지 점차 발달한다. 메이어, 살로베이, 카루소라는 학자는 정서지능을 4가지 단계로 설명해 놓았다. 정서지각, 정서통합, 정서이해, 정서관리로 나눠 놓았는데,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이런 정서지능의 기초를 잘 닦아 놓아야 한다.
아이들이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 중 긍정적인 감정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이 들었을 때도 그에 대한 대처방법에 대해서도 배우고 익혀두어야 한다. 부정적인 감정으로 화남, 슬픔이 대표적으로 1차적인 감정이다. 아이들은 이런 감정을 대했을 때 당황하기도 하며, 그 감정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감정을 그대로 행동으로 표현한다. 감정을 잘 처리하고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꿀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그 감정이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으로 표현하기 전에 스스로 감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나, 막상 그런 일이 생기면 어떠한가. 감정을 추스르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이 들도록 한 그 원인을 찾아 보상을 받으려고 한다. 부모나 교사가 그런 태도를 보이면, 아이들은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놀다가 자신의 발에 걸려 넘어졌을 때 운다. 이때, A교사가 바로 달려가 "괜찮아? 다쳤니?"라고 물어본다. 반면, B교사는 바로 달려가지는 않고 웃으면서 "괜찮아, 일어나서 놀자."라고 말한다. A교사와 B교사 중 어떤 교사가 나은 처리를 했을까?
답은 '모른다.'이다.
각각 어떤 성향의 아이인지, 연령에 따라 다르게 반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7세(만 5세) 정도면 자신이 얼마나 다쳤는지 안다. 그만큼 자랐기 때문에 굳이 교사가 확인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부모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그것에 분쟁이 생긴다. 7세인데 부모는 5세처럼 대하면 그 아이는 5세처럼 행동한다. 아이에게 어떤 기대를 하느냐에 따라 아이는 그에 맞춰 행동한다. 그렇기에 교사가 어떻게 대처하더라도 ,부모가 생각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부모는 정서적 학대로 고소하려고 할 것이다. 또한 작은 상처도 용납하지 못하면 유아는 다양한 놀이는 할 수 없다.
유아교육법에는 제21조의 2(유아의 인권 보장) 제2호에 '② 교직원은 제21조에 따라 유아를 교육하거나 사무를 담당할 때에는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하여 유아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거나 고성, 폭언 등으로 유아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해서는 아니 된다. <개정 2020. 1. 29.>'라는 조항이 있다.
'유아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거나 고성, 폭언 등으로 유아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해서는 아니 된다. '라는 구간에서 유아가 신체적으로 아프다고 하거나 교사가 큰 소리를 내서 '무섭다'는 말을 하면 바로 정서적 학대로 신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걸고넘어지면, 생활지도는 전혀 할 수 없다. 좋은 말로 하면 듣지 않는 아이도 있으며, 위험할 때는 큰 소리로 위험을 알려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들이 집중해서 하고 있는 놀이가 있으면 행동을 전환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큰 소리를 내어서 주의를 환기시킬 때도 있다.
초등저학년에서는 특히 교우관계에 갈등이 심화되는 경우가 많다.
유치원에서 충분히 이런 갈등에 대해 스스로 해결해 본 경험이 많은 아이가 학교생활을 하는 데 유리하다. 유치원생일 때는 금방 싸우고, 또 놀다가 친해지고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친구랑 잘 놀 수 있을지, 그 맥락상 분위기로 갈등을 자연스럽게 해결한다. 유아기 때는 조리 있게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굳이 무엇 때문에 갈등이 생겼는지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 '같이 놀면 친구고, 같이 안 놀면 친구가 아니다.'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나를 도와주는 친구가 친구고, 도와주지 않으면 친구가 아니다.'라는 단계를 거쳐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린 친구다.'라는 고차원적인 단계까지 발달해 간다.
아이에게 교우관계를 맡겨두려면 부모는 많은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어른이 보기에 분명히 상대방이 잘못한 경우인데도, 부모가 나서서 해결하면 안 된다. 부모가 나서는 순간 부모문제가 되어 버려서 부모들 싸움이 되기 십상이다. 아이가 해결할 수 있도록 아이의 생각을 묻고, 부모가 이를 조금씩 조언해 가는 형태로 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교사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교사가 학급에서 보는 상황은 어떤지 정보를 알려달라고 하고, 교육적으로 전문적인 조언을 구해야 한다. 어찌 되었던 부모가 그 아이의 보호자이니 말이다.
이렇게 하려면, 우선 학부모가 교사를 신뢰한다는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 교사들은 그동안 수많은 진상부모를 대했기 때문에, 초임교사가 아닌 이상, 방어적인 태도를 먼저 취한다. 어떤 부모인지 알 수 없으니, 말을 아끼는 편이다. 부모와 교사는 아이를 매개로 1년 동안 협력해야 하는 관계라는 것을 생각하고 서로 대해야 한다.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다는 목표아래 학교생활을 하면 저런 법들은 전혀 필요가 없다.
교사들이 원하는 것은 진정 법안 마련일까?
그렇다면 '생활지도는 어디까지 하고, 아이들 중재의 책임은 이것까지 한다.' 이런 문장으로 과연 아이들 지도가 될까?
계속 이런 식으로 교사들을 상담콜센터 직원처럼 대한다면 누가 열심히 공부해 교사가 되려고 하겠는가? 조만간 정교사는 모두 병가를 내고 기간제교사로 채워질 것이다. (기간제 교사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기간제교사는 그만큼 교사재량권이 없기 때문에 더욱 교권하락에 속도를 더할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기 때문에 이제 교사도 점점 줄이는 추세다.
소아과도 폐과 한다는데, 조만간 교대와 사대도 폐교와 폐과 하는 것은 아닐까.
